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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공장 알바남

by 일용직 큐레이터

노가다 현장 인력이 줄고 있다.

작업이 마무리된 동은 인력을 뺀다.

매일 50명씩 모이던 잡부의 숫자가

30명대로 줄었다.


내일 출근 여부를 하루 전날 알려준다.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다.

오전에 통보해 주면 오후 중에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꼭 6시가 다돼서 알려준다.

그럼 내일은 공치는 날이 된다.


언제까지 노가다만 할 수 없다.

알바하다 만난 분이 추천해 준 공장일을 해보기로 했다.


양산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공장이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일당은 12.7만 원이다.


동래역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2교대 하는 작업자들이 많은지

여러 회사의 셔틀버스가 서 있었다.


공장은 깔끔했다.

대기장소에는 나를 비롯해 젊은 남자들과 아저씨들이 모여있었다.


시크한 담당자가 나타나 출석을 부른다.

장갑을 나눠주고 업무를 받는다.

핸드폰은 소지할 수 없다.


핸드폰을 사무실 보관함에 넣어야 했다.

보안 때문인지

작업 효율 때문인지 모르겠다.


나사를 조이고 기름칠한다.

부품을 조립해 옆 라인으로 보낸다.

생각보다 일은 단순하고 쉬웠다.


쉬우니 알바를 쓰지.

직원들은 20~30대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꼭 필요한 말 외에는 대화도 걸지 않는다.


2시간 일하고 10분 쉰다.

학교종이 울리는 것처럼 알람이 들리면

화장실, 휴게실을 갈 수 있다.


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딱 10분만 쉰다.


밥시간은 30분이다.

식당은 깔끔하고 메뉴도 괜찮다.

부식으로 컵라면도 준다.


야간 근무 후 집에 돌아오면 8시다.

계속 잠에서 깬다.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패턴은 처음이다.


그렇게 1주일을 일했다.

시간, 난이도, 일당 모두 노가다가 낫다.

옵션이라 여겼다.


노가다 못 나갈 때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생겼다.

얼굴을 자주 비추니 직원들도 잘 대해준다.


1주일치 컵라면을 모으니 양이 제법 된다.

공장일에 편견이 있었는데 나름 할만하다.


공장일은 1주일치 스케줄을 미리 알려준다.

다음 주 언제 언제 나올 수 있냐 묻는다.

일이 없는 날은 노가다를 지원한다.


이마저도 없으면 물류센터를 나간다.

공치는 날이 점점 줄어간다.

다만 잔고는 쌓이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200만 원 남짓이다.

이걸로 생활이 되지 않는다.

프로젝트 용역비로 보완해 어찌어찌 달을 넘긴다.


알바 어플을 보면 공장 일이 많다.

하루 12시간, 주 6일, 350만 원.

주야간 교대근무가 대부분이다.


기계처럼 일하면 350만 원을 벌 수 있다.

일상을 포기하고 일만 하면 생활은 된다.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루 8시간, 주 5일, 300만 원.

이렇게 10년을 일했다.


오늘도 채용 공고를 뒤진다.

응시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보려면 일당잡부로 살아야 한다.

당연히 핑계다.


하루 12시간, 주 6일 일해도 면접은 볼 수 있다.

두렵다.

한번 발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배가 덜 고픈게지.

아직 아이가 없는 게 다행이다.

나만 고생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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