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질문이 없었다

by 이엘

주의: 내용이 충격적일 수 있습니다. 성 관련 피해를 당하셨거나 정신적으로 취약하신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난 잠에 들었다.


영원한 잠이었다.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을 그런 잠이었다.


꿈에서 나는 어떤 빛의 형상을 보았다.


그 빛은 아름다운 여자의 형상을 취했다.


잘록한 허리 부푼 가슴 매끈한 살 아름다운 얼굴 황금빛 눈동자 그리고 몸이 비치는 하얀색 토가까지


난 넋을 잃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는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선택받은 용사입니다. 제가 창조한 이세계로 가서 세계를 마왕으로부터 구해주세요."


나는 어리둥절해 했다. 갑자기 내가 선택받은 용사라니? 하지만 그 여자는 내 생각을 안 듯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전 인간 세상에 개입할 수 없답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가장 선량한 사람인 용사님을 골랐지요... 강하고 담대한 마음을 가진 용사님이야말로 마왕으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답니다."


내가 선택받은 용사라고? 하지만 나는


지구에서 소위 잘난 것 하나 없는 이였다.


수업시간에는 잠만 자고 커뮤니티에 뻘글만 쓰며 공부 능력은 별볼일 없었다(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등급 모두 7등급이었다) 부모한테 얹혀 살고 있으며 알바는 단 한번도 해본 적 없었다. 살은 쪘고 야동을 보면서 자위나 하는 신세였다. 열등감만 많아서...


그 생각을 다 하기도 전에 여신은 내게 말을 걸었다.


"당신은 내면에 아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용사의 성검이 당신을 선택했기 때문이에요. '이세계로 가면 당신은 특별해질 수 있어요.'"


정말 특별하질 수 있을까?


정말 난 선택받은 인간일까?


이게


이게


이게


비현실적인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난 믿고 싶었다.


현실에서 루저였던 내가


다른 세계에서는 최강인 것을


다른 세계에서는 다른 존재인 것을


난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난 여신이 건내주는 용사의 성검을 받았다.


용사의 성검은 나의 손에 닿자마자 빛을 발했다.


초자연적인 현상에 나는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나는 선택받은 용사인가?


여신은 그것 보더니 말했다.


"그것 보세요."


"용사의 성검이 빛을 발하잖아요."


"그것은 당신이 선택받은 용사라는 증거에요!!"


나는 용사의 성검을 받아든 채로 검을 치켜들었다.


내가 우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나는 최고였다.


여신은 손벽을 착착 쳤다.


"자 이제 내려가세요. 세상을 구원해주시길."


나는 엄지손가락을 세운 채로 여신에게 말했다.


"걱정 말라고."


그리고 나는 세상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여신의 형상이 일그러지는 것을


나는 왕국에 내려갔다.


왕국에 내려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환영해 주었다.


가지각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환영해 주니 나는 우월감을 느꼈다.


집은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의 양식을 취하고 있었다.


붉은 지붕에 하얀 벽돌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세계의 어떤 역사성이나 맥락 지리 환경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환영해 주었으니


나는 성벽 밖에서 기다렸다.


성벽이 굉장히 단조롭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계속 기다렸다.


정말 성벽은 단조로웠다.


벽돌을 그냥 이은 모양새였고 어떤 특정한 양식은 없었다.


첨탑이 곳곳에 있는 것을 제외하면 어떠한 기능적인 어떠한 역사적인 묘미도 없었다.


그저 아름다웠다.


하긴 판타지 성벽이 아름답기만 하면 되지 뭐?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그러니 경비병이 나를 왕에게 데려다 주었다.


왕은 나를 환영해 주었다.


왕은 배 나오고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 인상이었다. 전형적인 판타지 군주였다.


왕은 내게 말했다.


"성녀에게서 자네가 올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네 부디 성검의 힘으로 마왕을 무찔러주게!!"


나는 이때까지 궁금했던 것을 왕에게 물었다.


"그 마왕이 어떤 존재이길래 퇴치해야 하지요?"


왕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마왕은 마왕이기에 마왕이다. 마왕이기에 악하고 마왕이기에 피해를 준다 그러니 퇴치해야 한다."


난 그의 말에 무언가 위화감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왕은 왕좌에서 내려오더니 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마왕을 퇴치해주고 우리 블랑드르 왕국을 구해주면 공주를 자네의 아내로 주겠네!! 그리고 이 나라를 자네에게 물려주지!!"


이 나라의 왕?


이 나라의 공주?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무직이었던 내가


루저였던 내가


이런 기회를 잡게 된다니.


나는


나는


나는


정말 자아실현을 하게 되는 것인가?


정말?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것인가?


그 생각과 함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은 그 말에 웃었다.


"그래!! 알겠네 방에 들어가게 방에는 자네의 동료들이 있네!!"


그 말에 나는 시종의 안내를 따라 내 방으로 갔다.


그러나 나는 알지 못했다.


왕이 한쪽 입꼬리를 기괴하게 올리는 것을


난 방에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니 한 성녀 복장을 입은 여자와 도적 복장을 입은 여자가 있었다.


성녀 복장을 입은 여자는 매우 매혹적이었다.


흰색 로브 위에 가슴골이 드러났으며 다리를 가린 천 사이로 하얀 다리가 드러났다. 얼굴을 매우 아름다웠으며 무엇보다 금발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도적 복장을 입은 여자 '아이'는 바지와 옷을 입었지만 매우 짧은 바지를 입었으며 타이즈한 바지와 옷을 입어서 몸매가 부각된 것이 특징이었다.


성녀 복장을 입은 여자는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모르핀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이들을 아름다운 꿈나라로 보내는 일을 하지요. 부가적으로 치유 등의 버퍼일을 하기도 합니다."


도적 복장을 입은 아이도 자기를 소개했다.


"안녕!! 나는 하프엘프 헤로인이라고 해!! 나는 어려보이지만 보기보다 나이가 많아!! 약 천살이야!! 왜인고 하니 엘프이기 때문이지!! 반가워!!"


나는 그들의 몸을 보고 흥분했다. 그들의 몸은 충분히 매혹적이었으며 매력적이었다. 모르핀과 헤로인이라는 이름은 무엇인가 이상했지만 그것을 잊을 만큼 충분히 충분히 충분히 그 몸은 아름다웠다. 특히 그 헤로인이라는 아이 보기에는 아이였지만 나이는 천살이어서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그럼 나랑 같이 마왕을 무찌르는 거야?"


"그래!!"


"그래요. 저희와 같이 그 나쁜 마왕을 무찔러요!!"


난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왜인지 모르게


그들의 말이


만들어졌다고 느꼈다.


하지만


난 질문하지 않았다.


너무 행복했으니까?


나는 왕궁에서 나와 모르핀이 시킨 대로 모험가 조합에 갔다.


모험가 조합에는 각종 모험가들이 있었다.


판타지스러운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으며


투구를 입은 이도


도끼를 든 이도


없었다.


오직 검과 갑옷을 입은 이만 존재했다.


여전사는 비키니 아머만 입었으며


여마법사는 가슴골이 드러나는 마법사 로브만 입었다.


난 의문이 들었다.


아니 노출이 저렇게 많으면 어떻게 싸우지?


하지만


노출이 많아 흥분이 되었기 때문에 이 생각은 곧 사라졌다.


난 모험가 접수원에게로 갔다.


모험가 접수원은 큰 가슴을 지니고 있었으며 딻은 머리를 하고 있는 전형적인 아가씨였다.


난 그 아가씨에게 난 용사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모험가 접수원은 손을 입술 위에 모으더니 깜짝 놀라 했다.


"어머!! 용사님!! 정말 용사님이세요!! 너무 멋있으세요!!"


갑작스러운 칭찬에 난 몸둘 바를 몰랐다.


내가 그렇게 멋있는 사람인가?


점차 나는 내가 루저였던 시절을 잊어버렸다.


나는 모험가 접수원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이 왕국의 역사와 모험가 조합의 역사는 무엇이지요? 건축 양식도 단조롭고 해서 궁금해서 여쭈어보는 거예요."


그런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조합에 있는 사람들의 눈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모험가 접수원도


"그건 왜 궁금해 하세요?"


라고


정색하면서 물었다.


그녀는 다시금 웃으면서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주위로 웃었다.


뭐지?


난 정사를 마치고 잠에 들었다.


나는 모르핀과 헤로인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세계의 모르핀과 헤로인은 원래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내 세계에서의 모르핀과 헤로인은 내가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이세계의 헤로인은 천살이었지만


내 세계에서의 헤로인은 16살이었다.


이세계의 모르핀과 헤로인은 나에게 자발적이었지만


내 세계에서의 모르핀과 헤로인은 나를 보면서 울먹이고 있었다.


뭐지?


난 잠에서 깨어났다.


접수원 아가씨가 날 깨웠다.


"일어나세요 용사님!!"


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퀘스트를 했다.


슬라임 100마리 잡기


미친 트라이어드 90마리 잡기


토드 베어 80마리 잡기


귀찮았지만 모든 것을 했다.


그 모든 것을 하니 놀랍도록 강해졌다.


고작 그정도 잡은 거 가지고 그렇게 강해진다니 이상했지만


손쉽게 강해진다는 것에 난 기뻤다.


모르핀과 헤로인도 기뻐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모르핀과 헤로인은 입은 웃고 있을지언정


눈은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99일이 지난 후 모르핀과 헤로인과 같이 마왕 토벌을 위한 여정을 떠났다.


마왕 토벌 여정은 순조로웠다.


숲은 그저 우리가 생각하는 숲이었으며


진드기


벌레


맹수


식량 식수 부족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산은 완만했으며


빙설은 춥지 않았다.


몬스터는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약해 빠졌으며


지도도 필요 없었다.


가는 마을마다 우리를 환대해 주었고


고을의 소녀와 관계를 맺었다.


그럼에도


모르핀 헤로인은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남자에게는 수많은 여자가 끌리는 법이에요."


라고 하였다.


동굴 속에서 모르핀과 헤로인과 잠자리를 가졌으며


그것은 행복했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마왕성에 도착했다.


마왕성 1층


마왕성 1층에는 내가 그동안 마시지 못했던 탁한 공기가 있었다.


외뿔이 달리고 흉악하게 생긴 사천왕이 우릴 맞았다.


나는 사천왕의 목을 갈랐다.


그 순간


사천왕은 말했다.


"네놈의 과거를 생각해라.."


나는 다시금 동굴에 들어갔다.


동굴에서 나는 사천왕의 말을 떠올렸다.


"네놈의 과거를 생각해라.."


내 과거?


수능 내신 7등급이고


2차원으로 나를 위로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를


나의 과거는 이세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세계에서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동료간의 우애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누군가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


난 모든 것을 깨달았다.


내 마음을 본 것처럼 모르핀이 나를 꼭 껴안았다.


모르핀의 가슴을 느끼면서


사랑의 열정을 알게 되었다.


그래


이게


진짜다.


이후


나는 삼천왕


이천왕


일천왕도 죽이고


마침내 마왕에까지 갔다.


마왕은 너무 약했다.


단숨에 목이 잘렸다.


하지만


마왕은


죽지 않았다.


"네놈의 죄, 입에 담기도 힘든 끔찍한 죄를 기억하라. 이름을 말하기에도 역겨운 자여."


그 순간


모르핀과 헤로인이 내게 말했다.


"저 말 듣지 마세요. 다 궤변이에요."


그러나


모르핀과 헤로인은 정말 싸늘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가에 웃음도 없었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 온몸으로 서늘함을 느꼈다.


그 서늘함을 가까스로 감추고


난 물었다.


"왜 웃음이 없는 거야?"


그녀들은 그때 입가에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되나요?"


"이러면 만족하나요?"


"우리가 당신의 '노예'였을 때처럼."


"강제로 웃으니 행복한가요?"


"더 웃어드릴까요?"


"그래야 당신은 만족하니까."


그녀들은 그 말을 하고 피눈물을 흘렸다.


그렇지만



그 장면이


위화감 있게


여겨지지 않았다.


이후 하늘이 깨지고 내 머리도 깨졌다.


삐리삐리삐리리리리리ㅣ리릴리리ㅣ리리


기괴한 노이즈가 귀를 타고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


노이즈는 나의 무의식에 있었던 나의 과거를 강제로 끄집어내었다.


그렇게


난 과거를 회상했다.


난 열등감에 휩싸여 있는 사람이었다.


살은 쪘으며


공부는 못했고


2차원으로만 자신을 위로하던 그런 인간..


하루하루 똥만 싸는 그런 인간


29살 먹었는데도 엄마가 잔소리하는 그런 인간


탈출구가 필요했다.


야동을 봤다.


만족했다.


하드한 음란물을 봤다.


만족했다.


더한 것도 봤다.


그러나 만족감은 더이상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텔레그램을 설치해


블랑드르라는 성착취 대화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에서는 나랑 비슷한 인간들이 있었다.


현실에서 무시받은 인간들


루저들이 모여


성착취물을 시청했다.


여자가 굴복하는 모습은 천상 행복이었고


부족한 자존감을 채워 주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원했다.


어느날


대화방 주인 천재가 우리에게 공지했다.


"내 게임 계정 키워주면 노예 두마리 분양."


난 곧바로


그의 rpg 게임 계정을 키워주고


보상을 얻었다.


난생 처음 얻은 여자였다.


트로피였다.


성취였다.


난 그 두명에게


모르핀과 헤로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그 둘을 사랑했다.


난 그 둘을 정말로 사랑했다.


라노벨에서 나오는 금단의 사랑처럼 말이다.


라노벨에서는 주인공이 어린 엘프 노예와 도적 노예를 잘 대해주지 않던가?


라노벨에서는 주인공이 어린 엘프 노예와 도적 노예를 악덕 노예상에서 구해주고 행복한 하렘을 꾸리지 않던가?


라노벨에서도 행복했는데 여기에서 행복하지 않을 것이 무엇이람?


라노벨에서도 강간 순애가 나오는데 나도 못할게 뭐람?


라노벨에서도 주인공에게 정복당한 여성이 주인공의 우월성에 취하지 않던가?


ntr는 라노벨과 히토미에서도 나오는데?


최면어플은 라노벨과 히토미에서도 나오는데?


실제로 실현하는게 뭐가 어때서?


하지만


왜인지 그 둘은 두려움에 떨었다.


왜?


난 의문이 들었다.


다른 놈들과 달리 난 사랑으로 대해주고 있는데?


나는 그 둘을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데?


물론 영상을 매개로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것이었기에


그들은 내 사랑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 중 하나가 경찰에 신고했고


블랑드르 대화방은 경찰에 의해 폐쇄되었다.


나는 정신감정서와


반성문 100장과


불우한 과거를 빌미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난 그것을


우리 관계를


법원이 인정해 준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기만일까


진실일까?


다시 나는 이세계로 돌아왔다.


이세계는 곳곳에 균열이 나 있었다.


아마


내 인식에 구멍이 나서 그럴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깨어났다.


삐리삐리삐리리리ㅣ리리리ㅣ리ㅣ


그 소음이 다시금 들려왔다.


그 소음을 듣고 나는 어떤 공간에 가게 되었다.


긴 꿈


나의 무의식


내가 묻어두었던 나의 감정, 기억들 모두가 있는 곳


그곳으로 갔다.


그곳은 칠흑 같은 공간이었다.


그 칠흑같은 공간에서 나는 두 손을 짚으며 제자리를 걷고 있었다.



긴 꿈에서


나는 공허 속을 걷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이것은 내 마음 속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이건 꿈이자


내 마음이구나


하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이게 내 마음이라니


이게


내 꿈이라니


내가 이렇게 검었나?


그렇게 부정을 하고 있는 와중 난


마왕을 보았다.


마왕은


형태를 벗더니 정장을 입은 남성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50대 남자처럼 보이는 그 사람은 내게 말했다.


"쾌락의 지옥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경험은 어땠나? 아동 성착취 사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놀랍게도


지금도


나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여자와 사랑하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그저 어린 여자아이와 관계를 맺고 싶었을 뿐인데


왜 사회는 나를 죽일 놈 취급하지?


나는 위해를 가하지 않았는데?


나는


오히려


사회의


피해자인데?


내가 백수로 살 동안 사회가 날 도와준 적 있었나?


내가 엄마에게 잔소리 듣는 걸 막아준 적이 있었나?


나한테 친구 하나 만들어 준 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그는 나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그 눈빛도 싫었다.


사회에서 받았던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눈빛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 걸지도 몰랐다.


난 억울했다.


하지만 억울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가 말했다.


"그렇게 스스로 나아질 생각은 안하고 늘 남탓만 했겠지."


"누군가 구원해주기만 바라고 누군가 대신 해주기만 바라면서 노력 하나도 하지 않았겠지."


"그러다가 말초적인 자극에만 빠져 극단적 음란물을 보다가 그 추악한 대화방에서 성착취물을 공유하고 내 딸을 노예로 부렸겠지."


"그래 그 알량한 남성성 하나 채우기 위해서."


"이세계에서 여자들이 너 같은 놈의 부족한 남성성을 채워주니까 기분 좋았겠지."


"아무 노력 없이 강해지고 사람들의 칭송을 얻고 여자까지 얻으니 질문 같은건 하기 싫었겠지."


"결국 자기 자신이 추악하다는 사실에는 눈을 돌리고 너의 중심에 있는 그 작은 물건의 욕정을 채우는 데만 관심을 가졌겠지."


"왜냐? 너 같은 놈은 노력의 가치도 모르고 사랑의 소중함도 믿음도 소망도 모르니까."


"모르니까 짐승만도 못한 그 본능으로 내 딸들을 그루밍 했겠지."


"너가 모르핀 헤로인이라고 이름 붙인 그 여자들의 이름을 아나!"


"모르겠지."


"애초 진정한 관계성에 관심 있었다면 육체가 아니라 이름을 물어보았을 테니."


"왜 또 관계성을 탐구 못한 이유를 불우한 과거 탓으로 돌리려고?"


"너의 과거는 너가 자초한 것인 데다가 누구나 불행한 과거는 갖는다는 걸로 반박할 수 있지."


"불운한 과거는 행동의 면피가 되지 못한다. 너 같은 가해자와 법원이 깨닫지 못하는 진실이야."


그의 속사포같은 말에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읽은 듯 그는 두 가지 선택지를 내게 주었다.


"선택하게, 가상현실로 갈 건지, 현실로 갈 건지. 현실은 너가 범죄자라는 서사가 널리 퍼져있네 결코 적응하기 쉽지 않을 거야. 결코 말이야. 물론 네가 피해자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티끌이지만."


나는 선택해야 했다.


계속 나를 기만할 건지


아님


마주할 건지.








긴 꿈이었다.


긴 악몽이었다.


그에게 모르핀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채로 성착취 당하는 건 악몽이었다.


그는


나와 나의 동생에게 특정 행동을 시키고 그것을 보면서 자위를 했다.


그리고 그걸 팔았다.


내 몸은 유린당했다.


나의 존엄은 유린당했다.


나는 여럿에게 보여졌다.


찢기고 팔렸다.


그는 나와 나의 동생에게 사랑한다 말했다.


그리고 나와 나의 동생을 자매덮밥이란 멸칭을 붙여가면서 성욕구를 풀었다.


역겨움을 느낄 새도 없이


그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왔다.


겨우 신고했으나


신상공개는 되지 않았고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의 형밖에 선고받지 않았다.


너무 짧았다.


그는 재판이 끝나고 내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이 형량을 받은 건 법원도 너와 나와의 관계를 인정해서야."


그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쳐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나와 나의 동생은 폐인이 되었다.


살이 20kg이나 빠졌고


기운이 사라졌다


자해도 했다.


얼굴에다 했다.


사람들이 못알아보게 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이것을 슬퍼하셨다.


아버지는 분노하셨다.


공학자였던 아버지는 방안에서 무언가를 만드셨다.


그리고


나를 괴롭혔던 가해자를 잡아와 그 기계에 쳐 넣었다.


아버지 말로는


스스로의 자기 기만속에서 썩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기만 속에서 썩어가다


진짜 지옥 속에 떨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난 궁금해졌다.


그가 참회하면


그가


나와 내 동생에게 용서를 빌면 어떻게 될까?


난 경과를 지켜봤다.


하지만


그는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쪽을 선택했다.


그것을 보고


나는


"하하하하하하하!!!"


웃었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가 살았던 삶의 궤적 속에서


결코 벗어날 수가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


나는 결심했다.


"나는 저자와 달리 내 이름을 갖고 내 스스로 살거야."


그것이


그와 나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이니


그와 나의 선택은 여기서 갈렸다.


나는 이혜경


내 동생은 이혜림


성착취물의 피사체가 아니라


이름을 가진 인간이다.


그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성착취물을 공유한 사람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단죄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래 나는 이혜경이다."


그녀가 이름과 존재를 다짐한 순간부터


그녀는 진짜 용사로 남았다.


현실을 견딘 진짜 용사로서..


가해를 견딘 용사로서


아니


단지 이름을 가지기만 했어도 말이다.


그럼 가해자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는 자기기만 속에서


이세계 환상 속에서


왕이 되었지만


병에 걸려서 몸도 못갸누는 신세가 되고


신하들에게 발광하다가


신하들에게도 비웃음 당하면서


그렇게 진짜 지옥으로 떨어졌다.


이야기 끝


외전


이혜경은 공부를 시작했다.


왜 가해자가 가해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자신에게 해를 끼쳤던 가해자는 현실에서 실패자였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다.


인터넷 상에서의 루저 담론을 받아들인 자였다.


인터넷 상에서의 찐따 담론을 받아들인 자였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못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고 타인마저도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부서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나와 나의 동생을 부순 것이다.


그래 그의 행동은 비열하다.


그의 행동은 정당화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키운 사회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나는 도대체 어디에다 책임을 물어야 하지?


어디에다가?


나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사회는 그를 괴물로 만들었고


플랫폼은 영상 유통을 방임하면서 돈을 벌었다.


가해자들은 처벌되었지만


그들은 처벌되지 않았다.


진짜 거악은 처벌되지 않은 것이다.


난 생각했다.


토양이 있는 한 악의 싹은 자랄 수밖에 없다고


난 결심했다.


그를 만든 세상과 싸우기로


난 싸울 것이다.


이혜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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