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과 류츠신 옌과 찬 이한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300명의 사람들은 우주선에서 생활했다.
그들은 서로 물품을 나누고
어린아이를 돌보고
노약자를 보호해 주었다.
그렇게 생활하면서 그들은 달 기지로 가게 되었다.
달 기지
과거 정부가 우주 개척을 위해 전진기지로 만들어 두었던 곳
우주선은 그곳에 정착했다.
사람들은 달 기지에 내렸다.
달 기지는 반영구 유지 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설은 유지되고 있었다.
다만 영구적으로 살 수는 없는게 단점이었다.
사람들이 다른 행성으로 가야 하는 이유였다.
달 기지에는 냉동고, 항법 장치, 또다른 우주선 등이 있었다.
또다른 우주선
그것은 세대 우주선이었다.
세대 우주선
이전 정부에서 우주 개척을 위해 수십년 규모의 예산을 들여 만든 우주선
항성 간 이동을 할 수 있게 설계된 만큼
4000만톤 정도의 거대 오리온 우주선이었다.
오리온 우주선의 원리는 핵폭발을 이용해서 날아가는 것이다.
우주선 중앙에 있는 관에다가 핵 수천개를 적재한 후 하나씩 발사한 다음 폭파시켜 그 추진력으로 나아가는 구조였다.
핵심은
핵폭탄을 1.1초마다 20에서 30m거리에서 폭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속도로 발사해야 하는 것
그리고 *핵폭탄의 힘을 최대한 우주선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었다.
* 핵폭탄의 적재 방식은 위에 추진제, 채널필러, 방사선 케이스, 핵 장치, 운반 케이스 그리고 맨 밑에 융합 및 발사 장치가 있는 방식이다. 핵폭탄의 힘을 우주선 쪽으로 향하게 하려는 설계이다.
핵이 폭파되면서 기화된 플라즈마가 우주선의 뒷부분에 있는 추진판을 밀치고 추진판은 스카이퐁퐁처럼 생긴 유압장치로 이 힘을 흡수하면서 우주선은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천개의 핵폭탄을 하나씩 순차적으로 폭파하면서 생기는 힘으로 오리온 세대 우주선은 광속의 0,33%까지 가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마찰에 의한 저항력이 없다. 그래서 계속 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우주선의 3000만톤은 핵이 차지했고
우주선의 1000만톤은 세대를 거듭해가면서 항해할 수 있는 우주선 답게 공장 지대, 농장, 냉동고, 수면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하루 동안 그곳에 적재할 수 있는 모든 물자를 적재하였다. 그리고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만 하루 동안 잠들었다. 그리고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류츠신은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계로 가자고 했다.
류츠신은 달 기지에서 하나의 기록을 쥐면서 말했다.
“여기 알파 센타우리 항성 A와 B 그리고 프록시마 항성계의 항성의 중력의 영향을 아주 적게 받으면서 알파 센타우리 항성 B 그러니까 모항성의 광량을 안정적으로 받는 알파 센타우리 계의 골디락스 존을 도는 행성이 있다는 정보입니다. 거기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천년, 세대를 거듭해서 갑시다.”
찬은 그 말을 못 믿겠다는 듯이 말했다.
“알파 센타우리계의 골디락스 존을 돌면서 단일성계도 아닌 삼중성계의 중력과 광량을 안정적으로 받는 행성이 존재한다는 말이오?”
류츠신은 그 말에 주먹을 쥐면서 말했다.
“이전 정부의 연구소에서 기적적으로 그 행성 그러니까 녹색광을 내뿜는 행성을 찾아내었다고 이 기록에 적시되어 있어요. 사실 이 오리온 우주선이 막대한 예산을 소모하는 만큼 확실한 검토가 없었으면 이 계획을 실행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찬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아직도 못 믿겠다는 말투였다.
“그렇게 완벽한 조건의 행성이 정말로 존재한다니…”
하지만 명백한 증거 앞에 찬도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류츠신은 발광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곳에는 물이 있는 행성이 있으니 우리가 살 수도 있다고
첸과 옌 찬과 이한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에 찬성했다.
하지만
우주의 광대한 시간
그것이 문제였다.
알파 센타우리계 계열 행성까지 가는 데는 약 천년 정도 걸렸다.
천년 정도 걸리는 이유는 이츠카의 속도가 빛의 속도의 0.33%밖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츠카는 핵폭발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인간을 안전하게 광속 가까이 가속할 방법은 아직 없었기에 세대를 거쳐서 가게 되는 것이었다.
냉동 수면도 없어서 사람들은 폐쇄 생태계 내에서 무언가를 생산하면서 알파 센타우리계로 가야 했다.
모두들 고민하고 있을 때 류츠신은 말했다.
"도전해 봅시다. 어쨌든 우리 후손에게는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 말에 어떤 사람은 망설였다.
우주 공간에서는 굶어죽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류츠신이 그들을 설득했다.
"안온한 완전함보다 불편한 불확실성을 위해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이 아닙니까?"
그 말에 사람들은 굳은 마음을 품게 되었다.
안온한 방공호보다
불편한 우주를
완전한 평온보다
불완전한 개척을
우리는 선택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그들은 결정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세대 우주선 이츠카에 항법 장치를 설치하고 우주선을 출발시켰다.
사람들은 세대 우주선 내에서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했다.
작물을 키우고 부품을 생산했다.
순조롭게 항해는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 이제까지는 말이다.
어느날 항해실에서 류츠신과 첸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주변 우주를 비추는 스크린이 이상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류츠신은 이상 현상을 알아채고 항법 항로계로 갔다.
그곳에서 류츠신은 이상 현상을 보았다.
"이게 뭐지?"
첸은 류츠신에게 물었다.
"이게 뭐지요? 중력장이..."
류츠신은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을 쳐다보니 알파 센타우리계로 가는 길목이 말 그대로 강력한 중력장에 의해 '접혀'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처음이었다. 아니 일반적인 자연현상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주위에 블랙홀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 이상 갑작스럽게 공간이 일그러질 리는 없었다. 이건 이상현상이었다.
일그러진 길목에는 각종 은하계와 행성 항성들이 보였다. 공간이 접혀서 마치 일그러진 원통형 같이 보였다.
류츠신은 생각했다.
이게 뭘까? 이건... 알파 센타우리계로 가는 길목에 이런 중력장이 생겼다는 것은... 아마도... '인류 이외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공간을 일그러뜨리려고 한 거다.
그건 무슨 의도일까?
일단 항법상으로 우주선은 알파 센타우리계 행성계로 잘 가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저 중력장은 일종의 지름길이라는 것
우리 인류 이외의 누군가가 중력장을 일그러뜨려 알파 센타우리계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 준 것이다.
류츠신은 항법 항로 안의 함수로 도착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띠띠띠
항법 항로 안의 좌표계는 계산을 시작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좌표계는 화면에 숫자 3을 띄워놓았다.
그것은 약 3년 뒤에 우리는 알파 센타우리계 행성계에 도착한다는 것!!
류츠신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의아해했다.
"이 길목을 뚫어준 것은 누굴까? 첸?"
첸은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외계인이.... 정말로..."
류츠신은 생각했다.
이건 이상현상이다.
고대부터 이상현상은 천명으로 해석되었다.
천명은 권력이 되었고
그 권력은 사람을 죽였다.
외계인의 존재는 천명을 다시 부활시킬 것이다.
류츠신은 턱을 짚더니 말했다.
"일단 이건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기로 하지."
그 말에 첸은 류츠신을 잠시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왜 이 사람은 이 말을 할까? 왜지 진실을 알려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뭐라고요? 왜 알리지 않겠다는 거지요? 진실을 알려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첸의 말을 듣고 류츠신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것은 역사가로서의 양심이 잠시 눈을 감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였다. 류츠신은 눈을 다시금 뜨고 단호히 말하기 시작했다.
"너도 알겠지... 내가 설명해 준 역사를.... 천명에 대한 역사를..."
첸은 떠올렸다. 천나라 이후 사람들이 하늘의 뜻을 이용해 권력 다툼을 했다는 그 역사를.... 자신도 하나라의 천명 쟁탈전을 보았기 때문에 잘 알았다.
"알아요... 그래서 그게 무슨 연관이 있지요?"
류츠신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정체 불명의 존재가 우리를 위해 길목을 뚫어주었다...는 사실을 가지고 여기 세대 우주선의 사람들이 분열되지 않을까 고심하는 거다... 이건 확실한 증거야.... 우리는 천명의 망령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이제 겨우 벗어났는데... 또 다시 천명을 믿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그건 분열의 씨앗이 될 거다."
첸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진실을 덮겠다고요?!!"
류츠신은 손을 내리며 말했다.
"당장 알리지 않겠다는 소리다... 사람들이 천명의 악령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을 때 그 때 진실을 알릴거다... 날 믿어라 첸.... 난 기록자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릴 거다. 반드시!!"
첸은 류츠신의 눈빛을 보았다. 류츠신의 눈빛에는 진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진실이 언제 거짓으로 바뀔지는 자신으로써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류츠신의 말을 들은 이상 첸은 류츠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면 천명 쟁탈전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류츠신의 말은 헛으로 넘길 수 없었다. 자신도 그 참상을 직접 보았으니...
자신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자신은
류츠신을
믿어야
하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에 도달했을 때 자신은 어디에 있을지 첸은 고민했다.
류츠신은 첸의 고민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진실을 감추어야 한다는 너의 부담 안다.. 나도 그 부담이 있으니... 하지만... 나는 이 300명의 무리의 실질적인 지도자야... 300명으로 감축된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이 내게는 있다. 책임이 생긴 순간 역사가로써의 사명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그 말을 듣고 첸은 말했다.
"지도자의 책무가 역사가의 책무보다 중요한 줄은 처음 알았군요... 하나라 황제도 그랬을 거에요..."
그렇게 말하고 첸은 나갔다.
류츠신은 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류츠신은 첸이 처음으로 자신과 멀다고 생각했다.
한편 류츠신에게서 떨어진 첸은 생각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류츠신의 논리에 동의해야 하는가?
아님 지금 당장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알 수 없었다.
3년간의 시간
그냥 침묵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첸의 마음속에 들었다.
하지만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침묵해... 류츠신과 척지기 싫잖아... 이한과 류츠신이 실질적인 이 우주선의 수장인데... 너가 말하면 그 둘이 갈라질 거야..."
첸의 마음속에서 혼돈이 속삭였다.
첸은 고민했다.
침묵하는 것이 옳을지
말하는 것이 옳을지
"진실은 감추어도 곧 드러나게 되어 있어 첸."
첸의 마음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자신이 자유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을 때 자신의 마음속에 들렸던 소리였다.
쌍성일을 끝내고
사흉을 없앤
자유의 소녀
자신의 마음속에 그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었다.
진실은 감추어지지 않는다.
그건 진실이다.
하지만 300명의 사람들을 분열시키지 말아야 할 책임도 있었다.
첸은 생각했다.
하나라 황제가 천명을 이유로 지나라를 정복하려고 했던 것을
타이지가 천명을 이유로 하나라 사람들을 핍박했던 것을
첸은 떠올렸다.
비웃음거리가 되었던 어린아이의 시신을
두려움에 떨던 옌의 모습을
그것 모두 하나라 상층부가 천명을 핑계로 저질러왔던 만행이었다.
첸은 그냥 침묵하기로 마음먹었다.
첸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일어나서 거울을 보았다.
하지만 거울속에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타이지의 얼굴이 보였다.
타이지는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거봐 너도 똑같이 된다니까? 위선자 놈아?"
그 말을 듣고 첸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옳은지.
첸이 사라진 곳에서 류츠신은 고민했다.
자신이 진실을 감추는 것이 옳은지?
지천의 후예랍시고 역사가를 자처한 자신이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진실을 감추는 것이 옳은지...
류츠신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때 이한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무슨 고민 있습니까? 류츠신?"
류츠신은 자신이 얼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류츠신은 순간적으로 얼버부리려는 순간...
류츠신은 자신의 고민을 이한에게 털어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같은 어른이어서 자신의 고민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류츠신은 자신이 본 것을 이한에게 모두 말하기 시작했다.
이한은 그것을 듣고 수심에 잠겼다.
"확실히 그렇군요... 그 사실이 알려지면 확실히 이 작은 인류 집단에서 폭동이 일어날 확률이 높겠어요... 일단 알리지 않은 것은 잘하셨습니다."
의외의 대답에 류츠신은 놀랐다. 이한이 자신을 비난할 줄 알았는데 자신을 격려해주자 어리둥절한 것이다.
이한은 어리둥절해하는 류츠신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는 300명이라는 인류 공동체를 이끌어갈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가 실질적인 대표 아닙니까? 찬은 그저 의료인일 뿐이고 우리가 실질적인 상징이니... 우리가 바로 서야 하는 것은 맞지요..."
류츠신은 이한의 말을 계속 들었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한은 자신의 말을 계속 했다.
"이렇게 합시다. 진실을 한동안 감추기로... 확실히 당신의 염려대로 천명이라는 망령이 300명의 인류 공동체에게 옮겨가면 우리가 그동한 지켜왔던 '질서'가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외계인을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될 것이고 그것은 분열의 씨앗이 되겠지요... 하나라가 천명을 바탕으로 제가 지도했던 지나라를 침공하려 했던 것은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류츠신은 이한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이한은 류츠신에게 답했다.
"일단... 진실을 묻읍시다. 천명이라는 망령이 인류 공동체에게로 가면... 혼란이 벌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 둘만 그 진실을 관리합시다. 우리 둘이 그 진실을 '편집'하고 관리해서 사람들을 통치합시다."
류츠신은 이한의 말에 어떠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에선가 들은 익숙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하나라가 방공호 인류를 통치하는 방식 아니오?"
이한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세게 저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그것과 다릅니다. 그런 약과 성착취에 중독된 인간 쓰레기들과 다르게 우리는 안정과 질서를 위해 진실을 한시적으로 감추는 겁니다. 나중에 공개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저들과 다르게 특수 상황입니다!!"
이한은 열변을 토했다. 그것은 자기합리화를 부정하는 몸부림 같기도 하였다.
류츠신은 고민했다.
자신이 옳은지
자신이 틀렸는지.
하지만
천명의 망령이 두려운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지구의 인류가 거의 죽은 마당에
여기 인류마저도 내전으로 죽게 되면
인류의 존속은 끝장이다.
어차피 진실을 밝히지 않을 것도 아니지 않는가?
류츠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우리가 진실을 일단 감추지요..."
이한은 웃으며 말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우리는 하나라 상층부와 다릅니다.
그리고 이한은 나갔다.
나가는 이한을 보고 류츠신은 불안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첸이 걸려서인가?
아님
진실을 파묻고 있는 자신이 걸려서인가?
류츠신은 역사서에 있는 한 문장을 떠올렸다.
그것은 왕 걸에게 죽기 직전 상헌이 남긴 말이었다.
"진실은 죽지 않는다!!"
류츠신은 그 말을 떠올리고 가슴을 만졌다.
왜인지 모르게
그 말이 쑤셨기 때문이다.
류츠신이 고민하고 있는 와중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12시간이 지난 후(태양 기준의 시간을 쓴다)
이한은 사람들을 모두 모았다.
300명의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무슨 일이지?"
"이한이 괜한 일로 우리를 부를 리가 없는데?"
"무슨 문제 있나?"
이한은 모두를 우주선 내부의 광장에 불러 놓고 숨을 가다듬었다.
그는 류츠신처럼 서술형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언어로만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여러분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하나라의 마수에서 벗어나 알파 센타우리계 계열 행성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나면... 모두가 죽습니다!! 질서를 세웁시다!!"
"국가를 세웁시다!!"
사람들은 웅성웅성거렸다.
국가를 세우자니?
그냥 소규모 공동체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었나?
이한은 목청에서 피를 끓는 듯한 간절한 목소리를 내었다.
"여러분!! 우리는 축소된 인류입니다!! 우리는 인류의 마지막 후예입니다!! 우리마저 죽으면 인류가 존속하지 못합니다!! 나라를 세웁시다!! 규칙을 세웁시다!! 지도자를 뽑읍시다!! 규칙 위반자는 처벌합시다!!"
사람들은 더욱 웅성웅성 거렸다. 그들은 고민하고 있었다.
하나라에서 겨우 탈출했는데 또 다시 국가를 만들자고?
그 의문을 품은 한 사람이 물었다.
"이봐!! 하나라에서 독립했는데... 또 다시 국가를 만들자고?!"
그 사람은 떠올렸다.
배관실에서 일했을 때 들려오던 감독관의 고함 소리를
그렇게 일하고서도 생존을 위한 토큰이 수 개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것을
은행에서 빚을 진 사람이 어떻게 장기가 팔리는지에 대해
그에게 국가는 그런 것이었다.
가난한 자가 더 부유한 자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그런 구조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피를 토하듯 말했다.
“국가란 것은 우리를 핍박하는 수단이었어!!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하나!!”
이한은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는 어째서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냐는 원망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이한은 지도자 그 원망의 시선을 거두었다. 대신 용인술을 펼쳤다.
"우리의 국가는 다릅니다... 하나라와 달리 폭압적인 체제가 아니지요... 하나라와 달리 공평하게 나누고 지도자는 공정하게 뽑습니다... 지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지요."
그 말에 이한에게 물었던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이한은 지나라의 지도자였다. 그가 비교적 공정했던 지나라의 지도자였던 점이 이한이 했던 말의 신용을 보증했다.
그래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대신 의사 찬이 이한에게 물었다.
"그 체제가 타락하지 않을 가능성은? 그리고 왜 지금... 국가를 세우자는 거요?"
이한은 한숨을 쉬면서 찬을 쳐다보았다.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을 이한은 느꼈다. 순간 찬은 이한의 눈빛에서 설명할 수 있는 초조함이 있음을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 찬은 아직 몰랐다.
하지만
그 초조함이 위험한 것이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한은 찬에게 천천히 아이에게 세상을 가르치듯이 체제의 정당성을 설명해 주었다.
"이 좁은 우주선에서 규율이 없으면 곧 멸망하오 찬… 생각해 보시오 지금껏 생산한 물품들이 공정하게 나누어졌소? 다툼이 일어나지 않았소이까? 나는 보았소 생산품을 두고 몇번 다툼이 일어났던 것을!! 그 생산품은 규율에 의해서 나누어져야 하오!! 난 그걸 이제 깨달았을 뿐이오..."
찬은 그 말에 반박할 명분을 당장은 찾지 못했다. 사실이 그랬다. 찬은 떠올렸다.
물품을 얼마나 생산해야 할지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던 것을
물품을 얼마나 나누어야 할지 몰라서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던 것을
그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몇몇 약삭빠른 사람들은 사적 재산을 축적했고 몇몇 둔한 사람들은 생산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했다.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라 우주선 사람들 거의 다 그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래 맞아 이 좁아터진 우주선 안에서 규칙도 없으면 멸망해..."
"이한 말이 맞아... 천년간 우리가 버티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해."
"공동체만으로 유지할 수 없어..."
"우주선 승객을 더 늘려야 해!!"
그렇게 모두의 합의가 끝난 뒤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국가를 세우자!!"
"국가를 세우자!!"
"지도자를 뽑자!!"
"규율을 만들어 이 우주선을 통치하자!!"
모두가 외쳤다.
그 모습을 찬 그리고 옌 그리고 숨어있던 첸이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한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공나라'를 세웠다.
"빌 공"자를 써 공나라.
공나라의 지도자는 투표로 선출했다.
투표로 선출된 지도자는 연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한이었다.
그는 지나라를 경영한 경력이 있고 하나라 군사들을 막아내었다.
이한은 투표로 선출된 후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1. 허위 진실을 유포하여 공동체를 위협하는 자를 제재한다.
2. 정당한 사유없이 하루 10시간 노동을 하지 않는 자는 제재한다.
3. 폭행, 살인, 강간을 하는 자는 제재한다.
4. 배급품은 일 공헌도에 따라 분배한다
5. 개인 간의 사적 거래는 금지한다
6. 공나라 이외의 사적 단체를 설립하는 자를 제재한다
7. 지도부는 10년에 한번씩 공동체의 투표로 선출한다
8. 마지막으로 천명을 입에 담아 공동체에 반역하려는 자를 제재한다
이 규칙들은 우주선 내부에 공지되었으며 300명 모두가 보게 되었다.
첸은 이 같은 규칙들이 마치 폭력만 없는 하나라 같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같은 규칙에 반발하면 제재당한다.
첸은 일단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