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항로를 업데이트 해야 할 날이 왔다.
찬은 이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가고 있습니까?"
이한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했다.
"우리는 지금 화성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한은 항로 지도를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외쳤다.
"지금 우리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운석 지대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한달 전에 이 운석 지대에 진입했고 지금 통과하고 있는 겁니다!!"
찬은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찬은 다시 한번 물었다.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이한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도부를 믿으십시오!! 지도부는 어러분과 함께 합니다... 자 이제 오락 기계 분배에 대해서..."
찬은 이한에게 외쳤다.
"항로를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시오!! 우리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소? 지도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좌표를 찍었으면 우리는 지도부를 해체할 권한이 있소!!"
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외쳤다.
"맞소!!"
"맞아!!"
"맞아!!"
사람들이 외치자 이한은 곧 정치가의 웃음을 띄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항로로 안내했다.
"알겠소 대신 대표자 열명만 들어오시오. 항해실은 좁으니까."
찬은 대표자 열 명을 뽑고 항해실로 들어왔다. 찬은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항법 장치에 보여지는 장면은 운석이었다.
운석들이 장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한은 웃으면서 말했다.
"자 봤지요... 우리는 정말로 운석 지대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본 사람들은 찬을 제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이한 씨가 잘 해서 다행이야."
"그러게나 말이야!!"
"가보세..."
찬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이한이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내가 대비도 안해놓았을 것 같았나?
찬을 제외한 열명의 사람들이 나가려는 찰나
갑자기 한 사람이 항법 장치를 조작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귀신같은 순간이었다.
너무 찰나여서
이한도 대응하지 못했다.
항법 장치 장면에는 이제 운석군이 아니라 왜곡된 중력장이 보였다.
"이게 뭐지?"
사람들은 물었다.
항법 장치를 조정한 사람은 그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왜곡된 중력장이에요... 외계의 누군가가 알파 센타우리계로 가는 공간을 강력한 중력으로 왜곡해서 지름길을 만들어 주었어요!! 항해에 천년이 걸린다는 말은 거짓이에요 사실은 3년밖에 걸리지 않아요!!"
이한은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소년이었다.
자신이 도청기를 심어놓고
거래를 했던 소년
첸
첸이 이젠 자신을 방해하고 있었다.
첸의 말에 사람들은 이한에게 따져묻고 있었다.
"이게 정말이오?!"
"지금껏 우리를 속였어!!"
"이한!! 우리를 왜 속인 거요?!"
이한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손짓했다.
그러니 총을 든 열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지도부 대원들이었다.
지도부 대원들은 AK-47을 들고 사람들에게 겨누고 있었다.
이한은 앞의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앞의 사람들은 공동체를 위협하는 하나라 군인과도 같은 존재라고
그는 여겼다.
그때처럼 통제권을 빼앗기면 모두가 죽는다고
그는 ‘자신이 먼저 쏘지 않으면 이 우주선은 폭동으로 박살이 날 거요.’ 라고 속으로 읊조리면서 결국 손을 들어 올렸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둘 것 같소?! 당신들은 여기서 모두 죽소!! 모두 총격!!"
그러나 지도부 대원들은 총을 쏘기를 망설였다.
자신들은 하나라에 맞서 혁명을 했는데
하나라 군인들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걸린 것이다.
그들의 양심이 그들의 손가락을 멈추었다.
그러자 이한이 갈갈이 날뛰었다.
"명령이야 쏴!!"
"그만두시오..."
누군가가 항해실로 들어왔다. 그 사람 뒤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명령의 악령을 겨우 끊었는데 당신 같은 사람이 다시 부활시키도록 둘 수 없어... 그건 역사가로서 할 일이 아니야 나는 이제 진실을 밝히겠어!!"
첸 또한 소리쳤다.
“천명의 악령을 끊겠다고 천명을 다시 재생산하는 일은 없어야 해!!”
이한은 그 사람과 첸을 바라보고 입을 벌렸다.
"류츠신...."
지도부 대원들은 류츠신 뒤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총을 내려놓았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렸소. 이제 우주선 사람들 모두가 진실을 아오. 이한 당신은...9번 조항에 의해 지도부 자격을 박탈당했소 게다가 우주선 시민에게 총격 신호까지... 이건 극형감이지."
이한은 류츠신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잘난체 하지 마!! 너 또한 진실을 파묻으려고 했잖아... 너가 먼저 진실을 파묻자고 제안해 놓고 무슨 위선이야!! 나는 공나라를 우선했을 뿐이야!!"
류츠신은 그 말에 단답했다.
"나의 책임은 지겠어, 하지만 당신도 책임을 져야해. 당신의 행위는 공나라를 우선한게 아니라 위험에 빠뜨렸어."
이한은 류츠신에게 물었다.
"어째서 네 마음이 변한 거냐?"
"옌 그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역사가는 진실을 찾고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것 아니나고... 나는 이제 진실을 칮고 권력을 견제하겠다. 늦었지만 행동하겠어 행동 없는 생각은 공허한 법이니까!!"
류츠신은 외쳤다.
이한은 첸에게도 소리쳤다.
“국가를 강력하게 만들지 않으면 너의 지옥은 계속된다!!”
첸은 그 말에 반박했다.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나의 지옥이 계속된 거였어요.”
그건 선언이었다.
사건 이후
이한은 잠시 구금되고 류츠신과 첸 옌 찬 그리고 사람들은 회의를 열었다.
먼저 찬이 입을 열었다.
"어찌하면 좋지? 공나라를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옳을까?"
사실이 그랬다. 이한은 악당이었을지언정 공나라를 운영하는 능력만큼은 있었다. 찬은 그만한 능력은 없었다. 그렇다고 진실을 파묻으려한 류츠신에게 지도자 자리를 맡기기에도 넌센스였다.
일부 사람들은 소리쳤다.
"이한을 다시 데려와야 해!"
"그를 용서하고 중책을 맡기자!"
다른 사람들은 그 말에 경기를 일으키면서 반박했다.
"우리에게 총을 겨눈 인간을 다시 등용하다니 제정신이야?"
"너희들은 이한이 속인 걸 잊었나 보지?"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렸다. 명백히 싸우려는 조짐이 보이자 찬은 사람들을 손짓으로 진정시켰다.
"조용히 하시오. 이한도 류츠신도 지도자 자격은 없소. 다만 우리끼리 싸울 이유는 없지."
그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
"류츠신 무슨 대안이 있으면 말을 해보시오."
그 말에 가만히 있던 류츠신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규칙 다수는 손을 봐야 하겠지. 그리고 제안할 게 있소."
찬은 류츠신에게 물었다.
"뭐요?"
"지도부 10명은 일년에 한번 열리는 공동 회의에서 추첨으로 뽑읍시다. 사람들은 스스로 다스리는 법을 알아야 하오."
"규칙은 어떻게 하고?"
"규칙도 대부분 손봐야겠지. 몇가지를 빼고 다 고쳐야 하오."
그 말에 찬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첸이 말했다.
"그럼 빨리 규칙을 만들어요."
그런 첸의 성화에 공나라는 규칙을 다시 제정했다.
1. 공나라는 항로 정보를 시민에게 항시 업데이트한다.
2. 살인 강간 강도 폭행하는 자는 제재한다
3. 지도부는 일년에 한번 열리는 공동 회의에서 추첨으로 뽑는다.
4. 공나라는 모든 무기를 파기한다
5. 공나라는 무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6. 생산품은 공헌도에 따라 공정히 나눈다(단 기본 생계는 보장한다)
7. 시민은 지도부에 언제든 항의 가능하다
8. 지도부는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9. 지도부의 모든 행정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10. 아픈 사람은 구제한다
이 규칙을 만든 후 찬은 우주선 내부에 이 규칙을 공지했다
3일 후
이한은 감옥에서 사람들로부터 끌려나왔다.
사실
스스로 나왔다.
그는 축 쳐진 목소리로 말했다.
"할 말은 없네... 나 없는 세상에서 잘 해 보게나."
찬과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고민했다.
그는 폭력을 행사한 지도자였지만
유능한 지도자였다.
고민하고 있는 찬에게 류츠신이 답을 주었다.
"인류사 모든 악은 처벌되지 않은 악으로부터 시작되었네. 명령의 악은 끊어야 하네... 처벌되지 않은 악은 돌아오기 마련이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찬은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이한 당신에게 인류에 대한 죄로 무기감금형을 선고하오... 다들 이의는 없겠지?"
모두들 웅성웅성거렸다.
이한에게 죽을 뻔한 자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으며
이한에 의해 편안하게 산 자들은 지나친 처사라고 여겼다.
"너무 지나치지 않아?"
"지나치긴!! 우리가 죽을 뻔했어!!"
"어쨌든 죽지 않았잖는가!!"
"그게 말이야?"
우주선 내부의 사람들은 분열되었다. 이한을 지지하는 사람들 이한을 거부하는 사람들 이렇게 두 개의 파로 나뉘었다. 그것을 종식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한이었다.
"그만두게.... 내가 무기감금형이든 총살형이든 다 받을 터이니... 나 때문에 공동체가 공나라가 사분오열되는 건 원치 않아."
그리고 그는 스스로 철창 안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철창 문을 스스로 잠갔다.
이한은 이제 정치에도 공동체에도 발을 들이지 못한다.
이건 정의의 실현인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런 의문이 들때 류츠신은 말했다.
"이건 복수가 아니라 사람들의 합의와 법에 의해 집행된 결과요. 이건... 정의의 실현이오."
류츠신은 고개를 숙였다. 그도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이제 나도 책임을 져야지... 찬 나에게 처분을 내려주시오."
찬은 류츠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왜인지 모를 후련함이 담겨 있었다.
더이상 비겁자로 살아도 되지 않아서인가?
더이상 악인으로 살아도 되지 않아서인가?
찬의 눈에 류츠신은 자유로워 보였다.
첸은 그 말을 듣고 소리쳤다.
"아저씨가 한 잘못을 그냥 처분만 받고 퉁치려고요? 그건 안되죠. 아저씨는 이 공동체에 공헌해서 죄를 값아야 해요!!"
첸은 류츠신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더이상 책임을 피하지 말라는 표시였다. 류츠신은 그 눈빛을 보고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류츠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모든 답변을 대신했다.
이제 그는
다시 우주선의 사람이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류츠신과 첸은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그리고 소회를 나누었다.
"아저씨가 다시 변할 줄은 몰랐네요? 옌의 말이 있었다지만... 왜 변한 거에요?"
류츠신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한다음 첸에게 자기가 생각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에게 해나래가 해 하나 달 하나를 떨어뜨렸다는 역사를 처음 알려주었지."
"그랬지요."
"사실 해나래가 활과 화살로 해 하나 달 하나를 떨어뜨렸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그래서 처음에 나는 그것이 어떠한 신회의 변주인줄 알았지... 하지만 해나래가 살았던 시기 기후가 급격하게 변했고 해나래가 활과 화살을 쐈던 지역인 천태산도 실제로 존재해. 결정적으로 해나래가 활과 화살을 쏴 쌍성일을 끝냈기 때문에 인간의 시대가 시작될 수 있었지... 그것에는 어떤 우주적 헤게모니가 적용되었다고 생각한 거야. 당연히 이 중력장에도 그 우주적 헤게모니가 적용되었다고 생각했고 말이야."
첸은 눈치가 빠른 아이 류츠신이 하는 말을 재빨리 알아채었다.
"아저씨는 중력장 왜곡 현상을 감추는 것이 그 우주적 헤게모니에 역행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리고 결론적으로 해나래의 인간의 시대 또한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이한에게 반역했던 거군요."
류츠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주란 도대체.... 우주 창세 신화가 있나요?"
류츠신은 우주 창세 신화란 말을 듣자 첸에게 낙낙한 목소리로 창세 신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주에는 공허가 있었다. 그 공허 속에는 마고 여신이 있었지. 그 마고 여신의 몸과 피와 그리고 눈동자가 땅과 물과 해와 달이 되었다. 하늘은 천지왕이 지상은 마고 여신이 사랑한 꽃이라는 인간의 왕이 지하는 염라 대왕이 다스렸지. 그들은 순리대로 이 세상을 다스렸다. 하지만... 해나래가 쌍성일을 끝낸 후 지상은 마고 여신이 사랑한 꽃인 인간의 왕이 아닌 천명을 받은 왕이 아닌 인간이 세운 왕이 세상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거지."
첸이 의문이 가득찬 목소리로 물었다.
"쌍성일을 없애는 건 천지왕이 원한 것인가요?"
"글쎄?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하늘도 인간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그렇군요."
하늘도 인간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 말에는
희망도 있었고
저주도 있었다.
첸은 그 말의 무게를 삶을 통해 체감했기에
하늘이 왜 그 무게를 인간에게 넘겼는지 의문이었다.
선택
그것은
역설적인 것
첸은 그렇게 생각했다.
첸은 다시 생산 노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옌도 식량 생산 노드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간의 갈등이 영구히 봉합되는 일은 없었다.
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어느날
'우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한 사람을 강간 살해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
그 여자의 가족은 분노했으며
찬을 비롯한 지도부는 우미를 체포했다.
우미란 자는 외쳤다.
"그 여자가 내 사랑을 받아주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어!!"
찬을 비롯한 지도부는 이런 자가 우주선 내부를 나돌아다니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무기 감금형도 어려웠다.
이런 자는
일을 시키지 않고 가두고 먹이는 것조차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찬은 처음으로 자신이 폭력을 폐기한 것을 후회했다.
여론은 순식간에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이한이 옳았어!! 저런 놈은 총으로 죽여야 했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피땀으로 세운 민주정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라고!!"
"총기를 다시 꺼내자!!"
"어림도 없는 소리!! 독재를 다시 부르려고?!"
"최소한의 폭력은 필요해!!"
"말도 안돼!!"
"저자 때문에 이렇게 싸우게 되다니..."
여론이 우미란 자 때문에 사분오열 되었다.
우미는 반성하지도 않았고
죄책감을 가지지도 않았다.
살리기에도 아까웠지만
죽이면 공동체가 무너진다.
찬은 선택을 해야 했다.
그때 류츠신이 나타났다.
"최소한의 폭력은 필요합니다. 총과 같은 대량살상 무기는 생산을 금하되, 칼로 무장합시다. 대신 칼을 쥘 수 있는 자들은 엄선된 자들로 한정되고요. 그러면 지도부와 시민 간의 폭력의 우위는 거의 없어지고 저자도 죽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우미는 벌벌 떨었다. 자신이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류츠신의 말 때문에 자신이 죽게 생겼다.
"이새끼가!!"
류츠신은 우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너 같은 놈 때문에 공나라가 무너질 수는 없다. 폭력은 최소치로 사용해야 한다는 걸 너는 증명했다.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 속죄해야 한다!!"
"......"
"그럼 찬... 저 자를 죽이게... 모두들 그건 동의하는가?"
류츠신의 말에 다시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안돼!! 저놈은 강간 살인을 했어!!”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는 죽여야 해!!”
“그렇게 하면 폭력이 다시 부활할 거야!!”
사람들은 논쟁을 벌였다. 그 논쟁에 불을 끈 것은 피해자의 어머니였다.
“저는 피해자의 어머니입니다. 제 아이는 억울하게 죽었지요. 폭력을 폭력으로 갚아선 안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 모두 이상적인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을 기반으로 돌아가진 않습니다. 때론 제 아이가 죽은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폭력이 필요합니다. 폭력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완전히 폭력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어요. 저 자를 죽이는 것은… 정의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정적이 흘렀다.
마침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의를 실현하는 데에
저 자를 죽이는 데에 말이다.
악의 뿌리는 처벌로 끊어야 한다.
사람들은 우미를 간이 처형장으로 끌고갔다.
우미는 사람들에게 끌려가면서 외쳤다.
"이런 게 어디있어!! 날 죽이면 너희들도 살인자야!!"
류츠신은 그 말에 쐐기를 박았다.
"아니... 너를 죽인건 너의 행위다."
그렇게 우미는 죽게 되었다.
류츠신은 이한에게 찾아갔다.
이한은 류츠신을 쳐다보았다.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목소리 없이도 알아보았다.
류츠신은 이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결국 최소한의 질서는 필요한 것인가?
이한도 류츠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인간에게 폭력을 떼놓을 수 없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야
류츠신은 이한에게 눈빛으로 물었다.
폭력 없는 세상은 가능한가?
이한은 고개를 저으면서 또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니 절대 불가능하네... 인간은 불완전하네 불완전하기에 안정을 원하지.
류츠신은 고개를 돌려 이한 앞에서 사라졌다.
이한은 류츠신을 보았다.
그리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모순에 빠진 불쌍한 이여.... 행동의 무게에 대해 직감하기 시작했군."
류츠신은 생각했다.
우리가 가는 곳에서도 폭력의 굴레는 끊이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가는 곳에서도 욕심의 굴레는 끊이지 않을 것인가?
류츠신은 우미에게 당한 피해자의 가족을 떠올렸다.
그들의 얼굴은 마치 모든 것을 잃은 표정이었다.
우미가 죽었다고 그들은 기뻐하지 않았다.
죽은 이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지?
그때 옌이 들어왔다.
옌은 류츠신이 고민하는 것을 알고 류츠신을 조용히 쓰다듬었다.
류츠신은 그 손길이 참 부드럽다고 느꼈다.
그 손길에서
무언가의 안정을 느꼈다.
그때 깨달았다.
류츠신은 지금 옌에게 위로를 받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세상이 잔혹하고 또 잔혹해도
그 속에는 위로가 있다고
류츠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옌의 미소를 보았다.
옌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요."
류츠신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존엄한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없다고
이후
우주선은 나아갔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
알파 센타우리계 행성에 도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