◆ 부도난 공장 지키기 ◆
“이 새끼 똑바로 말 안 해?”
“뭘 말하라고요?”
“니 전적을 보니 화려하네.. 다른 곳에서 한 것 또 있지?”
“없어요”
절도 전과자들이 검거되어 오면 의례적으로 여죄 추궁을 한다.
전날 밤이 토요일이라 공원들이 외박을 나간 것을 알고 기숙사 물건을 훔치던 절도범이 경비원의 신고로 파출소에서 현행범으로 검거되어 온 것이었다.
파출소에서 검거되면 담당 형사에게 인계된다. 일요일이지만 검거 보고를 듣고 출근하여 조사하고 있었는데 휴대 전화벨이 힘차게 울렸다.
알루미늄 압출 공장을 운영하는 고향 선배에게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김 형사! 빨리 와서 나 좀 도와줘..”
“선배님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나는 깡패 도둑놈밖에 모르는데 뭘 도와 달라는 것입니까?”
“농담하지 말고.. 지금 대전 깡패들이 와서 공장 물품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말이야. 자네와 좀 와서 막아봐.”
“대전에서 깡패가요?”
“내가 얼마 전에 납품대금을 못 받아 공장이 부도가 났잖아. 부도나기 전 자재 구입 한다고 사채를 당겨 썼는데 내가 부도났다는 것을 알고 사채 하는 놈이 깡패들을 데리고 와서 공장에 있는 원자재와 완성된 물품들을 내어 놓으라고 난리를 치고 있어 빨리 와 보시게..”
“공장 물품을 왜요?”
“부도가 나면 공장과 토지는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어 안되니까 물건이라도 빼가야지 손해를 덜 보는 심사지..”
“몇 명이나 왔는데요?”
“사채 하는 놈 외에 4명이 더 왔어”
“어디 공장에 있습니까? 어디로 가면 됩니까?”
“범어동 Y 호텔 알지? 그 호텔 커피 숍에 있어”
“내가 가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사실대로 진술해줘야 합니다.”
“알았어, 우선 돌아가도록만 해주면 사채는 내가 곧 수일 내로 갚을 수 있어..”
“일단 갈테니 기다리시고.. (혼자말로 '형사가 회사 방패도 아니고..' 라며 되내며 )혼자 가서 될 일이 아니고 형사 몇 명 데리고 가야 하니 몇 시까지 가면 됩니까?”
“빠를수록 좋지 .. 30분 내로 올 수 있나?”
“빠른시간 내에 가도록 할게요.”
“알았네”
선배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조폭들을 검거하면 인지사건 점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사건 제보로 판단하고 출동하기로 했다.
“배 형사! 일단 도둑놈 유치장에 넣어 놓고 한 군데 갔다가 오자.”
“뭡니까?”
“아! 대전 조폭들이 여기까지 와서 지랄하는 모양인데 가보자”
◆ 출동 ◆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돈을 빌린 채권채무로 인한 민사관계라고 판단이 되지만 조직폭력배들의 협박이면 언제든지 사건을 할 수 있어 반장에게 상황 보고를 하고 같은 반 옆 조 형사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조 형사! 지금 어디 있어?”
“반고개에 있습니다,”
“나하고 같이 빨리 갈 때가 있으니 민 형사하고 같이 슈퍼 옆 금은방에 있어.. 알겠지?”
“알았습니다.”
나는 사무실 당직 반장에게 출동하겠다며 형사동차를 배정 해달라고 한 후, 형사 기동차량 운행 허락을 받고 반고개 금은방에 가서 조 형사 조를 만나 같이 Y 호텔로 갔다.
가는 도중, 고향 선배가 회사가 부도나고 조폭들에게 공장 물품을 빼앗기게 되었다고 설명을 하고 우리는 선배 말과 상대편 말을 들어보고 행동하기로 했다.
형사기동 차량에서 진압용 플라스틱 장봉과 방패가 있지만 평상시 형사들에게 장비라고는 옆구리에 차고 있는 수갑이 전부다.
같이 동행하는 조 형사는 나보다 3년 후배지만 태권도 6단으로 도장을 경영하다가 무도 경찰 특채로 들어온 형사였기에 범인 검거할 때는 항상 같이 행동을 하는 파트너인 셈이다.
범인 검거할 때마다 꼭 무도 배운 형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유도 유단자인 나랑 같이 움직이면 어딘가 모르게 든든했고 겁나는 것이 없었다.
30분이 다 되어 Y 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일부러 기선제압을 위하여 커피숍에서 보이는 곳에 경광등을 끄며 형사 기동차량을 주차 시키고 덩치가 큰 배 형사부터 4명이 차례대로 내렸다,
주변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곁눈질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숍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쪽 구석에 있던 선배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어! 김 형사 여기”라며 손짓을 했다.
키가 165 cm로 남자로서는 적은 키에 속하지만 해병대 출신이라고 똥폼을 평소에 많이 잡고 다니던 선배였는데 갑자기 ‘을’이 되고 자수성가로 이룬 재산이 순간에 넘어가게 되어서인지 더 작아 보였다.
선배의 호출을 받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갈려고 하니 갑자기 숍 중간쯤 좌석에 앉아보라고 해서 앉았다.
“왜요?”
“잠깐 기다려봐, 내 이야기를 먼저 듣고 가도 돼..”
“뭔데요?”
“조금 전 까지 나한테 큰소리치며 욕을 하다가 형사 차량이 들어오고 형사들이 숍으로 들어오자 나보고‘당신이 불렀어?’해서 긍정 시늉을 했더니 자기들 자리까지 오게 하지 말라고 해서 내가 왔어..”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그런것 없어"
"뭐 욕하면서 큰 소리 안 치던가요?"
"아직 그렇게 까지는 안 했고 당장 사채를 갚던지 물건을 주던지 하라는거야. 부도가 나도 공장에 남아있는 재료나 완성된 물품 가격이 사채보다 배가 많은데 줄 수 없잖아?"
나는 다급하게 피해당한 것이 없는지 물어봤더니 아직 까지 직접 당한것이 없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여기서 차 한잔하면서 기다려봐. 내가 나머지 이야기 들어보고 다시 올게..”
“저런 놈들한테는 대화가 필요 없어요. 선배님이 진술만 하시면 바로 묶어 넣을게요”
“조금 기다려봐”
“나를 오라고 한 것은 저놈을 묶어 넣으려고 한 게 아닌가요?”
“이 사람아! 잡아넣는 것은 나중에 하고 공장부터 살려야지..”
“알았어요. 일단 가보세요. 가셔서 우리가 필요하면 손을 들어 종업원 부르는 시늉을 하면 우리가 갈게요.”
“알았어..”
선배는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는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30 여분이 지나자 선배는 이야기가 잘되었는지 우리 자리로 왔다.
“김 형사! 고마워! 이야기가 잘되어서 돌아가기로 했어..”
“어떻게 이야기가 되었나요?”
“내가 사채 쓴 것을 석 달 내로 갚기로 하고 못 갚을 때는 공장에 남은 원자재와 제품 전체를 넘기기로 약속한다고 했더니 수긍을 했어..”
“저들이 순순히 받아주던가요?”
“뭐 자네가 와서 그런지 그렇게 하기로 했어..”
“석 달이면 다 갚을 수 있고 문제는 없겠는가요?”
“나도 납품하고 돈을 못 받아서 그런 것인데 은행은 수표가 부도나서 할 수 없고, 사채는 석 달이면 충분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출동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 그냥 갈 수는 없고 저 자슥들 인적사항이라도 알고 가야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려고?”
“검문검색 한다면서 인적사항을 적어서 가겠습니다.”
“그런 것 안 하면 안 될까?”
“조폭들 잡는다고 보고하고 왔는데 그냥 맨손으로 갈 수도 없고 또, 저 자슥들 인적사항을 적어놔야 다음에라도 선배님에게 지랄 안 하지요”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내 체면도 있고 하니 살살해”
“알았습니다.”
“배 형사! 전부 같이 가보자”
선배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범죄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것이 아니고 청탁 수사로 출동한 것이 되기에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라도 인적사항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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