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계태엽인가

by 이엘

주의: 내용이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가독에 주의 바랍니다.


2020년 3월 n번방 사건과 벗방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수천명 혹은 수만명이었으며 처벌을 받은 사람은 3575명이었다.


3575명은 처벌되었지만 나머지는 처벌되지 않았다. 그들은 어둠속에서 딥페이크 제 2 n번방 등을 만들면서 숨어들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분노했으며 그 이상으로 자신 주변의 어둠을 두려워했다. 당국은 범죄를 근절해야 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은 것 그들은 풀려나고 나서도 다른 먹잇감을 찾아 헤맸다.


그것은 자극에 의한 중독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물 학대 영상 아동 학대 영상 사람이 자살하는 영상들을 구매하고 되팔았다.


피해자의 존엄은 사고팔렸으며 그 이상으로 가해자의 인간성도 썩어들어갔다.


당국은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나는 클릭했다.


그것은 쉬웠다.


누군가를 때리는 것보다


누군가를 욕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보다


클릭은 쉬웠고 그것에서 오는 자극은 현실의 상실감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강력했다.


강간 영상은 내게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기쁨을 주었고


동물 학대 영상은 내게 누군가를 정복시키는 느낌을 주었고


자살 영상으로


자위를 했다.


선을 넘는 건 처음에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금방 무뎌졌다.


밖에 나가면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나의 얼굴을 입고 마트를 가고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한다.


그리고 밤이 올땐 그 의식을 한다.


황홀했다.


현실의 스트레스는 다 날려 줄 만큼


신상공개가 올 수 있다는 것에는 조금 겁났지만


경찰과 법은 어차피 나를 모른다.


어차피 멍청한 놈들만 걸린다.


보안을 철저히 하면 걸리지도 않는다.


그래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현실의 일이 끝나고 다크웹 서핑을 했다.


토르 브라우저를 키고 다크웹 서핑을 하니 없는 것이 없었다.


불법 무기 거래, 마약 거래, 불법 동영상 거래 심지어 인육 캡슐 거래까지


없는게 없었다.


하지만 원하는 건 불법 영상


나는 영상을 찾아 헤맸다.

일반 영상은 영상 거래만으로 구할 수 있다.


신작 영상은 코인을 주어야 한다.


신작 영상을 만드는 놈은 여기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잡히지 않는 방법을 공유했다.


우을즐 갤러리에서 자살한 소녀의 영상도 15000원에 구매했다.


흥분되었다.


나는 들키지 않는다.


나는 들키지 않았다.


나는 들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거래를 하던 와중 나는 하나의 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구매했다.


하필 그 때는 경찰의 성착취물 단속기간이었다.


나는


체포되었다.


이상하게도


수사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나는 구속되었다.


변호사를 썼는데도 소용없었다.


한국 법이 이렇게 셀 리가 없는데?


이건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나를 담당하던 담당 수사관은 말했다.


"너 집에서 수백장의 아동 성착취물이 발견되었어 초범이어도 너 적어도 수년 징역은 살아야 할 거다."


나는 항변했다.


"그런 게 어딨어요! 난 초범이잖아요. 억울해요!"


그 수사관은 날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개정된 특례법의 첫 사례다 네가 임마 영광으로 알아."


나는 속으로 뇌까렸다.


"시발."


판결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집행되었다.


판사는 선고했다.


"피고인이 한 행위는 사회를 교란시키는 행위이며 피해자의 인격을 손상시키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따라서 본 법원은 피고인에 징역 2년 6개월 보호관찰 2년 6개월을 선고한다!!"


그건


내 인생이 끝났다는 사형선고였다


난 감옥에 갔다.


감옥에는 별의 별 놈들이 다 있었다.


보험 살인을 위해 자기 어머니를 죽인 놈들


100명을 연쇄 강간한 발바리


텔레그램 마약 공급책


여신도를 강간한 교주 등등


그들은 나를 *물총이라 부르면서 환호했다.


*물총: 감옥 안 성범죄자를 부르는 은어


그들 중 하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너는 고작 그거로 감옥 왔냐? 운 없네?


감옥 안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난 서열 최하위여서 화장실 근처에서 잠들어야 했고


밥에서 고기가 나올 때는 고기 먹을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아야 했다.


조폭은 나에게 말했다.


"야 물총 시발놈아 내 등이나 닦아."


난 그의 등을 닦아야 했다.


나는 그의 등을 계속 닦아야 했다.


그가 기분이 나쁠 때는 폭행도 겪어야 했다.


그는 내 구석구석을 때렸다.


그는 내 팔 다리 목 머리 등등을 때렸다.


교묘한 건 교도관들에게 보이지 않게 때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잠깐 항의했다.


"악! 그만해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 물총은 이런 대접 받는 거야. 병신아 알겠어?"


그리고


그는 밤중에 나를 성폭행했다.


너무나도 괴로웠다.


감옥 안은 너무나도 지옥이었다.


컴퓨터 안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지옥이었다.


성범죄자들은 일본 망가를 보면서 히히덕거렸다.


“야 이 스토리 좋다. 약물 강간 빌드라니.”


“그거 내가 타깃 설정할 때 했던 거야. 채팅앱으로 년 끌어들이고 술에다 *졸피뎀 타서 먹였어 그러더니 헤롱헤롱하더라고.”


*졸피뎀: 불면증의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정신과 약


“어떻게 타서 먹이냐?”


“졸피뎀 가루내서 술에 타면 감쪽같아 술파티 하자는 명목으로 하면 돼 년 심신 상실로 만들어서 하면 합의 하에 했다고 재판부에 구라칠 수도 있고 증거 인멸 하기도 좋아.”


“근데 넌 왜 걸렸냐?”


“10번 했는데 그 중 하나 걸린 거지. 그 시발년이 시발 몸 안씻고 증거 남겼더라고.”


“몇년 받았냐?”


“3년 반성문 제출하고 울고 불고 했어 중요한 건 공탁이야 공탁금 걸고 그걸로 반성했다는 이미지 보내면 돼 형량 디카 받으면 공탁금 빼서 영치금으로 쓰면 되지 시발 ㅋㅋ”


“시발 너 개 악당이다.”


“너도 애 하나 강간해서 왔잖아.”


“맞아 내 딸년이 너무 예뻐서 솔직히 그 몸매면 나 유혹한거지 안그래?”


“시발ㅋㅋ 딸년 먹은 놈은 처음 본다. 몇년 받았냐?”


“애엄마 년이 죽이겠다고 울고 불고 해서 20년 형 시발 내 경우에는 지방 언론에 기사까지 나서 말이야… 여성 단체들이 지랄만 안했어도 10년으로 디카할 수 있었는데.”


“그러니까 개같은 년들 내 육봉으로 참교육해줘야 하는데.”


“그러니까.”


한편 조폭들의 방에서는 무용 아닌 무용담이 들려왔다.


“내가 옛날에 학교 일짱이었어, 내가 애 하나 뺨 쳤는데 그 병신이 게거품 물고 쓰러지더라고 시발 나약한 녀석.”


“그래서 어케 되었슴까 형님?”


“소년원 10호 처분 받았지. 시발 운이 안좋았지!!! 제일 깐깐한 판새한테 걸려가지고!!!”


“운이 안좋으셨네요 형님.”


“그래도 조직에서 생활 하니까 행동대장도 시켜주고 좋아… 나랑 황사장이랑 코인 조작 했는데 한달에 육백억 이상 벌었어!!!”


“코인 조작? 그거 어케 하는 것임까?”


“아 그거? 개인정보를 다크웹에서 산 다음 문자나 카톡을 돌려 그 다음에 단체 채팅방에 들어오게 해 그런 다음 바람잡이 계정이나 봇으로 코인을 사게 한다음…”


“사게 한다음?”


“사게 한다음 코인이 오르면 그때 미리 사둔 코인을 빼는 거지 단타 치는 거라고나 할까? 그 호구새끼들에게 파는 건 희망이야 희망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 내가 뭐라도 된 것 같다는 희망ㅋㅋㅋ”


“그걸 바람잡이 계정이나 봇으로 하는 것임까?”


“그렇지 편하게 아주 편하게 일하고 한달에 육백억 버는 거야!!”


“형님 그거 나도 껴주면 안됨까?”


“봐서 ㅋㅋ”


“ㅋㅋ”


또 다른 방에서는 강도범들과 경제사범들의 대화가 들려오고 있었다.


“에이씨 집 강도해서 고작 육천만원 벌 것 같았으면 나도 형님처럼 전세사기나 하는 건데.”


“시발 그러니까 왜 사기 안쳤냐? 나 오년 있다 나가면 800억 가지고 부자 되는 건데.”


“나는 강도질로 10년 징역인데…. 나도 형님처럼 되고 싶어요!!”


“잘 들어 전세사기의 핵심은 빌라야 빌라는 다주택이 가능하거든…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깡통 주택을 다량 구매한다음 명의 보증인을 구하고 임대차 보호법의 대항력을 역이용해서 임차인을 바꾸는 거지 그럼 전세금은 내 것이 되는 거고 집이 수백 채다? 그럼 수백억 버는 거지!!”


“와 개쩐다!! 추징 없어요?”


“이 개병신같은 나라는 추징도 안해 오히려 내가 사기친 금액으로 전관 변호사 써도 뭐라 안한다니까? 전관 변호사 써서 몇년 디스카운트 받고 출소한 뒤 돈 들고 해외로 가면 끝이야.”


“완벽한 시나리오인데요 병신같은 새끼들 ㅋㅋ”


“그러니까… 말이야… 그리고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내가 빼돌린 돈? 주택담보금융공사가 사기 당한 병신 같은 새끼들 구제해주거나 아님 빌라 경매에 넘겨 버리니까. 내가 빼돌리고 국가가 채우는 거지!!”


“와 개천재다.”


“그거 알아? 난 행동대장이었을 뿐이야. 진짜는 위에 있어 여야 정치인들 모두 이 판에 뛰어들었거든.”


“진짜요?”


“그렇다니까? 보증인 구하기, 서류 조작, 그리고 결정적으로 깡통 주택 수백채를 내가 어떻게 보유했겠냐? 아파트는 중산층 여론의 이목이 쏠려 있어서 다주택이 불가능하지만 빌라는 가능해 정치인 놈들이 빌라는 다주택이 가능하도록 법을 조정했거든.”


“형님 그러면 여야 정치인들도 형님 돈 받아 먹었다는 거에요?”


“당연하지 그 위선자 양반들 아 그리고 그거 아냐? 조주빈이 운영하는 박사방 여야 정치인과 *상선이 끼어 있었다는 거.”


*상선: 범죄 컨설턴트


“정말요? 나도 어린 년들 궁금해서 n번방 들어가긴 했었는데 그건 몰랐어요.”


“범죄 컨설턴트 상선이 조주빈 새끼한테 피해자 정보 넘기고 조직 어떻게 굴리는지 ‘구두’로 지시했다. 그렇게 해서 놈이 얻는 건? 여야 정치인들과 재계와의 커넥션이지 여야 정치인들은 박사방 피해자들 직접 먹으려고도 했다. 윗대가리 중에 특이 취향 많다니까?”


“그거 사실이에요?”


“사실이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여야 정치인과 재계 인사들이 박사방 vip라는 찌라시까지 돌았어.”


“대박인데요. 형님은 이거 폭로 안해요?”


“이거 폭로하면 나 죽는다. 사고사로 위장되서 나 죽어. 설계자들이 사고나 자살로 위장시킬 거다.”


“무서운데요.”


“그래 오래 살아야지.”


“근데 대중들이 우리 욕하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지 근데 생각해 봐? 대중들도 살인자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악플 수십만 건 불법 촬영물 다운로드 수십만 건 은근한 왕따 수천 건 이 통계에서 알 수 있는 건 대중 놈들도 사람을 죽인다는 거지 법만 어기지 않았을 뿐이지. 칼을 든 자만 살인자냐? 아니? 스스로 죽게 한 자들도 살인자야 옆 방에도 아동 음란물 쳐 보다가 2년 6개월 받은 놈 있잖아? 그 놈은 빙산의 일각 수준도 못돼 수십만의 악풀러가 있고 그 악플을 즐기는 수백만의 사람이 있고 불법 촬영물을 즐기는 수십만의 병신들이 있어. 누가 누굴 보고 욕한다는 거야.”


“형님 말은 이해 못하겠어요.”


“넌 평생 사기하지 마라.”


나의 이야기였다.


수십만의 아니 수백만의 살인자 중에서 ‘운 없이’ 걸린 나


그것이 바로 나였다.


세상에 선한 사람이 있을까?


범죄자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모의하고 있었고


그건 내가 보았던 컴퓨터 안의 세계랑도 다른 것이었다.


현실이었다.


내가 고통받는 것도 말이다.


난 계속 조폭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면도칼을 갈았다.


슥슥슥슥슥슥슥슥슥슥


내가 느낀 고통을 저놈에게도 돌려주자!!!!


그리고 난 그를 찔렀다.


그 조폭을 찔렀다.


목에는 피가 철철 흘렀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


그건


내가 여태껏 봤던 자살영상과도 다른 것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감각이 이렇게 생생할 수 있구나


사람의 생명을 꺼트리는 감각이 이렇게 무서운 것일 수 있구나


이제서야 난 죽음의 무게를 깨달았다.


감방 안은 난리가 났고 모든 교도소 기동타격대와 교도관이 투입되어 우리 감방 안을 뒤졌다. 나는 독방 안에 갇혔고 모든 수형자들은 몸수색을 받았다. 나는 그 모든 상황이 무서웠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이렇게 큰 일이었구나...


이제 나는


몇년형을 받을까?


그렇게 기다리던 와중 어떤 인간들이 내게 왔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혀를 찼다.


"그러게 범죄자는 교정이 안된다니까요? 저런 디지털 성범죄자는 더더욱요."


교도소장처럼 보이는 자가 이야기를 하자 멀쑥한 정장을 입은 자가 말했다.


"큰일이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격양되어 있는 마당에 개정된 법의 첫 사례자가 이런 행동을 하다니 이러면 우리 교정 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질 것이 아닌가?"


그 말에 교도소장처럼 보이는 자가 말했다.


"조두순을 12년을 주는 뻘짓을 사법부가 하느라 우리 교정당국이 욕을 먹어야 했지요. 그리고 각종 비용을 써서 그를 보호해 주는 짓까지 사실 저는 그가 자살했으면 바랐습니다. 그래야 일이 깨끗하게 끝나니까요."


멀쑥한 정장을 입은 자가 말했다.


"조두순 개인을 그렇게 보호해 주는 것과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법정형을 주는 건 다른 문제야 조두순은 개인이고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다수이지 않나. 우리가 미국처럼 교도소를 민영화한 것도 아니고 그들 모두를 감옥에 수감했다가는 비용 문제가 생긴단 말일세. 그리고 디지털 성범죄의 재범률을 생각하면 그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비용까지 덤으로 들고 게다가 사람들은 이 형량마저도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다고 시청자 전원 신상공개를 하면 사적 보복이 생길 거고 딜레마란 말이야. 결국 유엔 협약에 제지받지 않는 형태로 저들을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네 뉘른베르크 협정에 저촉되지 않게 말이야."


교도소장 처럼 생긴 사람이 말했다.


"어쨌거나 사회의 암종이군요."


"암종이어도 뭐 어쩌겠나 현 법무당국과 교정당국은 반드시 대안을 찾아 내고 말걸세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는 즉효약을 말이야."


그는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제안하겠네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자네를 감형해주고 또한 사회생활 불이익에도 제약을 주지 않을 것이라 법무부 장관으로서 약속하겠네 자네가 사람을 죽인 사건 또한 무마시켜 주고 말이야."


그건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이게 속임수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믿지요?"


그러자 교도소장처럼 보이는 자가 말했다.


"아직도 네 상황을 몰라? 교도소 내의 살인은 가중처벌이야!! 너는 최소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어!! 너 무기형 받고 싶어?!"


그러자 멀쑥한 정장을 입은 법무부 장관이 그를 말렸다. 하지만 그 말림에는 감정이 없었다. 오직 기계적인 동작만 있을 뿐이었다.


"워워 이 사람은 그저 상황을 모를 뿐이니까?"


그는 게속해서 말했다.


“우리는 목사가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을 구원할 것이었으면 목사를 했고 짐승을 구할 것이었으면 수의사를 했어요. 우리는 사법 당국입니다. 시민들의 불안과 재범률을 줄이고 범죄자를 사회에 무사히 복귀시키는 것이 우리 목적이에요. 당신의 감정 따윈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상황 따윈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양심 따윈 더더욱 관심이 없습니다. 당신에게 선택권 따윈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우린 당신을 ‘치료’할 거고 동일 범죄군의 범죄자들에게 그 실험 결과를 학습시킬 겁니다. 선택하십시오. 아니… 죽을지 말지 골라.”


그는 나를 비웃지도 않았다. 단지 인간이 벌레 보듯 쏘아보았을 뿐이었다. 그에게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상황이 나를 압도하였다.


그는 계속 말했다.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여기보다 더 깊은 교도소에 박아넣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행정적 조치를 동원해… 당신을 사회에서 재기하지 못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명령이었다.


이후 나는 신체 양도 계약서에 싸인을 한다음 어디론가 이송되었다.


그들은 내게 파자마와 양고기 술 담배를 주었다.


그리고 잡지와 신문도 주었다.


심지어 스마트폰도 주었다.


하지만 난 그것들을 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영상 속에서 수많은 죽음과 성폭행 학대를 즐긴 나였지만


손으로 조폭을 죽일때의 그 감각은 잊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감각은 끔찍했는데


어째서


같은 것인 살인 장면에는 그렇게 무감각했던 것일까?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쩌면 모니터란 것은 칼보다 무서운 무기였는지도 모르겠다.


난 그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체제는 내게 깨달을 틈을 주기도 전에 나를 연구소로 이송시켰다.


나는 연구소에 있는 침대로 이동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신경안정제를 맞았다.


몸이 나른해졌다.


박사들은 내게 말했다.


"'치료'가 끝나면 성착취물은 끔찍해질 거야 걱정 말라고 하하."


그들은 웃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리오네트였다.


명령받은 대로 움직이는


스스로 영혼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이전의 나도 그랬다.


이전의 나는 영상에 영혼을 저당잡혔었다.


영상이 주는 자극에 반응하는 반응체이고


노예였다.


그 영상에 나온 사람들이 노예가 아니었다.


내가 바로 노예였던 것이다.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그들


자극에 반응하는 노예인 나


그들과 내가 무엇이 다를까?


옛날의 나는 마우스를 쥔 손이 자유롭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결박과 그때의 몰입이 무엇이 다른가. 나는 단 한번도 그 화면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나는 휠체어에 태워지고 영상실로 이송되었다.


나는 영상실 뒤 의자에 온 몸이 묶였다.


머리 팔 다리가 순차적으로 묶였다.


그리고 배와 머리에 판넬 같은 것이 부착되었다.


판넬에는 전기줄이 전파 기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조수들은 날 묶은 뒤 코에다가 무언가를 씌웠다. 수술실에서 보는 인공호흡기 같은 것이었다.


드디어 영상이 틀어졌다.


처음에는 한명의 여자를 여러명의 남자가 강간하는 영상이었다.


그들은 여성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겁간했다.


그 순간


코 속에 인공호흡기 같은 것을 통해 지독한 악취가 흘러오기 시작했다.


나는 코를 움켜잡고 싶었다.


지독하다 라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독가스였다.


그 옆에서 박사들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그건 군용 생화학 가스야 특수 처리된 가스여서 내성도 안생겨 앞으로 그 영화 볼 때마다 그 냄새를 맡아야 할 거다. 앞으로 성착취물 생각만 해도 그 가스 생각만 하도록 굴려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하하."


난 계속해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잔혹한 영상을 시청할 때마다 특수 처리된 가스가 내 코와 뇌를 괴롭혔다.


그래서 이젠 그 영상을 생각하기만 해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어두운 밤


하얀 가운을 입은 박사들은 걷고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허공에다 뇌까렸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실험도 끝나가는 구만 대상 실험체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 잘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겠어, 높으신 분들도 이 결과에 만족하실 거야. 그럼 우린 승진하고 자넨 복수에 성공하고 좋지 않은가?"


다른 사람은 슬픈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런 방식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박탈시켜서 강제로 범죄를 멈추게 만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피해자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도 받지 못하는데?"


그 말을 들은 박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박광현 자네는 가해자가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는 거야? 우린 그냥 재범률만 낮추면 돼!"


박광현이라 불린 박사는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나는 그들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사죄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그냥 재범률만 낮아지면 되는 줄 알고 있던데?"


“재범률이 낮아진다 한들… 제 딸은 진정한 사과 없이는 구원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동료 박사에게 들리지 않았다.


마치 허공 속에 흩어지고 있는 담배연기처럼


그렇게 덧없이 사라졌다.


박광현은 다시금 힘을 주어 말했다.


사라지고 있는 말을 붙잡기 위해서 말이다.


“684호 아니 서정재, 난 자네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죄책감에 고통받았으면 좋겠네. 스스로가 노예임을 스스로가 깨달았던 것처럼 자유의지를 갖고 말이야.”


그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내가 왜 그 자의 자유의지를 바랄까? 한때 인간의 존엄을 믿었던 사람의 마지막 발버둥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인간적인 복수인가?”


그는 그렇게 혼잣말로 말한 후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가슴에 있는 십자가를 쥐었다.


“하나님 난 당신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존재하신다면 알려주십시오. 왜 우리가 선택의 고통을 가지게 두었는지요…”


그는 떠났다. 완전히 떠났다. 아니 완전히 떠나지는 않았다. 그건… 미련일까 아님 인간성일까?


이후


2주간 나는 계속 고통받았다.


내 자유의지는 계속 억압받았다.


나는 시계태엽이 되었다.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그들을 데이터로 취급했던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데이터로 취급되었다.


이건 인과응보인가?


정해진 기한이 다 되고 그들은 나를 불렀다


"이봐 일련번호 '684' 실험 끝이다. 이제 나와."


그 말을 들은 나는 자유를 찾았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인가?


아님


자유란 탈을 쓴 시계태엽인가?


난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알 것도 같았다.


나는 출소했다.


나는 이제 성착취물 생각만 하면 구토가 난다.


이건


내 자유의지인가 아님 시계태엽의 동작인가?


아니면 천벌인가?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유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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