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by 이엘

수색을 시작한 후


한 군사가 두 사람의 발자국과 모닥불을 발견했다.


"발자국과 모닥불을 발견했습니다!!"


그 말에 황개는 그 방향으로 달려갔다.


역시 발자국과 모닥불이 있었다.


하지만 더이상 그 외에 발자국은 남아있지 않았다.


황개는 준경에게 물었다.


"제물이 어디로 갔을 거라 생각하는가?"


준경은 그 특유의 직감으로 사냥감의 거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마 산 위로 갔을 겁니다. 해나래와 동행하는 자는 산 밑의 소녀이고... 산에 사는 소녀는 본능적으로 산 위로 가야 자신들이 살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 위로 가야 전체 풍경을 볼 수 있으니까요. 추적하기는 더 쉽습니다."


황개도 본능적 직감으로 그 말이 옳다 여겼다.


"딴엔 맞군... 위로 올라가지... 전군 위로 올라간다!!"


군사들은 피로를 풀 새도 없이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하지만 몰랐을 것이다.


그 뒤를 사흉이 따라오는 것을


그 시간 지천은 천태산에 다다랐다.


천태산 주위는 군사들이 겹겹이 애워싸고 있었다.


황개와 성기 등 주장은 산 위로 올라간 듯 보였다.


해나래를 만나야 하는데...


그는 도무지 군사들을 뚫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비가 계속 와서 군사들은 사기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주장은 산 위로 올라가 있는 상태


지천은 말을 달렸다.


그는 서둘로 봉인과 서체를 왕실 문서와 똑같이 흉내 냈다.


지천은


천나라 국왕 요의 칙서를 위조했다.


위조한 칙서로 지천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막사 안에서 위조한 칙서의 내용을 지천은 읊었다.


"모든 군사는 철수하라."


군사들은 의문이 들었다.


요임금이 정말로 철군을 명령했는가?


하지만


병사들의 마음속에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병사들은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그러한 생각에 따라


지친 군사들은 그 칙서의 진위 여부도 파악하지 않은 채 철군하기 시작했다.


지천은 알고 있었다.


칙서를 위조하는 것은 반역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질문이 중요했다.


신이 정말 인간을 버렸는지


군대는 계속 위로 올라갔다.


황개는 그 끈질긴 체력으로 천태산을 올랐다.


오르고 오르고 올랐다.


왕명을 받들겠다는 생각으로


해나래와 해례도 산을 올랐다.


왜 오르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마음이 시켰다.


그렇지만


그들의 체력은 훈련된 군인의 체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마침내 그들은 따라잡히고 말았다.


해나래와 해례는 군대를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


황개는 흰 머리에 흰 수염을 가진 사람이었다.


용력이 있는 이었고 체구가 담대했다.


해나래는 이자가 소을촌장보다 더 거대한 벽이라고 느꼈다.


황개는 해나래에게 말했다.


"순순히 끌려와라!!"


해나래는 그 말에 답했다.


"나는 황금조롱의 새가 아니야!!"


황개는 해나래의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쌍성일을 막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


"황금조롱의 새건 말건 간에 너는 인류를 지키기 위한 제물로 간택되었다. 순순히 죽어라!!"


해나래는 황개를 노려보았다.


"어린아이를 죽여 유지되는 세상이 잔혹한 세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일천은 그 말을 듣고 가슴에 무엇인가가 걸렸다.


잔혹한 세상


어린아이를 죽이는 세상이 잔혹한 세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천은 고뇌했다.


내가 하는 일이 옳은 것일까?


그 순간


괴수가 나타났다.


그 괴수는 조잡했지만 거대했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양의 몸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 불균형함이


예사롭지 못한 기괴함을 주었다.


그 괴수는 양의 털을 휘날리며 산을 올라왔다.


도철이었다.


사흉 중 하나인 도철이 강철 이빨을 드러내면서 해나래에게 다가갔다.


해나래는 제물 당장 죽어선 안된다.


이형의 존재를 깨달은 황개는 도철이 해나래를 물어 죽이려는 것을 창으로 막았다.


이빨과 창이 맞부딪히면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거대한 파열음이었다.


그 진동음에 병사들은 몸을 갸눌 수가 없었다.


도철은 그 거대한 몸으로 황개를 밀쳤다. 하지만 황개도 용장 그 거대한 몸으로 버텼다.


힘 대 힘


문명 대 야성이었다.


도철은 팔을 휘두르면서 황개를 공격했다. 황개는 창과 칼을 휘두르면서 도철의 팔에 상처를 내었다.


황개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보고만 있지 말고 어서 창으로 찔러라!!"


그 말에 병사들은 창으로 도철의 몸뚱아리를 찌르려 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황개와 달랐다.


찌르는 동시에 도철의 털에 병사들의 창이 튕겨져 나갔다.


병사들은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는 적에 대한 무력감을


자신이 용장이 아닌 것에 대한 무력감을


그때 느꼈다.


하지만 황개는 계속해서 싸우고 있었다.


오른손에 쥔 검을 역수로 쥐고 오른쪽으로 허리를 회전시켰다. 곧 검의 날은 도철의 털을 갈랐다.


황개는 오른쪽으로 회전하면서 왼발로 도철의 입가를 쳤다. 도철은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 아파했다.


황개는 주먹으로 도철의 눈가를 쳤다. 곧 도철은 눈을 꿈벅거렸다.


"인간이면서 이런 힘을 낼 수 있다니…하지만 그 힘에는 질문이 없다."


황개도 지지 않고 맞섰다.


"닥쳐라 요괴!!"


곧 그 둘이 격돌했다. 준경과 일천, 동수도 가세했다.


네 용장과 한마리의 신의 대결이었다.


동수와 일천은 도철의 다리를 검으로 베었으며 황개와 준경은 전위에서 도철과 힘겨루기를 했다. 황개와 준경의 힘 그리고 도철의 힘은 막상막하였다. 하지만 일천과 동수가 도철의 뒷다리를 베지 않았다면 그 둘이라도 힘들었을 것이다.


도철은 포효했다. 동수와 일천은 쓰러졌지만 준경과 황개는 버텼다. 하지만 그들도 피로와 상처가 누적되었다.


도철은 준경의 팔을 물었으며 준경은 도철의 배를 발로 차면서 도철을 떨어뜨리려 했다. 황개는 피로가 누적되어 도와주기 힘들었다.


해나래는 그 틈을 타 모닥불을 피울 때 쓰는 부싯돌을 들고 불꽃을 내었다.


그리고 나무에 불을 내었다.


곧 숲에 불이 났고 모든 군사는 당황했다.


황개는 도철을 불 붙은 나무에 밀었고 도철의 몸엔 불이 붙었다.


도철은 강철로 이루어진 요괴 불에 약하다. 곧 도철은 녹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도철은 불에 녹아 사라졌다. 그 혼란을 틈타 해나래와 해례는 사라졌다.


황개는 그 모습을 보고 주먹을 쥐었다.


"젠장 가장 큰 대어를 놓쳤군!!"


이제 사흉은 셋만 남았다.


도올 궁기 혼돈은 서로 말했다.


도철이 죽었어!!


흑모도 죽었어!!


도올이 말했다.


이제 내가 나설게 나는... 도철처럼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아!!


도올은 이제 형상을 감추며 나갔다.


해나래와 해례는 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해나래의 속마음에는 소을촌장의 망령이 자리잡고 있었다.


소을촌장은 해나래에게 낄낄거리면서 말했다.


“너가 운명을 부술 수 있을 것 같아?”


“넌 나를 죽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말대로였다.


해나래는 손에 묻은 피를 지워내지 못했고


목적도 명확하지 않았다.


해례 또한 방황하고 있었다.


해례에게 죽은 마을 사람들이 속삭이고 있었다.


“너는 희생되어야 해!!”


“마을을 위해서…”


“다른 아이들도 다 했는데 왜 너만 이기적으로 구니?”


그 말이 해례를 미치게 만들었다.


해나래와 해례는 죄책감과 싸우고 있었다.


동시에 군대는 행진하고 있었다.


황개, 일천, 준경, 일천 그리고 나머지 군사들은 지쳤다.


무엇을 위해 진격하지?


무엇을 위해?


무엇을 위해?


해나래와 해례도 나아갔다.


하지만


해나래와 해례의 마음속에도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지?


왜?


왜?


왜?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내면과 싸우고 있을 때


한 형체 없는 괴수가 서로의 내면에 들어왔다.


고요한 흉기였다.


도올이 황개 일행과 해나래 일행의 마음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 요괴는 속삭였다.


황개는 공을 위해 너희들을 소모시키려 하는 거야!!


해나래는 필요하면 너를 버릴 거야!!


그 속삭임이 군사들과 해례의 마음속에 동시에 들어왔다.


군사들은


황개가 자신들을 소모한다 여겼고


해례는


해나래가 자신을 버릴 거라고 여겼다.


3일


2일


1일


사흘이 지난 후 군사들은 황개에게 창을 들었다.


군사들은 소리쳤다.


"어째서 계속 행군을 하는 거냐!!"


"우리는 당신의 소모품이 아니야!!"


동시에 해례도 해나래에게 소리쳤다.


"난 내려가겠어!!"


"난 너의 영웅 놀이에 어울려주지 않아!!"


그 말을 시작으로 두 집단 사이에 분열이 시작되었다.


황개와 준경 그리고 일천과 동수는 칼을 들고 군사들의 반란을 진압하려 했다.


"너희들이 감히 반란을 일으키다니!!"


황개의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는 천하를 울릴 듯했고 하늘마저도 무너뜨릴 듯했다. 하지만


병사들의 피로를 풀지는 못했다.


병사들은 소리쳤다.


"우리는 내려가겠어!!"


그 말을 하고 병사들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황개는 칼을 들고 군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삼백의 군사들을 베고 반란을 진압했을 때 겨우 군사들은 소동을 멈추었다.


지휘관 성기와 황개는 외쳤다.


"알겠느냐!! 반란은 곧 죽음이라는 것을!!"


그 말에 군사들은 따랐다.


하지만


진심으로 복종한 것은 아니었다.


도올은 죽지 않고 더욱 번성했다.


그렇게 군사들이 서로 싸우고 있을 때


해례는 외쳤다.


"난 너에게 이용당하지 않아!!"


그리고 해례는 내려가려 했다.


해나래는 해례를 잡았다.


"왜 잡는 거야!!"


혜례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


바위틈에서 손을 잡아 끌어준 순간도 흑모에게서 벗어나던 순간도 기억했지만


‘그래도 나는 또 버려질 거야’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더 거친 말을 내뱉었다.


해나래는 해례의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은 의심의 눈빛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여태껏 품어왔던 의문이었다.


해나래는 해례의 눈빛을 보고 자신이 품어왔던 고통을 반추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내 선택은 맞았어.


그렇게 생각하고 해나래는 해례에게 조용히 말했다.


"내가 너를 구했을 때... 그 행동에는 거짓이 있었어? 목숨을 걸고 너를 구한 행위에 정말 거짓이 있었다고 생각했어?"


"......"


해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해나래의 행위에는 진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제물의 운명에서 자신을 구한 것


흑모에게서 자신을 구한 것


마을 사람들에게서 자신을 구한 것


그리고 그 눈빛


그리고 그 이름


거짓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존하는 진실 앞에서 해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올도 진실 앞에서는 더이상 해례를 꼬드길 수 없었다.


해례 안에 있던 도올이 도망치려는 찰나


도올은 해례의 눈을 통해 해나래의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은 진실을 향해 가는 눈빛이었다.


질서를 부수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 도올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 의식에 도올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거짓에 공포에 허위에 기반하여 사는 도올은


진실의 눈빛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도올은 해나래의 눈빛을 보고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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