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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별 Nov 27. 2023

집 8화 -티끌 모아 초석을 다졌다.

티끌은 종잣돈이 되어준다.

     

이젠 조그마한 서부이촌 집도 좋은 세입자를 만났다.     

이번 세입자는 전세금 사기 문제를 걱정했다.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몇 백채의 빌라왕 사기 때문이다. 나한테 집이 두채뿐이냐고 물었다.      

아파트가 폭등하고 덩달아 아파트 임대료도 폭등하자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옮겨간다. 빌라는 안 팔린다는 속설 때문에 매매 값에 육박하는 전세금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종부세가 문제가 되었다. 임대 사업자 등록 주택은 종부세 면제 대상이었다. 국토부 장관이 티브이에 나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시라며 장려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도가 돌변해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아 임대사업 등록을 폐지시켰다. 어떤 개혁을 하기 전 여론을 통해 먼저 사회문제로 대두시키고 없어져야 한다는 정당성을 만든다.      

임대 사업자들을 적폐로 만들고 임대 사업자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단체가 생기고 시위까지 했다. 임대 사업자에게 주던 종부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중과 혜택을 없애고 종부세를 부과한다. 빌라왕들은 종부세가 어마어마해진다. 집 두채만 해도 종부세가 나오는데 몇 백채 종부세는 어찌 감당할 것인가. 아마도 몇십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사연이야 있겠지만 자살할 수밖에 없다. 세입자는 전세금을 받을 길이 없다. 경매로 갈 때 낙찰금은 국가 세금이 먼저 할당된다. 종국에 피해를 입는 건 전 재산을 잃게 되는 세입자다. 이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전세 대신 월세로 옮겨가고 있다.       


임대 주택은 많을수록 서민에게 도움이 된다. 다주택자가 필요하다. 다주택자들을 적폐로 몰면 무주택자가 어려워진다. 상생하며 살 대상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든 법이 바로 임대차 3 법이다. 이 법도 없애고 종부세도 없애야 한다. 작년 정부에서 말하기를 종부세는 상위 2%만 내는 거라고 했다. 우린 상위 2%가 절대 될 수 없다. 그런데 종부세가 나왔다. 상위 2%란 말은 거짓말이었다. 속였다. 금년엔 솔직하게 말했다. 상위 2%가 아니란다. 우린 중산층도 잘 쳐주는 형편이다. 2% 라니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온다.     

집은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징벌적 규제를 만들어 옭아맸다. 요즘 들어 규제들이 완화되고 있어 다행이다.     

 

고등학교 다닐 적 살던 동네에 사립대학교 총장 집이 있었다. 넓고 좋아 보이는 집이었다. 이 집이 이사를 갔다. 매일 그 집을 향해 돌을 던지고 욕을 해대는 바람에 도저히 살 수가 없어 이사를 갔다고 했다. 장독대의 장독은 다 깨졌다고 했다. 설립 대학의 캠퍼스는 광활하다 할 정도로 크고 웅장했다. 부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총장 댁에 분노를 가하는 것이다. 부자는 악이고 가난은 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 다주택자가 필요한 것처럼 부자도 있어야 한다. 학교를 세워 교육 사업을 하는 건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현하는 존경의 대상이다. 나도 부자라면 학교를 세우고 싶다. 먼지 풀풀 나는 좁은 교실에서 식판 하나 제대로 들고 다닐 수 없어 책상 모서리에 부딪쳐 국을 흘리기 십상인 그런 교실 말고 넓고 쾌적한 시설 좋은 외국의 사립학교 같은 곳. 의자에 앉은 채로 지나가는 친구의 발을 걸어 넘어지게 만들기 쉬운 그런 교실 말고 자료실도 있고 선생님 방도 있고 앉아서 공기놀이도 할 수 있는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다.   

        

모두가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 가질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다. 재벌들의 곳간을 털어 나눠 가져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던 단체를 본 적이 있다.  나눠가져야 할 구체적인 곳간의 금액까지 제시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배를 가르자는 소리다. 재벌 해체를 외치던 시위도 있었다. 기업이 존재해야 취업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 시위가 끊이지 않는 시청과 광화문이 가까이 있다. 별별 시위를 보고 산다.  

     

아는 젊은 이십 대 후반 청년이 알뜰살뜰 모아 오피스텔 하나를 사 월세를 주었다. 이 청년은 수원의 회사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소유한 오피스텔의 수리 요구가 있어 가끔 들리면 오피스텔 세입자는 자조 섞인 욕을 한다는 것이다. 

 “누군 부모 잘 만나서 씨발 재수 없어.”

갈 때마다 보는 건 고급 골프채였다.     

청년은 웬만하면 수리는 업자 부르지 않고 손수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세입자는 또 말했다.      

“그까짓 거 얼마나 한다고. 쪼잔하게.”

청년은 조롱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가부줄.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 

      

사마천의 화식열전에서 말한다.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충분해야 영욕을 안다.”      

천하의 공자가 이름을 떨칠 수 있던 것은 제자 중 자공이 조나라와 노나라 사이에서 재물을 사고팔아 돈을 벌어 비단과 폐백을 임금과 제후들에게 주어 주선을 했고 공자가 학문에 정진할 수 있도록 부의 뒷받침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부라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며 배우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부에는 고정된 직업이 없고 貨物에는 영원한 주인이 없어 재능이 있는 자에게 재물이 폭주한다고 썼다. 화식열전은 사기 열전 3의 마지막 부분이다. 사마천의 경제학 지침서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성공기를 썼다.


 부자는 악인 빈자는 선인이라는 프레임을 깨자.     

내 가난의 원인은 부모탓도 사회 탓도 아니다. 내 탓이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도 내 몫이다. 나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골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먹고살만한 자산을 남기셨지만 어머니는 외가 삼촌들의 빚을 갚아주느라 정작 우리 4남매는 가난에 허덕였다. 공부가 아니면 내 인생을 바꿀 기회가 없었다. 학교 선생님들의 진학 강권이 나를 일으켰다. 초등학교 졸업 후 식모로 공장으로 가던 아이들 속에서 담임의 끈질긴 설득으로 어머니를 움직여 대처로 유학을 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올케 언니들은 우리 집에서 물려받을 재산이 없다며 불만이었다. 좋은 남편 만나 전업주부로 편히 살면서 어찌 유산을 바랄까. 친정어머니는 그게 몹시 마음 상해 딸들이 벌어다 준 돈을 천 원짜리 한 장 안 쓰고 모아 아들들에게 주었다. 내가 아끼지 않으면 자식에게도 줄 게 없다.     

적고 보니 딸들을 위한 맹모삼천지교는 하지 않았구나. 경기도 신도시는 다 좋은데 서울로 대학 다니기 힘들다. 대학교 때 먼 길 다니느라 고생했지? 비평준화 지역에서 나름 명문여고를 다녀 목동 안 가도 대치동 안 가도 되는 줄 알았다. 미안하다.     

     

서부 이촌 집은 재건축 시 추가 분담금이 필요하다. 전세금도 돌려주어야 한다. 아직도 저축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협의에서 추가 분담금은 입주 후 내기로 했다고 한다. 층고도 일률적인 35층에서 60층 전후로 상향되고 조합원 전세대 한강 조망권을 줄거라고했다.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티끌은 종잣돈이 되어준다. 나는 티끌을 모아 초석을 다졌다.   

   

친정 조카들과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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