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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두절

by 일용직 큐레이터

벌써 세 달째 자리를 못 잡고 있다.

부산에 내려와 시작한 사업은 실패했다.

재취업에 도전하며 알바하는 40대.


40년 동안 참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렇게 일이 안 풀린 적은 처음이다.



나이 40에 알바하는 인생이라니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 못 했다.

하루 9만 원, 10만 원 벌기 이렇게 힘들 줄이야.


매일 알바를 찾고 새로운 일터로 나가는 게 두렵다.

내일 일거리를 찾았지만 모레는 어쩌지?


집에 혼자 있으면 극심한 우울감이 몰려온다.

친정 간 와이프는 매일 걱정된다며 안부를 물어온다.

잘 지낸다는 말에 너 힘든 거 다 안다는 어머니.



부산 한번 갈게.

친구들의 연락이 두렵다.

점점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걱정하는 친구들의 연락이 두렵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치부를 보여주기 싫다.

무엇이든 도울 친구들이지만 지금은 피하고 싶다.


어떻게든 스스로 이겨내고 싶다.

혼자서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를 보낸다.

극심한 우울증은 집에 있을 때 계속된다.

때로는 술로 잊어보지만 그때뿐이다.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유튜브를 본다.

여행하며 즐겁게 돈 버는 유튜버.

작은 사업으로 시작해 프랜차이즈로 대박 난 20대 사장님.

남들이 모르는 사업 아이템으로 빈틈 공략에 성공한 50대 사장님.


아무리 성공 스토리를 봐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무기력하다.

빠릿빠릿하던 머리가 돌지 않고, 쌩쌩하던 다리가 굳었다.



오늘도 책임감에 알바를 찾는다.

대학생, 주부환영.

20~30대 연락 주세요.


40대는 설 곳이 없다.


내일 OO동 현장 출근 가능하세요?


매일 탈락해도 습관처럼 신청해 놓은 노가다 어플을 통해 연락이 왔다.


네 가능합니다.


다시 작업복과 안전화를 챙기고 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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