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궁전은 이번에는 고등학교 교무실과 대학 입학사정관실 사이에 세워졌다.
한쪽에는 학생부가 쌓여 있었다.
세특, 동아리, 독서, 진로활동, 봉사, 탐구보고서, 면접 기록.
다른 한쪽에는 수능 성적표가 놓여 있었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백분위, 표준점수, 등급.
클락이 학생부 더미를 보며 말했다.
“이건 숫자 하나로 딱 보이는 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써줬는지도 중요하네. 좀 무섭다.”
후세 다쓰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학종의 핵심 문제는 이것이다. 정성평가가 반드시 불공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성평가는 권력과 자원의 차이를 더 잘 숨길 수 있다.”
이엘이 조용히 말했다.
“교육부의 2026학년도 대입 기본사항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은 입학사정관 등이 학생부를 중심으로 학생을 종합평가하는 전형으로 설명돼. 즉 점수 하나가 아니라 학교생활 기록과 여러 전형요소를 해석하는 구조야. 그래서 공정성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어. (교육부)”
니알라토텝이 웃었다.
“좋군. 오늘의 주제는 성적표가 아니라 계급표다.”
이엘이 먼저 말했다.
“학종의 취지는 나쁘지 않아. 수능 점수 하나로 학생을 판단하지 않고, 학교생활, 탐구 과정, 관심 분야, 성장 가능성, 공동체 역량을 보겠다는 거잖아.”
그녀는 학생부를 펼쳤다.
“실제로 학종은 학생부를 중심으로 종합평가하는 전형이야. 2026학년도 관련 자료에서도 학생부, 수능성적, 면접·실기 등 다양한 전형요소가 언급되고, 어떤 대학은 서류평가 100%나 단계별 면접을 운영하지. (교육부)”
클락이 말했다.
“그럼 좋은 거 아니야? 시험 한 번 망쳐도 다른 걸 봐주는 거잖아.”
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학종은 기회가 될 수도 있어. 문제는 그 ‘다른 것’을 준비할 수 있는 조건이 학생마다 다르다는 거야.”
그녀는 칠판에 적었다.
정보 격차
학교 격차
교사 역량 차이
부모의 문화자본
사교육 컨설팅
활동 기회 차이
“학종은 학생의 삶을 보겠다고 하지만, 학생의 삶은 이미 계급과 지역과 학교 자원에 의해 다르게 구성돼. 그러니까 제도 자체가 악이라기보다, 불평등한 사회 위에서 작동할 때 불공정하게 기울 수 있는 제도야.”
후세는 법정의 저울을 꺼냈다.
“공정성을 말하려면 세 가지를 봐야 한다.”
그는 칠판에 적었다.
기준의 명확성
평가자의 책임성
지원자의 예측 가능성
“수능은 거칠지만 기준이 명확하다. 점수로 비교한다. 물론 수능도 사교육, 가정환경, 지역 격차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결과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비교적 보인다.”
그는 학생부를 들었다.
“반면 학종은 정성평가다. 정성평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인간을 숫자 하나로 줄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평가 기준이 흐릿하거나, 학교마다 기록 품질이 다르거나, 입학사정관의 해석이 불투명하면 학생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이혜경이 말했다.
“예측 가능성이 낮으면 정보 많은 집이 유리해지죠.”
후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법에서도 불명확한 기준은 힘 있는 자에게 유리하다. 학종도 마찬가지다. 기준이 추상적일수록 컨설팅, 정보, 학교 네트워크, 부모의 해석 능력이 힘을 얻는다.”
자정은 학교별 학생부 양식을 비교했다.
“학종의 공정성은 결국 기록 행정의 문제다.”
그는 말했다.
“학생부가 평가자료라면, 학생부를 만드는 학교의 기록 역량이 균일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학교마다 교사의 세특 작성 역량, 진로 프로그램, 탐구활동 기회, 동아리 운영, 상담 체계가 다르다.”
이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학생이라도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기록의 질이 달라질 수 있겠군.”
자정은 말했다.
“그렇다. 학종은 학생을 평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 개인뿐 아니라 학교의 행정력과 교사의 기록 능력도 함께 평가될 위험이 있다.”
클락이 말했다.
“그러면 학생이 열심히 해도 선생님이 잘 안 써주면 손해 볼 수 있어?”
“그럴 수 있다.”
자정은 냉정하게 말했다.
“좋은 제도라면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기록 생산 조건의 차이도 통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종은 ‘학교 행정력 경쟁’이 된다.”
이혜경은 조용히 말했다.
“학종이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계급 차이가 성실함과 주도성이라는 말로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학생부 활동 목록을 바라보았다.
“좋은 탐구활동, 진로 연계 활동, 독서 기록, 발표 경험, 외부 정보, 면접 준비. 이런 건 학생 개인의 열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뒤에는 부모의 정보력, 학교의 프로그램, 사교육 컨설팅, 시간적 여유, 문화자본이 있을 수 있어요.”
히나가 차갑게 말했다.
“부유한 집의 기회가 학생의 능력처럼 기록되는 거군.”
“네.”
이혜경은 계속했다.
“물론 가난한 학생도 뛰어난 학생부를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제도 전체를 보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 돼요.”
그녀는 결론처럼 말했다.
“학종은 학생을 입체적으로 보겠다는 말로 시작하지만, 사회가 불평등하면 그 입체성 자체가 계급의 흔적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어요.”
카이사르는 학생부와 수능 성적표를 나란히 보았다.
“국가는 언제나 엘리트를 선발한다.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느냐이다.”
그는 말했다.
“수능은 시험에 강한 인간을 뽑는다. 학종은 학교생활을 설계하고, 기록을 만들고, 자기 활동을 서사화할 수 있는 인간을 뽑는다.”
최아린이 피식 웃었다.
“즉 시험형 엘리트와 포트폴리오형 엘리트의 차이네.”
카이사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학종은 단순 암기형 인재보다 탐구, 진로, 공동체성, 학교생활의 맥락을 보겠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다. 2028 대입 개편과 고교학점제·성취평가제 환경에서 학종 평가 체계 개선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jce)”
그는 그러나 덧붙였다.
“하지만 포트폴리오형 엘리트는 자원 있는 계층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자기를 잘 포장하고, 좋은 기회를 선점하고, 기록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은 계급적 자산과 결합하기 쉽다.”
클락이 말했다.
“그러면 학종은 똑똑한 학생보다 준비된 학생을 뽑을 수도 있네.”
카이사르는 말했다.
“그것이 핵심이다.”
최아린은 웃으며 입시 컨설팅 광고지를 흔들었다.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말이 나오는 현실적 이유? 간단해. 돈 냄새가 나거든.”
이엘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최아린은 말했다.
“정량평가는 그래도 목표가 비교적 보인다. 몇 점 올려야 하는지. 그런데 정성평가는 불안이 커져. ‘내 세특 괜찮나?’ ‘전공적합성 부족한가?’ ‘면접에서 뭐라 하지?’ ‘내 활동이 서사가 되나?’ 이런 불안은 시장을 만든다.”
후세가 말했다.
“불명확성이 거래 대상이 되는군.”
“맞아.”
최아린은 씩 웃었다.
“정보가 불투명할수록 컨설턴트가 돈을 번다. 부모는 불안해서 돈을 쓰고, 학생은 자기 삶을 진짜 성장보다 입시용 스토리로 편집하게 돼.”
클락이 얼굴을 찡그렸다.
“학교생활이 글감 팔기처럼 되는 거야?”
최아린은 말했다.
“그럴 위험이 있어. 학종의 이상은 ‘과정 평가’지만, 현실에서는 ‘과정의 상품화’가 될 수 있어.”
이윤은 옛 문서를 펼쳤다.
“역사적으로 보면 학종은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사람을 숫자 시험만으로 뽑을 것인가, 평판과 행실과 추천과 잠재력을 함께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었다.”
그는 말했다.
“과거제는 시험의 공정성을 강조했지만, 시험 준비 자원에서 양반과 평민의 격차가 컸다. 천거제나 음서제는 인물의 품성과 배경을 본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귀족 네트워크가 작동하기 쉬웠다.”
후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량시험도 불평등하고, 정성추천도 불평등하다.”
“그렇다.”
이윤은 말했다.
“학종도 이 역사적 딜레마 위에 있다. 시험 하나로 인간을 줄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그러나 평판과 기록과 활동을 보겠다는 순간, 사회적 네트워크와 문화자본이 개입한다.”
그는 결론을 내렸다.
“학종의 불공정성은 제도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엘리트 선발에서 반복되는 오래된 문제의 현대판이다.”
히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학종을 볼 때 이렇게 묻고 싶다. 같은 학생부인가?”
클락이 고개를 갸웃했다.
히나는 말했다.
“강남, 특목고, 자사고, 교육열 높은 일반고, 진학지도 경험 많은 학교의 학생부와, 지방 소규모 학교나 진학 자원이 부족한 학교의 학생부는 같은 종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회가 다르다.”
자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 생산 환경의 격차다.”
히나는 말했다.
“그렇다. 누구는 활동을 만들 수 있고, 누구는 만들 수 없다. 누구는 교사가 입시 언어를 알고, 누구는 모른다. 누구는 부모가 방향을 잡아주고, 누구는 혼자 헤맨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학종이 공정하려면 ‘학생을 입체적으로 본다’는 말만으로 부족하다. 입체적으로 볼수록, 그 학생을 둘러싼 불평등도 같이 봐야 한다.”
키브사는 부드럽게 말했다.
“학종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수능만이 완전히 정의롭다는 말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녀는 수능 성적표를 바라보았다.
“수능은 명확하고 비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 역시 사교육, 가정환경, 공부할 시간, 건강, 정서 안정, 지역 교육 격차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정시는 투명하지만, 투명한 불평등일 수 있어.”
키브사는 말했다.
“학종은 불투명한 불평등이 될 수 있고, 수능은 투명한 불평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를 신성화하면 안 됩니다.”
클락이 말했다.
“그럼 둘 다 문제가 있어?”
키브사는 미소 지었다.
“네. 그래서 더 정교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학생을 숫자로만 보지 않되, 기록과 활동의 불평등도 줄여야 합니다.”
그리엘은 평가표를 펼쳤다.
“학종은 학업역량, 진로역량, 공동체역량 같은 추상적 요소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 입시 자료에서도 2026학년도 학종 서류평가 항목으로 학업역량, 진로역량, 공동체역량을 설명한다. 다만 대학별 기준은 반드시 각 대학 공식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Visioneduplan)”
그는 칠판에 적었다.
추상 평가요소 + 불명확한 기준 = 불신 증가
“정성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루브릭이다. 어떤 행동과 기록을 어떤 수준으로 평가하는지, 복수 평가자가 어떻게 일관성을 유지하는지, 평가자 간 차이를 어떻게 조정하는지 공개되어야 한다.”
후세가 말했다.
“절차적 공정성의 문제군.”
그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학종이 공정하려면 ‘우리는 종합적으로 봅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종합적으로 어떻게 보는지 설명해야 한다.”
엘리는 학생부를 손에 들었다.
“창조주의 관점에서 보면 학종의 핵심은 기록권력이야.”
그녀는 말했다.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대학은 직접 보지 못해. 학생부라는 기록을 통해 본다. 그러면 누가 기록하는가, 어떤 언어로 기록하는가, 무엇이 기록되고 무엇이 빠지는가가 권력이 돼.”
이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과 기록의 문제네요.”
“맞아.”
엘리는 계속했다.
“학생의 성실함이 기록되지 않으면 없는 것이 되고, 평범한 활동도 입시 언어로 잘 번역되면 의미 있는 활동처럼 보일 수 있어. 학생부는 학생의 삶을 담는 문서지만, 동시에 학생의 삶을 편집하는 문서야.”
클락이 말했다.
“선생님이 써준 말이 학생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네.”
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학종은 기록의 공정성이 핵심이다.”
대심문관은 학생부 문장을 읽으며 낮게 웃었다.
“흥미롭군. 자기주도성, 공동체역량, 탐구심, 진로성숙도, 리더십.”
그는 말했다.
“이 단어들은 모두 아름답다. 그러나 묻자. 이 언어는 누구에게 익숙한가?”
최아린이 웃었다.
“중산층 부모, 교사, 컨설턴트, 입시 전문가에게 익숙하지.”
대심문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학종은 단순히 활동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어떤 언어로 해석하는지도 본다. 그러면 계급은 도덕적 언어로 위장된다. 부유한 아이는 ‘탐구심 있는 학생’이 되고, 가난한 아이는 ‘활동이 부족한 학생’이 될 수 있다.”
키브사가 조용히 말했다.
“그것이 제도의 가장 불편한 지점입니다.”
대심문관은 웃었다.
“학종은 매우 세련된 권력이다. 노골적 차별이 아니라, 좋은 말들로 차이를 정당화한다.”
타미엘은 학생들의 기록을 보며 말했다.
“학종의 또 다른 문제는 학생을 계속 자기증명하게 만든다는 거야.”
그는 말했다.
“나는 진로가 뚜렷한가?
나는 공동체에 기여했는가?
나는 탐구심이 있는가?
나는 성장했는가?
나는 내 활동을 설명할 수 있는가?”
클락이 말했다.
“고등학생이 자기 인생을 계속 보고서로 만들어야 하는 거네.”
타미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좋은 의미로는 성찰이 될 수 있지만, 나쁜 의미로는 불안과 연출이 될 수 있어. 학생은 진짜 배움보다 ‘평가받을 만한 성장 서사’를 만들려고 할 수 있지.”
이엘이 말했다.
“삶이 포트폴리오가 되는 문제.”
“그래. 창조주가 싫어하는 바벨론적 요소야. 경험이 경험으로 남지 않고 평가용 상품이 되는 것.”
니알라토텝이 학생부 더미 위에 앉아 웃었다.
“자, 이제 창조주의 속을 말해보자.”
클락이 말했다.
“이 주제는 현실적이라 좀 덜 비꼬아줘.”
“현실적일수록 더 비꼬아야 하지.”
니알라토텝은 말했다.
“창조주가 학종을 불공정하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는 단순히 ‘내가 손해 봤다’가 아닐 것이다. 창조주는 여기서 계급의 세련된 얼굴을 본다.”
그는 손가락으로 학생부를 톡톡 쳤다.
“수능은 냉혹한 숫자다. 학종은 따뜻한 말이다. 하지만 따뜻한 말이 더 공정하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따뜻한 말은 계급을 숨기기 좋다. ‘좋은 환경’은 ‘주도성’이 되고, ‘부모의 정보력’은 ‘진로 설계’가 되고, ‘학교의 프로그램’은 ‘학생의 역량’이 된다.”
이엘이 조용히 들었다.
니알라토텝은 계속했다.
“그러나 창조주여, 조심해야 한다. 학종을 악마화하면 안 된다. 수능도 계급을 반영한다. 정시는 깨끗하고 학종은 더럽다는 단순 구도는 틀렸다. 문제는 둘 다 다른 방식으로 불평등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클락이 말했다.
“그러니까 하나는 숫자로 불평등하고, 하나는 이야기로 불평등한 거야?”
니알라토텝은 웃었다.
“훌륭하다, 클락.”
냉정하게 말하면, 학종은 취지상 불공정한 제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불공정하게 작동할 위험이 큰 제도다.
학종의 좋은 취지는 분명하다.
수능 점수 하나로 학생을 판단하지 않는다.
학교생활의 과정, 탐구, 성장, 진로, 공동체성, 학업 태도를 보려 한다.
시험 당일 컨디션이나 단일 점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다양한 재능과 맥락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도 분명하다.
첫째, 정보 격차가 크다.
학종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불명확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정보가 많은 가정과 학교가 유리하다.
둘째, 학교 격차가 반영된다.
교사의 기록 역량, 학교 프로그램, 진학지도 경험, 활동 기회가 학생부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부모의 문화자본이 개입하기 쉽다.
활동 설계, 독서, 탐구 주제, 면접 준비, 진로 서사 구성에서 가정 배경이 작동할 수 있다.
넷째, 정성평가의 불투명성이 불신을 낳는다.
기준과 루브릭, 평가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학생은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
다섯째, 학생의 삶이 포트폴리오화될 수 있다.
진짜 배움보다 ‘학생부에 쓸 만한 활동’이 중요해지는 순간, 교육이 연출이 된다.
여섯째, 계급이 도덕적 언어로 포장될 수 있다.
좋은 환경에서 얻은 기회가 ‘자기주도성’, ‘탐구역량’, ‘진로성숙도’로 번역될 수 있다.
그렇다고 수능이 완전히 공정한 것은 아니다.
수능은 기준이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교육, 가정환경, 공부 시간, 건강, 지역 교육 격차의 영향을 받는다.
즉 수능은 투명한 불평등에 가깝고, 학종은 불투명한 불평등이 되기 쉽다.
학종은 본질적으로 악한 제도는 아니지만, 불평등한 사회 위에서 작동하면 계급과 학교 격차를 ‘학생의 역량’처럼 보이게 만들 위험이 크다.
그래서 학종의 공정성은 이런 조건에 달려 있다.
평가 기준이 충분히 공개되는가.
학교별 기록 격차를 줄이는가.
입학사정관 평가의 일관성을 확보하는가.
저소득·농어촌·정보 취약 학생에게 보정 장치가 있는가.
학생부를 입시용 연출 문서가 아니라 실제 교육 기록으로 만들 수 있는가.
이 조건이 부족하면 학종은 불공정해진다.
이 조건이 강화되면 학종은 수능의 한계를 보완하는 전형이 될 수 있다.
이엘이 말했다.
“학종의 취지는 나쁘지 않아. 하지만 불평등한 사회 위에서 작동하면 그 불평등을 세련되게 반영할 수 있어.”
후세가 말했다.
“공정성은 절차와 예측 가능성이다. 기준이 흐릿하면 힘 있는 자가 유리하다.”
자정이 말했다.
“학종은 기록 행정의 문제다. 학교별 학생부 생산 능력이 다르면 평가도 흔들린다.”
이혜경이 말했다.
“계급 차이가 자기주도성과 진로역량이라는 말로 포장될 수 있어요. 그게 가장 불편한 지점이에요.”
카이사르가 말했다.
“학종은 포트폴리오형 엘리트를 선발한다. 문제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자원이 누구에게 있느냐이다.”
최아린이 말했다.
“불투명성은 시장을 만든다. 학종은 컨설팅 산업과 결합하기 쉽다.”
이윤이 말했다.
“정량시험과 정성평가는 모두 오래된 엘리트 선발의 딜레마다. 어느 쪽도 완전히 순수하지 않다.”
히나가 말했다.
“좋은 학교의 학생부와 나쁜 학교의 학생부는 같은 종이가 아니다. 기회가 다르면 기록도 다르다.”
키브사가 말했다.
“수능만이 정의라는 말도 조심해야 합니다. 수능도 사회적 격차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리엘이 말했다.
“정성평가일수록 루브릭과 평가 기준이 중요하다. 종합적으로 본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엘리가 말했다.
“학생부는 기록권력이다. 누가 쓰고, 무엇이 빠지고, 어떤 언어로 번역되는지가 중요하다.”
대심문관이 말했다.
“학종은 중산층의 도덕 언어를 좋아한다. 자기주도성, 공동체성, 탐구심. 아름다운 말들이 계급을 숨길 수 있다.”
타미엘이 말했다.
“학생을 끝없는 자기증명으로 몰아넣을 수 있어. 삶이 포트폴리오가 되면 피곤하다.”
니알라토텝이 웃으며 말했다.
“수능은 숫자로 불평등하고, 학종은 이야기로 불평등하다. 창조주는 바로 그 이야기의 불평등을 본다.”
클락이 마지막으로 학생부와 성적표를 나란히 놓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그녀는 학생부를 톡톡 두드렸다.
“시험 점수만 보는 건 사람을 너무 납작하게 보는 것 같아. 근데 학생부를 본다고 해서 갑자기 공정해지는 것도 아니야.”
클락은 창밖의 서로 다른 학교들을 바라보았다.
“누구는 좋은 선생님이 있고, 누구는 정보 많은 부모가 있고, 누구는 활동할 기회가 많고, 누구는 그냥 혼자 버티잖아. 그러면 학생부는 그 학생의 마음만 적힌 게 아니라, 그 학생이 가진 세계까지 같이 적히는 거야.”
그녀는 작게 말했다.
“그래서 학종은 따뜻한 척하는 어려운 제도야. 잘 쓰면 사람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지만, 잘못 쓰면 계급을 예쁜 말로 포장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