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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쓰장 Jun 20. 2022

친구를 잃어버리는 방법

청개구리 심보도 필요해요.

  얼마 전 졸업한 지 30년 만에 대학 친구들을 SNS 대화방에서 만났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동안 문명의 기기를 이용한 만남을 왜 진작 활용하지 못했을까? 사는 게 바빠서 그동안 잊고 지낸 까닭이다. 어른들의 친구 찾기 주간이었다. 얼굴이 변하지 않은 친구, 가물가물 기억이 없는 친구, 밤새 이어진 알람 소리에도 반가움은 끝이 없다. 그동안 친구를 잃어버렸던 시간이 이렇게나 길었다니….

      

   ‘잃어버린다’라는 뜻은 ‘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져 그것을 아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아주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된다’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아 소식을 모르는 친구는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맞을까?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면 굳이 잃어버렸다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친구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잊고 있다가 다시 찾은 것이다. 풋풋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장성한 자식들에게서 자신 모습을 찾아내는 시간을 맞이하였고, 긴 세월 살아내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겨나니 잃어버렸던 친구 생각을 이제야 한 것 같다.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들과 전화 목소리로 만났다.

      

  “아직도 아가씨 같은 명랑한 목소리가 반갑다 친구야!”

  , 아가씨 맞거든.”

     

  친구의 구슬 같은 맑은 목소리에 비해 투박해진 내 목소리가 비교되어 튀어나온 말인데, 아직 미혼인 친구가 그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어 한바탕 크게 웃었다. 간호대학을 나온 친구들이라 대부분 학교, 병원, 의무실, 보건소 등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코로나 시대를 일선에서 온몸으로 견뎌온 처지라 건강한 안부를 전할 수 있음에 서로에게 고마워했다. 기특한 누군가의 친구 찾기 노력은 대성공이었고, 가까운 시일 내에 동창회가 열릴 것 같다. 50대 아줌마들의 뒤늦은 동창회 장면을 상상해 보라. 떠들썩한 수다로 옆에서 흉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해 년마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차원의 교육활동으로 친구 사랑 주간을 운영한다.

  활동 내용 중에 그림책을 읽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눈에 뜨여 살펴보았다.

  낸시 칼슨의 그림책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에 있는 일부분이다.

  1. 절대로 웃지 말기

  2. 모두 독차지하기

  3. 심술꾸러기 되기

  4. 반칙하기

  5. 고자질하기

  6. 앙앙 울기

     

  친구를 얻는 방법에 비해 잃어버리는 방법은 너무나 쉬워 보였다.  맘속에 찔리는 구석이 있나? 주변에 친구가 없다면 나는 어떤 친구였는지 돌아볼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아이들 그림책에서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얻는다.

  ‘어른들도 한 번쯤 친구 사랑 주간을 운영해 보면 어떨까?’

     

  친구를 얻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50대에 새로운 친구를 얻는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가까이 있는 친구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친구 관계를 양적 또는 질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인 줄 알면서, 객관적으로 볼 때 새로운 친구를 얻더라도 많은 시간을 공유한 친구와는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친구 숫자나 친구의 질을 계량화해서 따질 수도 없는 일이다. 내 마음에 드는 꼭 필요한 친구 한 사람만 있더라도 행복한 일이다. 그 친구가 나를 친구로 똑같이 생각해 준다면 말이다.

     

  '절대로 웃지 말기, 모두 독차지하기, 심술꾸러기 되기, 반칙하기, 고자질하기, 앙앙 울기.'

  친구를 잃어버리기 위해 행동하는 청개구리 심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은 이와 반대로 행동해야 맞는데 청개구리처럼 미운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웃으면 안 되는 상황에선 웃으면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좋은 욕심을 부려야 할 때도 있다. 장난꾸러기를 만나면 심술꾸러기가 되기도 한다. 반칙인 줄 알면서 반칙을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친구를 위한 고자질이 필요하면 고자질도 해야 한다. 울고 싶을 땐 참지 말고 울기도 해야 한다.’


  살다 보면 때로는 청개구리 심보도 꼭 필요하다. 반대로 행동한다고 꼭 좋은 일만 혹은 나쁜 일만 생기진 않는다. 나 또한 지금도 청개구리가 될 때가 있다. 그것이 인생 사는 재미 아니겠는가?


  친구를 잃거나 얻거나 경계선상에 서서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꼭 100% 한쪽만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상황에 따라 양다리를 걸친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양심과 법률 사이에서 정상참작이라는 말로 판결도 왔다 갔다 하는데 본인의 판단을 믿으면 되는 일이다. 내 판단에 확신이 있다면 도리어 좋은 친구가 내 곁에 더 많이 남아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잘못된 확신으로 고집불통이 되는 일을 경계한다면 가능하리라.

     

  내 곁에 친구가 없다면 분명 고집불통이다. 소통하지 않으면 친구 관계는 금방 단절된다.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속마음도 진짜 즐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고독을 즐기더라도 인간 세계에서 사는 동안 한두 명의 친구 관계는 꼭 필요하리라. 친구를 잃어버리기 위해 행동하는 청개구리 심보를 가진 사람이라도 소통하고 있다면 좋은 친구를 얻을 수도 있고 동시에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청개구리 친구의 심오함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또 다른 청개구리 친구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행했던 폭력으로 뒤늦게 곤란을 겪는 유명인들의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었다. 피해 당사자들은 그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먼저다. 지나간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마음의 상처로 인해 문을 닫고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요즘 학교폭력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친구라는 이름과 장난이라는 명목으로 행하는 폭력 앞에서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나기도 한다. 초등학생도 학교폭력을 피해서 또는 강제 전학을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중재를 위한 학교의 역할도 점점 어려워지면서 법적 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다. 중고등학교일수록 더욱 악화된 사례들로 넘쳐나고 있다. 폭력은 이미 친구 관계를 넘어서고 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어렵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오해가 깊어져 친구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서운한 감정은 솔직하게 표현하여 마음의 앙금이 쌓이지 않도록 털어내야 한다. 친구 관계는 서로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 오랜 시간 함께하는 동안 서로 노력해야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걸 너는 아니

  ...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

  - 이해인 님의 <<친구야 너는 아니>> 중에서. -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내 눈에 담긴다. 그렇다. 친구 관계가 마냥 기쁜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싸움도 하고 슬픔도 있고 아픔도 겪어 내야 더욱 단단한 친구 관계의 꽃이 피어날 수 있다.

  나 때문에 꽃이 지는 일이 없도록 친구 관계의 꽃, 한 송이 한 송이 꼼꼼한 정성을 다하여 아름다운 눈물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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