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질환을 치료할 신약의 후보물질들은 사람에게 효능(efficacy)이 있으면서도 안전(safety) 해야 하며, 최종 승인을 위해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단계에서는 기존에 개발된 약들에 비해 위의 두 가지 요소가 더 개선되었는지 비교 시험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신약 후보물질들은 사람에게 직접 시험하기 전에 '전 임상시험(Pre-Clinical) 단계'에서, 실험용으로 제작된 마우스부터 침팬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체모델(in vivo model)을 시험하여 부작용이나 독성 및 효과 등을 확인합니다.
주로 약물이 체내에 어떻게 흡수되어 분포되고 배설되는가와 약효 약리연구가 수행된다고 이해하면 되는데 결국 사람에게 유해 하진 않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함이 주목적입니다.
그러니, 사람과 비슷하게 진화적으로 잘 보존된(evolutionary conserved) 유전체와 단백체를 갖고 있는 실험동물들의 데이터들은 더욱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예, 돼지 혹은 침팬지 등) 후보물질이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보다 개선된 약물들의 검증을 위해서 반복적인 생체 실험이 악순환(vicious cycle)됩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기초연구에서 질병과 발생의 작용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동안 700만 이상의 동물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실험 연구 목적으로 생체실험 모델로 쓰이는 다양한 종의 생명들
필자는 늘 동료 과학자들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 사람과 비슷한 혹은 같은 유전정보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들을 희생시키는 명분이라면, 그들이 우리처럼 영혼이 있으며 지성 감성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 혹은 가능성은 왜 부정하는 것인가?
- 다른 존재의 비자발적인 고통으로 인(因)해서 얻은 산물이 과연 인류가 바라는 무병장수의 과(果)로 이어질 것인가?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것이 아닌가?
보다 직접적으로 던지고 싶은 질문은,
만약, 생명의 무게를 측량하는 저울이 있다고 했을 때,
과연 사람 생명의 무게가 다른 생명체보다 무거울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일반인들과 달리 필자에게는 모순적이며 매우 괴로운 질문인데 이미 필자는 신약개발 분야 연구에 오랫동안 참여해온 당사자 이기도 하고, 이러한 흐름을 바꾸려는 시도는 마치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거대한 마차 앞에 선 사마귀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처지를 자처하는 상황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필자와 같은 연구자들만이 다른 적절한 '대안 혹은 극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에 만나는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동료들에게 종종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며 그들보다 지적으로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면, 인류 스스로 그 고통을 극복하는 지혜를 얻고 다른 공생하는 존재들을 위해 베풀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매우 공감하면서도 '다른 생명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약을 개발할 수 있는 그 미션'을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와 함께 요즘 AI (인공지능) 분야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으니까 가까운 미래에는 해결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 전달도 잊지 않고 헤어집니다. 그렇지만 당장 내가 해야 할 일 혹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뜻도 분명한 것이어서..
그래서, 이제 필자가 직접 찾으려고 합니다.
오늘도 신약개발 분야 AI 기반 머신러닝 / 딥러닝 교육받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깁니다만,
일단 안전모는 챙겨 가야겠죠.
달리는 마차에 덤비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