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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라이언 May 10. 2022

왜 의사, 약사 그리고 의생명과학자가 되고 싶을까?

생명과학자의 철학



생명과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브릭 (BRIC,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의 게시판에는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는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대학원생들의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보장되면서도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의료인, 교수 그리고 연구소의 연구원 등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분들의 질문에 대해, 각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각 분야별 전문가분들이 자격요건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물론, 매우 날카로운 현실적인 조언도 종종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온라인상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종종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합니다.


 
 "어떤 마음이 생겨서 그 직업을 가지려고 하죠?"


'뭐지. 이 고루하고 꼰데 같은 느낌은?'하고 무시하고 싶은 질문이었을 수도 있을 텐데, 저의 경우나 제 주변의 분들의 예를 들어 좀 더 진심 어린 대화를 요청하면 다행히 대부분은 성의껏 대답을 해주십니다. 당연히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 최고의 전문직을 획득하고 싶은 마음이야 비슷하겠지만..


사실, 언젠가 한 번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 '좋은 계기 혹은 의지'를 재차 상기하고 그것을 잊지 않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질문 형식을 통해 슬며시 꺼내보는 것입니다.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자기 자신과 동료들과의 경쟁 속에서 높은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삶에 놓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그 마음의 뿌리가 희미해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비슷한 질문을 꾸준히 해본 결과, 생명과 관련된 분야에 직업을 꿈꾸고 준비하는 사람은 비록 각자의 계기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거의 비슷한 '의지(意志)'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


입니다.


땅 위에서 선을 그을 때 멀리 있는 큰 나무를 보고 가다 보면, 땅이 울퉁불퉁하거나 큰 바위가 있어도 결국 바른 선을 이어가는 것처럼, 그 고귀한 '의지'를 잊지 말고 가면 좋겠다고 조언드리곤 합니다. 세 살 먹은 애기도 다 아는 당연한 이야기라 하겠지만, 우리 같은 어른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니까요. 누군가 그러는 당신은 그렇게 마음을 잘 간직하고 걸어왔냐고 물어본다면 난 정말 그렇지 못해서 수많은 곡절을 겪었고 좌충우돌 비틀거리면서 살다 보니 '초심'을 간직하고 산다는 게 그저 자아만족 내지는 뭔가 있어 보이는 장식용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판단의 순간에 결정적인 선택을 하는 열쇠라는 것을 여러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매년 열리는 과학영재고 캠프에 원래 강의하기로 하셨던 연구단 단장님 대신 갑자기 한 시간 강의를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진땀을 빼며 근근이 진행해서 거의 끝나갈 무렵 질의응답 시간에 한 여학생이 어려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지만, 만약 실수로 환자가 잘못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어서 진로 결정이 두려워요. 어떻게 하면 좋을 까요?"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도 예전에 연구하면서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답을 구하지 못했었기때문에..


"글쎄요. 내가 만약 환자라면 그런 진심을 갖고 있는 의사에게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받을 것 같은데요.."


순간 튀어나온 답이었지만 지금도 그 이상 대답하긴 어려웠으리라 생각해봅니다. 글을 쓰는 지금 그분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지는군요.


조금 씁쓸한 이야기이지만 제가 느끼는 지금의 우리 사회는 '팬(fan, 마니아)'으로서 각자 좋아하는 사람, 그룹 혹은 사람들은 있을지언정, 존경할 수 있는 '스승의 계층' 사라졌습니다. 정치, 교육, 법, 경제, 언론.. 그리고 의료분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그 직업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무척이나 고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제한된 자리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심' 혹은 '보상심리'에 매몰되어 살다 보면, 어느새  근본적으로 품었던  '초심'의 씨앗을 심어두었다는 것을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높이 또 높이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나의 고통'을 만들게 됩니다. 내가 이미 힘든데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여유 내지는 마음을 내는 것이 쉽지 않겠죠.


그렇지만 MZ 세대를 비롯한 미래의 이 분야에 종사하고픈 많은 분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특정 직업과 지위가 누리는 허망한 껍데기들을 바라보며 무턱대고 쫓아가는 것보다 자기 내면의 울림이 만들어낸 '초심'을 등불 삼아 흔들거리지 않고 멋지게 잘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같은 길이어도 '새로운 사람의 길'을 걸으면 좋겠습니다.


'스승님들'의 출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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