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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별 Nov 27. 2023

집 7화-용산 국제 업무지구 서부이촌

재 건축 아파트

          

     

과천 집을 판돈이 조금 남았다. 은행 이자가 1.1 %였다. 부동산에 우리 돈에 맞는 상가를 알아봐 달라고 했으나 작은 돈이라 그런지 연락이 없었다. 일 이년이 훌쩍 지나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촌동 아파트 전세금도 있다. 이건 다 쓰면 안된다. 내가 모을 수 있는 한도 금액만큼 보태기로 했다.     

     

집과는 먼 곳을 돌아다니다 가까운 용산 지역을 돌았다. 용산은 편차가 심하다. 낙후된 곳들이 많다. 먼저 동네를 한바퀴 혼자 돌다 부동산을 들어간다. 언제 개발될지 하세월인 곳 잘 팔리지 않는 집들을 보여주었다. 용산이 뜬다는 소문에 거제도에서 포항에서도 와 계약을 하고 갔다고 했다. 용산 곳곳 안 가본곳이 없다. 지금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도 이때 가본곳이다. 국방부 숙소와 국방부 건물, 용산 미군 부대 출입구가 있었다. 조용한 곳이었다.      

     

용산 역 계절 밥상에서 밥을 사먹고 서부 이촌동을 찾아갔다. 처음 서울로 이사오던 때보다 용산역은 많이 달라졌다. 아모레 퍼시픽 사옥도 멋있고 주상 복합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여기 주복을 분양할 때 큰 딸이 과천 집을 팔아 사고 싶다고 했던걸 흘러 들었다. 인생이 달라질 기회를 놓쳤다. 내 생각에 갇혀 남이 하는 말을 흘려 듣고 보냈던 일들이 많다. 결국 돌고 돌아 서부 이촌동에 집을 계약했다. 딸과 공동명의로 2분의 1지분씩이다. 부동산에다 법무사 쓰지않고 셀프등기를 할테니 필요한 서류를 잘 챙겨 달라 부탁했다. 부동산이 할 일은 계약서 쓰고 구청에 매매 신고를 하는 것이다. 자금 출처를 통장 사본까지 첨부해 증빙을 했다. 가족 공동 명의라서 자금 출처를 철저히 했다.      

내돈 내산 집인데 자금 출처를 밝히란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제도도 지난 정부 들어서 처음 생겼다. 쓰다보니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비판이 많다.     

취득세도 직접 구청에 가서 납부했다. 취득세 구청 납부는 카드 납부가 되지 않는다. 현금으로 내야 한다. 종부세도 카드 납부시 수수료는 납부자 부담이다. 취득세 영수증이 있어야 법원 등기 접수가 가능하다. 등기 사무소에 갔더니 거기 은행에서도 취득세 납부를 할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등기접수시 필요한 서류들을 메모하고 구청 주민센터 다니며 손수 준비했다. 부동산 소재지 관할 등기소에 가면 은행에서 내야 할 인지대등 제경비를 안내해 준다. 접수 전 서류 점검 방이 있다. 번호표를 뽑아 차례가 되어 들어가면 미비한 서류가 있는지 점검해 준다. 점검 후 접수 창구에 주면 된다. 나 보다 더 호호 백발 할머니가 내 앞 차례였다. 서류 점검 방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나누며 여유로웠다.     

등기가 나오면 직접 수령할건지 우편으로 받을건지 물었다. 시간 많은 나는 직접 수령하겠다고 했다. 날짜를 알려 주었다. 등기 수령시 수정할 내용이 있으면 수정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조그만 재건축 집을 사고 10년 살았다는 세입자를 만기가 되어 내 보냈다.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했다. 어떻게 집을 이렇게 하고 살 수가 있을까. 씽크대 배수구는 석회질화 되어 사용 불가였다. 이사를 많이 다니고 집 수리도 해 봤지만 이런 집은 세상에 이런일이다. 벽지를 뜯어도 뜯어도 벽지다. 바닥 장판도 세겹이다. 시골 폐가 상태다. 이 집을 구입할때부터 내가 들어가 살거라고 못을 박아둔게 다행이었다. 독한 락스를 여러병 사 10년 묵은 때를 닦아냈다. 벽에 시멘트를 바르고 페인트까지 손수 다 칠했다. 우중충한 밤색 화장실은 흰색 페인트를 칠했다. 화장실과 보일러실에 선반을 만들었다. 금손 남편과 노동꾼 아내 둘이서 즐겁게 일했다. 전기시설과 가스렌지 변기교체는 업자를 불렀다. 변기와 수전은 을지로 도매 상가에서 사고 벽지와 장판도 방산시장에 가 샀다. 씽크대 배수구를 뚫던 중 아래층에서 물이 샌다며 의기양양 당장 고치라고 했다. 업자를 불러 즉시 수리를 했다. 워낙 오래된 집이라 배수관이 낡아 생긴 누수였다.      


우리가 들어가 살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임대차 3법이 생기고 재건축 집은 실거주 2년을 해야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집 명의자는 물론 세대원 전원이 살아야 한다. 딸은 여기서 거주할 수 없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분명 이집을 살때는 그런 조항이 없었다. 법이 공고되면 만들어진 이후부터 시행되는데 일년이고 십년이고 무조건 소급적용 시켰다.      

     

청와대 청원과 국회 법 발의 게시판 국토부 민원제기등 내가 할 수 있는건 다 했다. 이 법들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는곳에 나가 발표도 했다. 대중 앞에서 나는 전혀 떨지 않는다. 부동산이 계속 폭등하자 벼라별 규제법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든 집들은 실거주 2년을 해야 한다고 집을 사는걸 막고 세금으로 폭등을 막아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다.      

지인은 반포 재건축 아파트에 사둔 집에서 2년을 거주할 방법이 없었다. 소급 적용하는 바람에 재건축 도래 기간이 짧아 2년은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기간이다. 이 부부는 퇴직하고 고향 시골에 내려가 땅을 사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집을 싸게 팔고 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우린 들어가 살려는 계획을 잠시 미루고 추이를 살피기로 했다. 실거주 2년 법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임대차 3법과 맞물려 임대료가 폭등하고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진다. 나처럼 재건축 집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집을 비워둔것도 한몫했다. 집값 폭등에 이어 임대 폭등 현상이 빚어지고 여론이 나빠져 실거주 2년법은 결국 폐기되었다. 실거주 2년법은 재건축시 입주권과는 무관하게 되었으나 집을 팔려면 실거주 2년을 해야 양도세 중과를 피할수 있는 법은 살아 있었다. 동부 이촌동 집은 실거주 오래 한 집이지만 다시 2년 거주하면서 팔아야 한다. 세상이 어찌 돌아갈지 모른다지만 나라 법을 소급 적용하면 안된다. 과거엔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면 유예기간을 거쳐 공고가 되고 공고일 이후부터 적용 시행되었다. 국민들은 이 유예기간에 맞춰 새로운 법에 대비할 수 있다. 이런 막무가내 법이 일사천리로 통과 되고 시행되는게 혼란스러웠다. 국가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한다. 국민이 신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마천의 사기 상군 열전에서      

100배의 이익이 없으면 법과 제도를 고치면 안되고 10배의 효과가 없으면 기물을 바꿔선 안된다고 했다.

성진국민학교 198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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