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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정과 모든 이성이 발가벗는 시간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시간
햇빛에 가려졌던 거짓이 드러나는 시간
밤 12시에
두 남성이 한 방에 모였다.
그 방은 단촐했으며 온통 하얀색 벽지로 덮여 있었다.
두 남성은 그 방에서 나무 책상을 펴고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인생이 담겨있다 했는가?
한 눈빛은 탁했고
한 눈빛은 후회로 가득했다.
안경을 쓰고 작고 아담한 체구의 남성이 반대편 남성을 보았다.
그 반대편 남성도 그 작은 체구의 남성을 보았다.
안경을 썼어도
탁한 눈빛은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평범한 옷을 입은 반대편 남자는 보았다.
그 남자는 생각했다.
사람을 죽인 것은 눈빛에서부터 드러난다고
반대로 안경을 쓴 남자는 생각했다.
왜 이 남자가 찾아왔을까? 귀찮게
평범한 옷을 입은 남자는 안경을 쓴 남자 사가와 잇세이에게 물었다.
"난 묻고자 왔소."
안경을 쓴 남자 사가와 잇세이는 그 말을 듣고 물었다.
"뭘? 이제와서?"
평범한 옷을 입은 남자 다나카는 말했다.
"당신이 사회에서 용납될 수 있었던 이유를."
사가와 잇세이는 그 말을 듣고 허허 웃었다.
"뭘 새삼스럽게 난 어차피 지금은 처절하게 망했잖소?"
다나카는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
"그게 망한 거요?"
사가와 잇세이는 손을 벌리면서 뻔뻔스레 말했다.
"망한 거지, 난 지금 돈도 없고 월세도 밀렸다고 차라리 살인죄로 감옥에 있는 것이 나았을지도 몰라... 살인자 낙인이 찍힌 채로 사회에 내던져지는 것은... 지옥이야."
다나카는 그렇게 말하는 사가와 잇세이의 눈에서 불편을 엿보았다.
다나카는 생각했다.
아 이자는
자신의 손톱에 박힌 가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구나
사가와 잇세이는 귀찮은 듯이 말했다.
"뭐 내가 어떻게 살인했는지 궁금한거요? 내가 어떻게 무죄를 받았는지 궁금한거요? 그건 신문기사 찾아보면 알 텐데? 당신도 나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거 아뇨? 난 유명인사니까."
다나카는 그 말을 듣고
아 이 사람은
평범한 사람과 다른 인종이구나
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죄에 대한 죄책감이 아닌
죄를 하나의 일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다나카는 궁금했다.
왜 저자가 사회에서 용납될 수 있었는지
그래서 물었다.
"사가와 잇세이 당신이 어떻게 사회에서 용납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살인 이후 당신의 삶을 알려주시오."
사가와 잇세이는 오른손으로 귀를 파며 말했다.
"아 그거? 별거 아닌데? 알았소 대신 밀린 월세를 대신 내주겠다는 약속은 지키셔야 하오?"
그렇게 내뱉고 그는 회상을 시작했다.
사가와는 자신의 범행을 나열했다.
"나는 학업에 열정적인 집안에서 태어났소. 나는 평범하게 자랐고 유복하게 자랐어 학대같은 건 안 당했고 그런데 결정적인 결함이 하나 있었지. 식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는 것."
그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1980년대 나는 프랑스 파리에 유학했다.
우수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으로 프랑스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거기에서 나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금발 머리에 괜찮은 몸매를 하고 있는 프랑스 미인이었고 난 그녀와 꽤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같은 영문학과 출신이었고 공교롭게도 같은 책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와 나는 서로 같이 다녔다.
연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꽤 친밀한 관계였다.
집에도 놀러갈 만큼 친밀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몸'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녀의 몸을 먹으면 어떨까?
그런 호기심이 나를 덮쳤다.
그 때 당시에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라면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밤에 그녀를 호수로 유인한다음 소총으로 쐈다.
그리고 그녀의 둔부를 먹고 시체를 유기했다.
하지만
그때 생각하면 나는 허술했고 경찰은 치밀했다.
하루만에 시신이 인수되었고 나는 붙잡혔다.
그렇지만
신이 도운 건지 나는 심신상실로 무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처벌도 받지 않고 국내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천우신조였어 정말 운이 좋았지 멍청한 돌팔이 의사가 나의 장염을 뇌염으로 판단해줄지 누가 알았단 말이야? 난 무죄로 풀려났지 나중에 알고보니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더라고? 난 더이상 처벌받지 않는단 말이야 국외법으로든 국내법으로든. 그게 이제 와선 족쇄가 되었지만."
그렇게 사가와 잇세이는 지껄였다.
사가와 잇세이는 계속 말을 했다.
"하지만 나의 행운은 끝나지 않았어... 국내 언론사들이 나를 무슨 일본 최초의 식인종마냥 써대었단 말이지? 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어. 사람들의 주목도 나쁘지 않았지. 당신도 알 텐데? 나의 스포트라이트에 한몫했던 인물이잖아... 너."
그 말에 다나카는 당당했던 눈빛을 거두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빛에는 무엇이 있을까?
부끄러움일까?
회한일까?
아님 그 둘 다일까?
사가와 잇세이는 계속 회상을 했다.
나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산케이 신문
보수 일간지
공산당 일간지까지
나를 주목했다.
일본 최초의 식인종
엽기적인 살인마
일본판 제프리 다머
나를 수식하는 언어였다.
나를 주목하는 이는 많아졌고
나를 컬트적인 인기인으로 여기는 이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언론사에서는 나를 초청했고
나는 기꺼히 그에 응했다.
살인 경험과 식인 경험에 살을 붙여 '재미있게' 이야기로 만들었으며
그 이야기를 사람들은 소비했다.
일본 최초의 식인종
제프리 다머
어쩌면 건방진 외국 년을 심판한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이야기까지
난 그에 호응해 악의 생각이라는 책을 썼다.
악의 생각
나의 성 호기심과 범죄에 이르게 된 과정 인간 고기의 맛 인간 사냥의 느낌 인간 고기를 도축하고 먹었을 때의 느낌 시체를 버렸을 때의 공포감 등을 내 나름의 살을 붙여 적었다.
원래 영문학과 출신이어서 글쓰는 건 잘했기 때문이다.
내 필력과 자극적인 묘사 등이 호응이 좋았다.
그래서였는지 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난 많은 부를 벌게 되었다.
"너도 알 거잖아 그 때 내가 얼마나 잘나갔는지... 사실 나도 의아했어 살인과 식인을 저질렀는데 이렇게 잘나간다고? 무죄만 받아도 운좋은 거라고 느꼈는데? 그 때 당시 나는 신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했지."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면서 말했다.
"와 그때 생각하면 난 잘나갔지. 성인 포르노 영화에까지 출연했을 정도니까. AV업계에서 나를 성인 남성 배우로 기용할 줄이야 나도 몰랐지. 식인 컨셉의 영상물에 출연해서 나도 계약금 왕창 벌었고 그 영상 시청자들은 나를 추종했어. AV사장은 좋아했고 말이야."
그리고 그는 의아한 듯 다나카에게 물었다.
"근데 왜 AV 회사 사장은 좋아했는데 너는 죽상이야? 너도 그 회사 임원이였잖아. 너도 내가 활동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고 왜 이제와서 나에게 물어보는데?"
다나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가와 잇세이는 계속해서 말했다.
"뭐 상관없어 당신이 밀린 월세만 주면 그만이니까. 난 계속 이야기하지."
그렇게 그는 그가 AV업계에서 일하던 당시를 회상했다.
1990년대
그는 AV업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성인 포르노에 출연시키고 싶다고
마침 벌이도 없겠다 그는 그 제안에 응했다.
AV업계 사무실에 가니 거기에는 일본도를 든 야쿠자가 가득차 있었다.
사가와 잇세이는 그것을 보고 짐작했다.
AV업계는 야쿠자가 잡고 있다더니 확실히 그렇군
사무실에는 난초와 탁자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 사장은 이레즈미 문신을 한 채로 사가와 잇세이에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요즘 유명하신 분이시라면서요? 당신같은 분이 필요했습니다."
난 궁금했다. 여배우 상대로 사기계약도 있다는 마당에 나를 어떤 영상물에 출연시킬 건지 그걸 알아야 사기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를 어떤 영상물에 출연시킬 생각이신가요?"
사장은 웃으면서 사가와에게 말했다.
"식인 컨셉 영상물이요. 사가와 씨가 예전에 했던 것처럼 여자를 총으로 쏴 죽인 다음 관계를 가지고 식인을 하는 컨셉의 영상물을 찍어볼까 합니다. 요즘 시청자들이 일반적인 성관계 영상으로는 결제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자극적인 것이 필요해서 사가와씨를 불렀습니다. 사가와씨는 그쪽 방면으로 실제 경험이 있으시니 시청자들도 이입해서 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계약금은 선불로 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하하!!"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얼굴에 용 문신을 한 야쿠자가 나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난 그 위압감에 눌렸다.
하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돈을 벌
돈도 다 떨어져가는 마당에
AV영상물을 찍으면 돈이 들어온다.
나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사장은 웃으면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하하."
사가와 잇세이는 웃으면서 그 말을 따라 말했다.
다나카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그 때 돈이 제일 많이 들어왔지."
그건 사가와 잇세이의 목소리였다.
이제 다나카가 회상했다.
다나카는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빨리 돈을 벌기 위해서 AV회사에 취업했다.
그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까지 달 수 있었다.
아마 그가 임원을 단 것은 학력도 있었겠지만,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서가 아마 더 클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는 회사 일을 열심히 했다.
AV여배우와 계약을 체결했고
법적 문제를 해결했고
때로는 야쿠자의 뒤를 봐주었다.
하지만
그도 참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사가와 잇세이의 기용
인간 쓰레기를 기용한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그는 사장실로 찾아갔다.
그는 사장에게 항의했다.
"사가와 잇세이를 기용해서 식인 컨셉 영상물을 찍겠다니...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회사 이미지는 당연한거고 우리의 윤리가 최저점으로 낮아질 겁니다!! 그런 최저 최악의 범죄자를 기용하다니요!!"
사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봐 다나카 식인 컨셉 영상이나 우리가 그동안 찍었던 영상이나 다를 바가 없어? 강간 컨셉 영상이나, 몰카 컨셉 영상, 화장실 몰카 컨셉 영상, 근친 등등등 다 자극적인 것들인데 식인이라고 뭐 다를게 있어? 사람들은 어차피 그것도 재미있게 결제할거야 안그래?"
다나카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래도 흉악범을 기용하다니요!!"
사장은 말했다.
"사람들은 적어도 시청자들은 그런거 신경 안써 그런거를 신경 쓸 사람들이었으면... 애시당초 자극적인 영상물을 돈까지 줘가며 결제하지 않았겠지. 설령 뭐라 한들... 그건 위선일 뿐이야."
"사가와 잇세이와 영상을 같이 찍는 여배우는요!!"
사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잘 들어 다나카, AV여배우는 온라인 창부라네, 돈을 벌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은 온라인 창부... 그런 창부년의 인권을 지켜줄 필요가 있어?"
그리고 사장은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너 위선 떨지 마... 우리가 찍었던 강간 컨셉 영상들 몰카 컨셉 영상 근친 영상들 모두... 사실 리얼리티를 위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찍은 거잖아. 너는 그 년들에게 계약서를 내밀었고 그 년들이 울부짖으면 너는 법기술을 동원해 그년들을 내쫓았잖아. 이제 와서 그년들을 생각한다고? 이제 와서 살인마 기용하는 걸 반대한다고? 내가 너 그렇게 안봤는데 실망이야?"
다나카는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사장실에서 나왔다.
그때 다나카는 고민했다.
나는 뭐냐?
인생 처음으로 그런 고민을 했다.
단 한번도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회사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었다.
옛날에도 그랬다.
학교에서 공부 못하고 가난한 아이가 이지메를 당했을 때도
나는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학교의 비호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이지메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학교는 이지메를 당하는 아이를 보호하지 않았지만
공부를 잘하는 나는 보호했다.
나는 어렸을 때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성공을 위해서는
돈을 위해서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시키는 대로만 잘 하면 보상이 주어진다고
시키는 대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시키는 대로 학교에서 방관을 했다.
시키는 대로 명문대를 갔으며
사회의 기준에 따라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명령에 따랐다.
죄책감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미루어둔 죄책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다나카는 혼잣말을 했다.
"왜 학교는"
"시키는 대로만 살지 말라고 교육하지 않았지?"
사가와 잇세이는 다시 말했다.
"뭐, 그 시절도 다 옛 시절이야... 식인 컨셉 영상이 유행이 지나버리고... 나는 AV업계에서 퇴출되었지... 사회는 '이제 와서' 내 잘못을 조명했고 나에 대한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졌어, 난 내 장기를 살려서 학원에 취업하려 했지만... 소문이 다 퍼져서 쫓겨났지...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지금은 이 아파트밖에 없어..."
다나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부끄러움인가
회한인가
"자 이제 돈 줘."
다나카는 아무 말 없이 나갔다. 그 모습에 사가와 잇세이는 외쳤다.
"야 이봐 돈 안줘?"
다나카는 단호히 말했다.
"내가 너에게 돈을 주면... 사회는 또 너 같은 놈을 용납하는 꼴이 돼. 사회의 아이들은 너에 대한 모든 것을 알지 못한 채로 자라야 한다. 그래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돼. 다만... 너가 사회에 녹아들 수 있었던 이유만큼은 알려야겠지. 그게... 나의 속죄이자... 너가 세상에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이 될거다."
그리고 다나카는 나갔다.
사가와 잇세이는 방 밖으로 나오면서 외쳤다.
"야 돈 내놔 돈!!"
다나카는 그 말을 무시하면서 달렸다.
그건
자신의 과거를 달리는 것이기도 하였다.
자신의 과거를 달려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에 희망을 준다.
그것이
다나카 자신이 여배우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사가와 잇세이는 자신이 했던 행동의 의미를 알까?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아마
그것이
그에게 있어서
형벌일 것이다.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