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사기 당한 후 2주를 놀았다.
알바 공고를 보고 지원할까 말까 망설였다.
혹여 일 못한다고 욕먹으면 어떡하지?
일이 안 맞으면 추노를 해야 할까?
같은 바보 같은 고민으로 시간을 축냈다.
입 다물고 힘만 쓰는 일을 찾았다.
악명 높은 상하차다.
힘쓰는 건 자신 있기에 별 걱정 없었다.
상하차/OOO/40세/181cm/OO동/열심히 하겠습니다.
요즘 알바 지원은 문자 한 줄이면 충분하다.
담당자들이 보기 좋게 보내야 뽑아준다.
문자를 보내고 몇 초 만에 답장이 왔다.
교통편을 묻길래 셔틀버스를 탄다고 했다.
1월 9일 오후 4시 OO역에서 탑승하세요.
OO역에 20분 먼저 도착했다.
편의점에 들러 생수도 한 병 구입했다.
시간이 가까워 오니 외국인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손에 종이를 쥔 친구가 다가왔다.
OOO씨세요?
종이에는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알바를 관리하는 사수인가 보다.
도착한 셔틀버스는 45인승으로 꽤 컸다.
자리 잡고 앉으니 외국인 친구들이 음악을 틀고 게임을 하고 난리가 났다.
요상한 음악 소리, 게임 소리, 대화 소리가 섞여 여기가 한국인가 싶었다.
도착한 현장은 큰 물류센터다.
각지로 발송되는 택배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태블릿으로 계약서를 쓰고 안면인식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안전교육장에는 50여 명의 외국인 친구들이 있었다.
한국인은 나를 비롯해 3~4명 남짓.
안전모, 안전화, 장갑, 엑스밴드를 착용하고 현장으로 나선다.
관리자는 30대 초반의 한국 남자다.
정중한 태도로 오늘 할 일을 알려준다.
3명이 1조를 이룬다.
한 명은 바코드 기계로 택배에 붙은 송장을 찍는다.
주로 여자가 하는데 히잡을 쓴 외국인 친구가 맡았다.
나와 외국인 남자는 컨베이어 벨트 좌우에 서서 몰려드는 택배 상자를 쌓았다.
처음 한 시간은 할만했다.
컨베이어 벨트 속도도 느리고 박스도 무겁지 않았다.
더 빨리빨리!
관리자의 고함이 들렸다.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도 빨라진다.
수산물 상자가 몰려왔다. 얼음이 들었는지 엄청 무겁다.
외국인 친구는 내가 쌓은 상자를 다시 재조정한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젖을 대로 젖은 마스크 때문에 숨쉬기 힘들었다.
마스크를 짚어 던지고 다시 박스를 쌓는다.
2시간 후 삐~하는 소리가 울린다.
쉬는 시간은 단 5분.
화장실 다녀오면 끝이다.
그렇게 4시간을 일하고 집으로 향했다.
올 때는 몰랐는데 셔틀버스는 광안대교를 건넌다.
며칠 전 광안대교가 보이는 멋스러운 카페에서 와이프와 커피를 마셨다.
지금은 땀에 젖은 채 요상한 음악 소리가 나는 버스를 타며 건너고 있다.
4시간 일하고 받은 돈은 4.5만 원이다.
이걸로 생활이 되지 않았다.
한탕 더 뛰어야겠다.
시급 1.5만 원 상하차 알바를 찾았다.
집 근처, 차로 15분 거리다.
지원하니 바로 출근하란다.
시급 1.5만 원짜리 상하차는 새벽 4시부터 아침 10시까지다.
물류센터 상하차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니 번갈아 하기로 했다.
새벽 상하차는 옷, 신발 등 의류를 다루는 곳이다.
커다란 탑차가 들어서면 이동식 컨베이어 벨트를 대고 박스를 내린다.
탑차에 실린 박스는 대략 200~300개.
의류가 가득 실려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알바는 이 박스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역할이다.
직원들은 박스에 붙은 송장을 보고 지역, 매장을 구분해 작은 탑차에 싣는다.
처음 50 상자는 할만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긴 했지만 버틸만했다.
100 상자가 넘어가니 온몸이 땀에 젖고 손가락 끝이 아려온다.
못하겠다고 상자를 짚어 던지는 상상을 한다.
버티고 버텨 200 상자를 하차했다.
잠시 쉬는 시간에 장갑을 벗으니 손가락 끝이 다 까졌다.
또 탑차 한대가 들어선다.
직원은 내게 눈짓으로 올라가라는 신호를 준다.
그 새벽 혼자서 400~500개의 상자를 하차했다.
집에 돌아오니 옷이 흠뻑 젖었다.
세탁+건조를 돌려놓고 잠을 청한다.
오후 3시에 일어나 알바 갈 준비를 한다.
오전 11시에 집에 왔으니 대략 4시간을 잤다.
비몽사몽 한 채 준비를 하고 OO역으로 향했다.
4시간 상하차 후 집에 돌아와 몇 시간을 잤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차를 몰고 두 번째 알바를 하러 간다.
첫 번째 상하차 4.5만 원, 두 번째 상하차 약 9만 원.
세금을 떼면 약 13만 원 남짓이다.
그렇게 1주일을 하니 몸이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가락이 아려왔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니 탈수 증상도 나타났다.
새벽 상하차 알바는 10시가 종료인데 오늘은 11시가 되어도 끝날 줄 모른다.
옆에 있던 다른 알바가 집에 간다며 물류센터를 나섰다.
기약 없이 일하다간 오후 알바 전 잠도 못 자고 갈판이다.
나도 집에 간다고 했다.
그리곤 차에 앉아 전화를 걸었다.
물류센터 사모님께 더 못하겠다 했다.
시간대가 안 맞는다고 핑계를 댔다.
오후 상하차도 그만두었다.
사람들이 하지 말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상하차는 당장 급전이 필요하거나, 특이 체질이 아닌 이상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1주일 상하차를 하고 2주를 몸져누웠다.
이후로는 상하차는 제외 검색어로 설정해 두었다.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