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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라이언 May 14. 2022

모순, 그 너머

생명과학자의 철학


     어느 날 자취방 방문에 붙여둔 거울이 덜렁거려서 다시 붙이려고 양면테이프를 들고 뒷면으로 돌리는 순간, 빽빽하게 붙어서 죽음을 맞은 바퀴벌레들을 보았습니다. 평소 학우들에게 '살생은 서로에게 좋지 않아.. 가급적이면 놓아줘'라고 했던 필자는 크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저의 '모순'을 발견한 것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침략해서 참혹한 살육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분노하고 있지만, 대학원 시절부터 오랫동안 '스타크래프트'는 물론이고, '스페셜 포스', '서든어택'이나 '오버워치' 같은 FPS(1인칭 슈팅게임) 게임을 즐겼는데 모두가 전쟁을 모사한 것입니다. 전쟁 관련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도 꽤 즐겨보았는데..


'모순'속의 저를 발견한 것입니다


어릴 때는, 잔인함에 대한 큰 고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시절 개미집을 부수고 돌을 들어 헤아릴 수 없는 개미들을 죽인 것이 지금도 가끔은 마음의 큰 빚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구라는 것을 시작하고부터는 세포배양을 하면서 실험에 쓰이고 또 버리게 되는 세포수가 수백 혹은 수천만에 이릅니다.


여전히 육식과 채식을 함께 하며 지내는,

결국 '모순에 모순이 더해지는 삶'인 것입니다.





세계 최초, 구체적인 동물보호법이 1933년 11월 24일, 제정되었습니다. 실험동물  및 가축 도축의 규제를 포함하는 등 현대적이고 선진 윤리화 된 법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런데, 알고 계시나요? 다른 종에 대한 생명존중의 첫걸음이 바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에 의해 제정된 것입니다.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살을 자행한 그들이 동물을 위해 좋은 법을 제정하는 '모순'적인 행위를 한 것입니다.


네.. 아이러니합니다.


그렇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모순'을 일으키는 시간이 없었다면, 영원히 반대편으로 건너가지 못할 것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더 자유롭게 만드는 길을 가는데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어,

 '모순'의 가시를 천천히  빼내면서 걷다가 보면,

언젠가 철학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 길 위에 올라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모순에 푹 빠진'채 한 걸음씩 걸어 나가 보려고 합니다.






이 시대의 스승으로 존경받'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에서 발췌한 일부를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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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인가?

나의 노력은 그저 커다란 호수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이 아닐까?  

결국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나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라는 당신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당신이 곧 인류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세계에서 따로 떨어진 채 혼자 서 있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다.

당신이 곧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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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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