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by 이엘

해나래와 해례는 천태산 중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에서 해나래와 해례는 숨을 골랐다.


먹을 것도 없었다.


입을 것도 없었다.


마실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자유는 있었다.


그러나


죄책감도 있었다.


해나래는 기억했다.


자신이 꺼뜨렸던 소을촌장의 숨통을


그 감각이 기억난다.


그 사람의 미래의 시간을 없앴다.


내 멋대로


나는 이제 착한 아이가 아니다.


죄책감에 빠져 있는 해나래에게 해례가 용기를 불어넣었다.


"고마워, 너가 아니었으면... 나는 죽었을 거야."


그 말을 듣고 해나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내가 소을촌장을 죽였기에 해례가 살았다.


죽이지 않았으면 해례가 죽었다.


해나래는 알았다.


폭력의 역설을


폭력은 책임을 가진다고


해례는 해나래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갈거야?"


해나래는 소을촌장이 죽을 때를 떠올렸다.


그 순간 누군가도 같이 죽었다.


해나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건 그 흑모라는 존재라고


그 흑모는 죽어가면서 말했다.


마고 여신의 뒷다리뼈로 만든 활과 화살로


쌍성일을 끝낼 수 있다고


그럼 답은 한가지다.


그 활과 화살로 태양과 달을 한 개씩 쏘아 떨어뜨리는 것!!


해나래는 그 모든 것을 해례에게 말했다.


해례는 처음엔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게 말이 돼? 해 하나와 달 하나를 떨어뜨리겠다니 인간으로써는 불가능한 일이야!!”


그 말을 듣고 해나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가는… 우리의 운명은 바뀌지 않아… 해 하나 달 하나를 떨어뜨려야지 쌍성일이 끝나고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신의 시대가 끝나!!”


그 말에 해례는 떠올렸다.


자신이 제물로 바쳐지기 전 그 심장을 움켜쥘 듯한 고통을


자신이 제물로 바쳐지기 전 내면을 찢는 고통을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부조리한 시대가 끝난다는 말은


해례한테는


구원이었다.


마침내 해례는 받아들였다.


그것이 자신의 운명 또한 바꾸는 것이기 떄문이었다.


해례는 말했다.


“넌 나의 구원자야.”


해나래는 고개를 저었다.


“널 구한 건 너야.”


그렇게 말하고 둘은 서로를 껴안았다.


해나래가 해례와 우정을 다지는 순간


성기는 조선군 삼천을 끌고 왔다.


준경 장군과 동수 호위무사를 필두로 삼천 군세가 해나래를 잡으러 진격한다.


준경 장군은 성기가 자신의 막사로 왔을 때를 회상했다.


"장군의 군대를 빌려아겠소."


성기가 준경에게 말했다.


준경은 그것을 무례라고 생각했지만


쌍성일의 재앙 앞에서 무례는 별 소용이 없었다.


준경은 고민했다.


"어린 아이인가? 쌍성일인가?"


준경은 자신의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 휘하의 군사들과 그의 가족을 생각했다.


그래


모르는 이보다 가까운 이가 소중하다.


준경은 그리 다짐하고 삼천 군사를 소집했다.


본래 삼천 군사를 소집하는 일은 조선왕의 발병부가 필요한 일


하지만


성기는 이미 조선왕의 봉서를 가지고 있었다.


준경은 성기의 말에 따랐다.


"알겠습니다."


다시 현재에 들어서


조선군 삼천과 천나라군 일만은 해나래의 족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천나라군 장군 황개는 짐승같은 감각을 가진 자


해나래가 마음 가는 대로 갔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천나라 천문관 지천은 황개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우리 세상이 일년에 절반 이상 비가 오는 이유는 태양의 열기와 두 개의 달에서 반사하는 태양 빛 때문입니다.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하늘에서 비가 자주 내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진창이 많이 생깁니다. 해나래는 틀림없이 그 진창을 걸어갔을 것이고... 그 진창 속에 찍힌 해나래의 발자국을 따라 가면 해나래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천나라군 사령관 황개와 조선군 사령관 준경은 그 말에 따라 해나래의 발자국을 추적했다.


지천 말대로 비가 많이 온 덕에 발자국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들은 15일 만에 천태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태산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소을촌을 발견했다.


황개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곳이 요괴를 섬기는 공간이라는 것을


천나라군 사령관 황개는 그곳 주민들을 모두 무릎 꿇렸다.


"악신을 믿는 너희 사교도들!! 분명 해나래가 어디로 갔는지 알터!! 바른대로 말하라!!"


그 말에 소을촌 주민들은 벌벌 떨었다.


준경은 황개를 진정시켰다.


"저들은 해나래를 모릅니다. 그렇게 다그쳐서는 되지 않습니다."


준경은 그들에게 다시 물었다.


"너희들이 협조하면 살려주겠다. 분명 흰 옷을 입은 소녀가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그러자 한 마을 사람이 준경에게 말했다.


"예 저희가 마을 바깥으로 빠져나간 제물을 찾을 때 그 소녀도 그 제물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 흰 옷을 입은 소녀가 저희 소을촌장님을 죽였지요. 저희가 어안이 벙벙할 때 그 소녀는 제물과 함께 천태산 정중앙부로 향했습니다!!"


준경은 혼잣말로 말했다.


"정중앙이라..."


준경은 잠시 눈을 감았다.


이들이 요괴를 섬기며 해마다 아이를 죽여온 사실은 마을 제단에 새겨진 핏자국만으로도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방금 전까지는 ‘협조하면 목숨만은 살려 두자’고 마음속으로 정했었다.


그러나 쌍성일을 앞둔 지금 그는 더 이상 뒤를 후환을 남기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그는 자신의 호위무사 동수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죽여라."


그 소리를 듣고 마을 사람들은 준경에게 빌었다.


"네 살려주신다고 하지 않으셨..."


“쌍성일이 급한 마당에 너희들까지 신경쓸 이유는 없다.”


그 말이 끝나고 마을 사람들은 군사들의 손에 죽었다.


그들이 해례에게 했던 폭력이 되돌아오는 순간이었다.


황개는 준경에게 말했다.


"일이 빨리 끝나겠어... 분명 식량도 먹을 것도 없을 테니."


준경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황개와 준경 성기 그리고 천나라의 천부장들은 군사회의를 열었다.


천태산 중앙부는 매우 폭이 좁은 곳이다. 그리고 가팔랐다. 게다가 비도 내려 미끄러웠다. 땅 밑의 자갈돌이 미끄러움을 더했다. 준경과 황개 그리고 성기는 그것을 알기에 고심했다.


1만 3천의 군세를 전부 투입시킬 수는 없다.


이 모순이 황개와 준경 그리고 성기를 괴롭혔다.


그리고 핵심 전력인 우마와 전차도 사용할 수 없다.


준경은 황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너무 과잉전력이었습니다. 아이를 추적할 때는 소수 정예 병력으로 추적했어야 했습니다."


황개는 그 말에 화를 내었다.


"이보게 국왕 폐하를 모독하는 것인가!!"


준경은 그 말을 받아쳤다.


"전 그저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


성기는 손벽을 쳤다.


"자자 진정하세... 1만 3천 군세가 완전히 무용지물한 건 아니네... 포위할 수 있으니... 전차병 일천과 기마병 일천 오백 그리고 제운병 삼천과 살수병 육천 오백은 산 전체를 포위하세. 나갈 길목을 막고 들어오는 이도 막으세. 어차피 이 천태산은 들어오는 사람도 없지 않았는가?"


준경은 그 말에 답했다.


"조선군 정예 살수 삼백과 천나라군 정예 살수 칠백이 해나래를 추적하는 거군요. 좋습니다. 추격대만 남고 나머지는 산을 물샐틈없이 포위하지요."


황개는 말했다.


"그럼 정리는 다 된 거군요. 병부상서님. 해나래를 잡고 인류를 구합시다!!"


성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정예병 일천을 추렸다.


천나라군 천부장 일천은 그 모습을 보고 괴로워했다.


"천하의 군세가 한 여자아이 잡으려고 훈련했는가?"


천문관 지천은 그동안 하늘의 뜻에 따랐다.


하늘의 뜻에 따라 해나래를 잡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렇지만


하얀 번개가 천구단을 치고 난 후 그의 마음에는 균열이 일었었다.


신이 해나래를 공양하기를 원하는 것일까?


정말로?


그런 의문이 든 후 그는 제사장 천지에게 갔다.


그는 천지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제사장 천지는 해나래가 도망친 뒤로는 어떤 글자도 읽지 못한다고 시인한 것이다.


천지왕의 말은 번개와 함께 끊겼고


지천은 그때부터 하늘이 더는 스스로의 뜻을 말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번개는 마지막 말이었고 그 다음부터는 인간의 말만이 남았다.


그래도 지천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신의 뜻을


그래서 그는 말을 준비했다.


그리고 황개가 향했던 천태산으로 향했다.


그는 두근대는 마음을 감추며 말을 달렸다.


그건


동요를 감추기 위한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한편 해나래와 해례는 천태산 부근을 떠돌아다녔다.


옷은 얇았으며


그나마 걸친 옷은 추위를 막아주진 못했다.


음식은 없었으며


물도 없었다.


극심한 굶주림과 갈증에 그들은 고통받았다.


굶주림은 위장을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었고


갈증은 입안이 바싹 마르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들은 단 한번 생각했다.


마을이나 궁전에 있었을 때가 더 낫지 않았을까?


세상에 내던져진건 너무 가혹했다.


죄도 짓지 않은 그녀들에게 그러한 짐은 너무 가혹했다.


하지만


하늘은 그들에게 답해주지 않았다.


다만


3일뒤


무성하게 열린 매실이 그들의 눈에 보였을 뿐이었다.


해례와 해나래는 매실을 따 먹고 배고픔과 목마름을 버텨낼 수 있었다.


그들은 용기를 얻었다.


그들은 다시금 마고 여신의 활과 화살을 찾았다.


추위에 그들은 고통받았고


해나래는 이따금씩 자신이 죽인 소을촌장의 환영에 시달렸지만


그들은 앞으로 나아갔다.


한편


조선군 살수병 삼백


천나라군 살수병 칠백


천나라군 만부장 황개


천나라군 천부장 일천


천나라군 병부상서 성기


조선군 장군 준경


조선군 장군의 호위무사 동수


그 모두가 해나래를 잡기 위해 천태산을 올랐다.


또한 사흉도 해나래를 잡기 위해 천태산을 올랐다.


모두가 각자의 신념을 갖고 천태산에 모였다.


해나래와 해례는 그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밤이 되자 해나래와 해례는 모닥불을 피웠다.


해나래는 해례에게 물었다.


"마고 여신의 활과 화살은 어디에 있는 거야?"


해례는 그 말에 우물쭈물하면서 답했다.


"나도 잘 몰라... 마을이 흑모를 모시면서 마고 여신에 대한 전승이 끊겼기 때문이야..."


"......"


해례는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듯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건 옛 기억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사람의 몸짓이었다.


"다만..."


해례는 해나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기억의 잔불로 해나래를 돕기 위해 해나래에게 먼저 말을 하는 것이다."


"끊기지 않았던 전승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헛소리 취급했지만... 난 기억하고 있어..."


해나래는 해례에게 물었다. 왜인지 중요한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뭔데?"


해례는 해나래에게 답했다.


"마고 여신의 전승은... 바로 마고 여신의 뒷다리뼈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에 존재한다는 이야기였어.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에 존재하지만... 모두가 쓸 수는 없다고..."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것?"


해나래는 아리송했다.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게 대체 무엇이길래...


해래는 해나래에게 답했다.


"그것은 두 가지라고 전승에서 전해지고 있어 모든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두 개라고."


두 개라...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해나래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


마음을 울렸다.


다음 날 밤


해나래는 처음으로 해례와 같이 숨을 쉬었다.


추격으로부터 겨우 겨우 피해 동굴에서 몸을 쉬게 했다.


해나래와 해례는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었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그들은 서로의 우정을 다졌다.


해나래는 말했다.


“우리는 살 수 있어.”


해례는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로 그 말에 대답했다.


“정말 우리가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생존 기술도 지식도 먹을 것도 없는데?”


해나래는 그 말에 대답했다.


“설령 우리가 죽는다 해도 땅에서는 의미를 남길 수 없고 하늘에서는… 의미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우리가 죽어야 한다는 건 아니야… 우리는 의미를 남기기 위해서 살아!! 우리는 살 거야 그리고 우리는 그냥 사는 게 아니라 부조리한 세상을 끝낼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해나래는 자신의 어머니 찔레를 떠올렸다.


두 개의 달로 인한 홍수에 자신의 지아비가 죽고 이 박사에게 강간당한 찔레


그 어머니는 자신을 학대했지.


자신은 어머니를 버렸지만


해나래는 어머니를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이 부조리한 세상이 어머니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나래는 생각했다.


이 부조리한 세상이 어머니를 그렇게 만들고


자신을 제물로 내몰고


해례까지 제물로 내몰았다.


자신은 이제 그 굴레를 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례 말대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다리에는 힘이 빠졌다.


아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


포기하고 싶었다.


내려가고 싶었다.


사실 그냥 죽고 싶었다.


그러나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가’라는 분노가 두 다리를 억지로 지탱해 주었다.


자신은 살고 싶었다.


부조리한 세상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해나래는 말했다.


“난 부조리한 세상에 균열을 낼 거야. 해례야 너가 포기하든 포기하지 않든 너의 선택이지만… 난 어떤 선택에도 너를 지킬 거야. 그것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


“그래. 고마워 해나래야.”


그렇게 말하고 해례는 해나래의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 소리는 산에 있는 모두를 숙연하게 하였다.


한편 황개, 성기와 일천 그리고 준경과 동수는 일천의 정예병을 이끌고 산에 올랐다.


가는 길마다 자연물이 그들을 방해했다.


식량과 마실 물은 넉넉했지만


비가 내려 바닥은 미끄러웠으며


나무가 없는 곳에서는 산사태까지 일어났다.


판금 갑옷은 물에 젖어 무거워졌으며


무기는 녹슬기 시작했다.


발에는 물집이 끼기 시작했으며


손에도 물집이 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개와 성기 준경은 용장


주저하는 군사들을 다그쳐 가면서 산을 올랐다.


군사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들이 천명을 어기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당장 눈 앞에 있는 상관의 불호령과 칼날이 더 무서웠기에


그들은 순순히 명령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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