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by 이엘

이한과 류츠신이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찬과 첸 그리고 옌은 함께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하면 진실을 알릴 수 있겠느나고


1번 규칙이 있는 이상 진실을 알리면 반역자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그대로 알리는 것은 위험하다.


찬은 첸과 옌의 걱정을 알았다는 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안을 진정시켰다.


"괜찮아... 내가 방법이 있어... 어른의 방법이 있단다... 어른의 방법이 나쁜 것만은 아니야..."


어른의 방법?


그것이 무엇인지 첸과 옌은 궁금해졌다.


첸은 그게 무엇인지 어림짐작으로 알 것 같았지만...


찬의 목적을 몰랐기 때문에 그냥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믿을게요 아저씨."


"고맙다. 첸."


찬은 첸의 어깨를 두들겼다.


다음날 아침


한달에 한번 있는 공동 회의였다.


공나라는 직접 민주정 체제이기 때문에 한달에 한번씩 사람들을 모아 두고 공공 회의를 연다. 그곳에서 상황과 규칙을 재점검한다.


이한은 단상 위로 올라가서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이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정보를 쥐기 위한 위치 선정이었다. 위로 올라가서 사람들의 정보를 꿰뚫는 것이다.


이한은 아래를 쳐다보면서 한달 보고를 했다.


"식량은 여유분이 있고 공산품도 필수품이 다 생산되었습니다. 그래서 식량 생산 인원 중 일부를 공산품 지대로 돌려 오락거리를 생산할까 합니다."


사람들은 그 말에 기뻐했다. 오랜 항해에 지쳤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오락거리가 생기는군."


"나라를 세우고 질서를 세우니까 이게 좋네..."


"소규모 공동체에서 멈추었으면 잘 안될 뻔했는데."


사람들은 안심하기 시작했다. 공나라의 체제가 안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한은 핵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산 노드에서는 철강과 필수 '치안' 물건 같은 물품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공동체의 안정을 위해서이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고도의 화술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한 후 총탄과 철창 같은 위험 물건은 치안 물품이라고 단어를 바꾸어서 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한은 총탄과 철창을 '민주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찬은 그 흐름을 포착했다.


찬은 그 흐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한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가고 있습니까?"


이한은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즉석에서 꾸며낸 말을 뱉어내었다.


"아 우리는... 아 그렇지... 운석 지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찬은 이한이 당황하면서 내뱉은 말의 꼬리를 붙잡았다. 이건 기회였다.


"운석 지대요? 정말 위험한 곳 아닙니까!! 그런 지대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공나라 사람들이 모르면 어찌됩니까?! 앞으로는 한달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우리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업데이트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말에 이한은 몸을 움찔했다. 갑작스러운 약점을 찔린 셈이다. 찬이 이런 식으로 공격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 저... 그게..."


"그 말이 맞다!!"


"맞다!! 업데이트 하라!!"


"안하면 우린 일을 하지 않겠다!!"


사람들은 운석 지대를 지나고 있다는 말에 공분해서 이한에게 소리쳤다. 이한은 어쩔 수 없이 약속해야만 했다.


한달에 한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업데이트 하겠다는 약속을


"알겠습니다. 한달에 한번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찬은 거기에 못을 박았다.


"아예 규칙으로 박아 두지요. 한달에 한번 '거짓 없이' 우리가 어디를 지나는지 업데이트 하기로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지도부 전체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요? 알겠습니까?"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도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켜라!!"


"지켜라!!"


"제정하라!!"


그 압박에 이한은 9번째 규칙을 제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한은 자신의 실수를 뼈져리게 후회하면서 규칙을 공지했다.


9. 지도부는 한달에 한번씩 거짓없이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공개한다. 오류가 있을 경우 지도부 전체가 퇴진한다.


이한은 공동 회의를 끝내고 항법 장치가 있는 우주선 항해실로 들어왔다.


거기에서 이한은 물건을 집어던졌다.


"에잇!!"


그 꼴을 류츠신은 비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뭐 안되는 일이라도 있는가?"


이한은 목에 피 끓는 소리를 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찬 놈이 우리 체제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어!! 9번 조항은 우리가 물러날 수도 있는 정치적 조항이야!! 그렇다고..."


류츠신은 이한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였다.


"그렇다고 죽일 수는 없고 말이지."


이한은 류츠신이 한 말을 듣고 몸서리쳤다.


"뭐야!! 그건 아니네!! 찬을 죽이다니 난 그런 생각 한적이 없어!! 우린 하나라와 다르네!! 우리는 그런 야만적인 방법을 쓰지 않아!! 게다가 찬은 우리 혁명 동지 아닌가?!"


류츠신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총탄과 철창의 생산을 밀어붙였는가?"


이한은 그 말에 얼굴을 찌뿌리면서 말했다.


"그것은 말했잖는가!! 어쩔 수 없는 행위라고 그걸 사용할 일은 없을 거야!! 내 장담하지!!"


류츠신은 계속해서 쓴 웃음을 지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면 좋겠네..."


이한은 얼굴을 다시금 찌뿌리면서 말했다.


"그래도 찬이 방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야.... 어떻게 하지? 방법이 있나 류츠신?"


류츠신은 그 말에 단답했다.


"무기를 쥐고 있는 건 우리네... 식량 배급권을 갖고 있는 건 우리니까. 그리고 정황상 첸과 옌과 영합한 것이 분명하니... 반체제 집단 조직죄로도 엮어 넣을 수도 있지... 그렇게 철창 속에 집어넣으면 잠시 말을 듣지 않겠는가?"


"......"


"하지만, 명심하게 이한, 진실은 덮을 수 없다는 것을...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그렇게 말하고 류츠신은 나갔다. 이한은 류츠신이 나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왜인지 모르게 류츠신의 그 말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말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의 현시 같았으니까.


말을 끝낸 후 류츠신은 바깥에 나갔다. 그리고 노동 현장을 감독하기 시작했다.


인원을 배분하고 관리판에 공헌도를 적었다. 공헌도를 결정하는 결정관인 만큼 그에게 잘 보이려는 노동자가 많았다.


류츠신은 공산품 생산 노드에서 일하고 있는 첸을 발견했다. 첸은 아직도 노동자였다.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하나라 시절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을 시절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때


첸이 류츠신을 바라보고 눈짓했다.


그리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이제 권력자 다 되셨네요..."


류츠신은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이 왜인지 모르게 찔렸다.


"......"


"이리로 오렴..."


첸은 류츠신의 손짓을 따라 구석으로 갔다. 류츠신은 그곳에서 첸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위에서 아래를 보는 눈빛이었다.


첸은 그 변화를 알아채고 말했다.


"아저씨가 쌍성일에 대해 알려주었던 건 기억나요... 어떤 여자아이 그러니까 해나래라는 소녀가... 해 하나 달 하나를 떨어뜨리고 인간의 시대를 열었다고... 그 인간의 시대를 기록하기 위해 아저씨가 있는 것이라고 아저씨 스스로가 말했잖아요. 그렇게 저를 하늘로 우주로 인도했잖아요. 근데 왜... 반복하는 거에요?"


그 말에 류츠신은 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답할 수 있었다.


"그건 우리가 아직 우주선에 있어서다. 그리고 그 소녀 해나래가 해 하나 달 하나를 떨어뜨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신화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어떤 요인 x에 의해 해 하나 달 하나가 부서졌다는 설이 있어. 사실 인간이 활과 화살로 해 하나 달 하나를 떨어뜨린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현실론자의 말이었다. 이제 류츠신은 현실주의자로 영락했다.


이상주의자는 이제 없다.


첸은 그 차이를 직감하고 말했다.


"아저씨 변했군요."


"난 아저씨가 열어준 세상을 통해 배웠는데..."


"아저씨는 다시 반복하고 있어..."


"그만 일하러 갈게요... 권력자 아저씨."


첸은 생산 노드로 일하러 갔다. 류츠신은 첸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붙잡을 수 없었다. 왜인지 권력자 아저씨라는 말이 마음 속에 깊숙히 박혔다.


류츠신은 고민했다.


어떻게 해나래라는 소녀는 활과 화살만으로 해 하나와 달 하나를 떨어뜨렸지?


어떻게 해나래라는 소녀는 천태산에서 그런 활과 화살을 다룰 수 있게 되었지?


천태산은 존재한다.


소을촌도 존재한다.


해나래라는 소녀는 정사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지천의 기록에만 등장할 뿐이다.


교차검증이 불가하지만


자신이 믿었을 뿐이었다.


만약


해나래라는 소녀가 진짜로 있었고 해나래의 활과 화살에 우주적 진실이 있었다면


그건 지금의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한편 이한은 하루가 가면 갈수록 초조해져가고 있었다.


항로를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그러면 중력장 왜곡 사실이 들통난다.


중력장 왜곡 사실이 들통나면 공나라의 집권정당성이 흩어진다.


그러면 천명이 다시 일어날 것이고 300명 공동체는 분열될 것이다.


이한은 독한 마음을 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찬을 고립시키기로


다음날


찬은 자신의 표에 적힌 공헌도를 보았다.


공헌도가 30 30 31로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자신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이것은 공나라 지도부가 획책한 일이다.


찬은 그것을 보고 공나라 지도부가 자신을 고립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한을 만나기로


찬은 이한이 있는 항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똑똑


항해실에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이한은 지도부는 아니라고 직감했다.


찬인가?


옌인가?


첸인가?


어느 누구든 맞이할 자신이 있었다.


"누군가?"


이한은 문을 두드린 사람을 들여보냈다. 문을 두드린 그 사람은 바로 찬이었다.


찬은 이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한... 이제 진실을 밝히게..."


이한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인간은 진실을 듣고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네... 류츠신 말대로 또다시 천명 싸움이나 할 거야. 천명 싸움을 한다면 이 공동체는 무너지네..."


찬은 그 말을 듣고 부정했다.


"아니야... 인간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인간은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네... 인간은 나약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감당할 강인함도 함께 지니고 있어."


하지만 이한은 완고했다.


"안전을 위해서는 진실을 감추는 것 또한 필요하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불가피한 일이야..."


찬은 그 말을 듣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 존엄을 잃은 문명이 어찌 사람답게 살 수 있겠는가?"


이한은 그 말을 듣고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고 생각했다.


"존엄을 잃은 문명이 어찌 사람답게 살 수 있겠는가? 어린아이를 죽여 유지될 문명이라면 차라리 죽어 없어지는 것이 낫네!!"


그 소리


그 목소리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과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영혼이 들었다.


동시에 찬도 자신이 하는 말이 언젠간 자신이 했던 말이라고 생각했다.


영혼에 새겨진 말이었다.


과거에 한 말이 아니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 공유되지 않은 신념을 나누고 고개를 돌렸다.


둘은 서로 그렇게 느꼈다.


아 이건


영혼 단위의 반발이구나


이건


존재의 싸움이구나


찬은 그것을 느끼고 아무 말 없이 항해실을 나갔다.


이한은 그것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이한은 생각했다.


질서


그것만이 나의 삶이라고


동시에 찬은 생각했다.


진실


그것만이 나의 삶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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