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by 이엘

지천은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질문을 하기 위해 산을 오르고 올랐다.


그저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천태산은 높고 높았다.


돌, 나무, 비


그 모두가 지천의 앞길을 막았다.


신발은 헤졌고 발은 쓸렸다.


지천은 궁중 출신이라서 험한 건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군인들의 부뚜막을 추적해가면서 산을 올랐다.


쉬지 않고 올랐다.


동시에


황개의 군대도 산을 올랐다.


군사들은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황개와 준경만이 집념으로 산을 올랐다.


사흉 중 남은 둘


궁기와 혼돈이 이들을 보고 있었다.


궁기는 말했다.


내가 모든 인간을 죽일 거야!!


그렇게 말하고 궁기는 형상을 취했다.


그것도 모르고 군대는 계속해서 산을 올랐다.


하나




산을 오르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꽥 꽥 꽥


끼익 끼익 끼익


마치 죽은 이가 죽기 전에 내뱉는 단발마 같았다.


마치 동물이 도살당하기 전에 내뱉은 비명 같았다.


귀신과 요괴가 사람을 죽이기 전에 내뱉는 소리 같았다.


군사들은 이를 알아차리고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


"......"


"......"


군사들의 마음속에 침묵이 흘렀다. 그건 극도의 두려움의 표시였다.


두려움은 공포가 되었고


공포는 광기가 되었다.


광기는 곧


살육이 되었다.


군사들은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황개와 준경 동수 일천 그리고 병부상서 성기만이 이를 알아차리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곧 군사들은 이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군사들과 맞아 싸우기 시작했다.


악귀 대 악귀였다.


삶 대 삶이었다.


죽음 대 죽음이었다.


황개 준경 일천 동수 그리고 성기는 무기를 들고 군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이제 동료가 아니다.


이제 부하가 아니다.


궁기는 이를 보면서 웃었다.


낄낄 두려움에 잠식당하는 인간이란 큭큭


겨우 도착한 지천은 그 꼴을 보면서 탄식했다.


"결국,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치려는 결과가 이것이던가."


이제 군은 황개, 일천, 준경, 동수 그리고 병부상서 성기를 제외하고는 없다.


지천은 이들을 몰래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난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천은 산에 올랐다.


한편 인간을 모두 죽인 궁기는 이제 해나래와 해례에게로 갔다.


해나래와 해례가 있는 곳에 공포의 소음을 내었다.


끼익 끼익 끼익


끽 끽 끽


해례는 그 소리를 듣고 두려워했다.


자신이 죽기 직전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나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해례야 이건 그저 겁일 뿐이야 겁은 가까이 갈 수록 더 작아져."


그리고 해나래는 해례의 손을 잡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까이 갔다.


계속해서 가까이 갔다.


그러자


소리는 더 작아졌다.


그렇게 해나래는 확신했다.


아 중요한 건


마음의 힘이구나


마음의 힘이 두려움을 없애는구나


그렇게 깨달은 해나래는 계속 가까이 갔다.


그렇게 가까이 간 해나래는 궁기의 앞에까지 갔다.


궁기는 두려움의 존재 용기 앞에서는 작아진다.


궁기는 세삼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소멸했다.


그 순간


해나래의 손에 활이 나타났다.


해나래는 깨달았다.


아 마고여신의 뒷다리뼈로 만들어진 활은


사람의 마음 속에 있었구나


이제


화살을 찾을 것이다!!


해나래는 다짐했다.


한편 일천은 회의했다.


이게 옳은지


정말 이게 옳다면 이 현상은 무엇인지


정녕 옳은 것인가?


지천은 생각했다.


무엇이 신의 뜻인가?


무엇이


무엇이


무엇이


신이 의도하시는 바인가?


성기, 황개, 준경, 동수는 그저 쌍성일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산에 올랐다.


거기에 질문은 없었다.


해나래와 해례도 산을 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천태산을


모두가


각자의


꿈을 안고


올라갔다.


그만큼


쌍성일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침내 쌍성일은 단 하루를 남겨두고 있었다.


이전 10화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