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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쓰장 Jun 27. 2022

이상한 경쟁 관계의 친구들

나만 바라봐 주세요.

  더운 여름날 오후, 교장 선생님 손을 잡고 보건실에 방문한 4학년 남학생 준수!

  그동안 보건실을 밥 먹듯 다녀갔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이다. 수업을 마치고 태권도 학원에 갔다가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다른 친구의 방과 후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중 친구와 부딪쳐 발목에 타박상을 입었다. 딱히 관절이 다치진 않아서 걷는 데 지장이 없어 보였지만 절뚝거리며 걷는 모양이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걸 보니 마음의 위안이 필요한 것 같다.

     

  보건실에 바로 오지 않고 먼저 교장실을 들러 교장 선생님 손에 이끌려 보건실을 방문한 것이 벌써 두 번째다. 학원 갈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아있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것인지, 운동장 그늘에서 친구들의 노는 모습을 구경할 것인지, 보건실에서 쉴 것인지 마음의 결정을 못 한 채 친구와 함께 복도로 나갔다가 교장실에서 쉬고 싶다라고 친구의 입을 빌려 속마음을 전달한다. 담임교사의 코로나 확진으로 며칠간 임시 담임을 맡아 수고해 주신 교장선생님이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교장 선생님과 1시간을 보낸 후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관심을 받고 싶어 했는데 그동안 보건실에서 해결해 주지 못한 나의 부족함도 있으리라. 함께 따라온 친구를 데리고 교장 선생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스트레스 해소와 위안을 줄 수도 있으려니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학력 경쟁의 스트레스와 더불어 친구 관계 및 학교생활 부적응 관련 문제들'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관심을 끌고 싶은 건 아닌지, 친구들과 이상한 경쟁에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거나 승리하고 싶은 욕구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잘 걷는 것을 확인한 후 하교시키고 교장, 담임교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실에서는 늘 남 탓을 하며 친구들을 고자질하는 일로 나 좀 봐달라는 행동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늘 바쁜 부모님의 손길이 아쉽고 다른 학구로 이사를 했는데 전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새로운 친구 관계도 부담인 것 같다. 마음의 스트레스가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고, 잦은 신체화 증상을 객관적 방법으로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며칠 전에도 이유 없이 계속 배가 아프다고 3일째 보건실을 방문하던 날 학부모에게 인계하여 소아과 병원 진료를 받도록 조치했었다.


  (*신체화 증후군 : 내과적 원인이 없는데도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상태. 신체적 기능에는 이상이 없고 심리적 요인이나 갈등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담임교사와 상의하여 전문적 상담 개입 및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보는 한편, 보건실에 방문하면 안정을 취하고 싶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한번 주어야겠다. 그러다 매일 보건실에 와서 쉬겠다고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아프면 담임교사에게 먼저 이야기하여 필요하면 함께 방문하도록 설명을 해줬다. 시간을 두고 관찰하며 관심을 쏟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안심을 시켜야 할 일 같다. 그 후로 얼마간의 기간이 지났는데도 보건실에 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신체화 증상이 줄어들고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는 중이리라. 밝아진 모습으로 보건실에 깜짝 방문해 주기를 기다려본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과 생활하는 학교 교사들은 다양한 욕구로 자기만 바라봐 주기를 원하는 학생들 때문에 날마다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지만, 생기를 나눠주는 또 다른 학생들과 함께 충전된 힘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어릴 적 나도 이상한 친구 간의 경쟁 속에서 보냈지만, ‘홀로 바라보기보다 단체 바라보기추억이 내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아마도 시대 상황이 반영된 탓이리라.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매달 월말고사를 보았다. 점수대에 따라 하트 모양의 ‘금장, 은장, 동장’이라는 이름표와 함께 상장을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인 자리에서 수여하였다. 한 달간 자랑스러운 금장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다음 달에도 노란색 금장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마음 졸였던가.


  학교 담장 옆으로 교육청이 자리 잡은 까닭에 장학사가 방문하는 일이 잦았는데 어느 날은 장학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을 보았다. 우리 학급에서 전교 1등과 학급 평균 점수 1등이 나오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열성을 다하시던 담임선생님의 애절한 노력에 교실에 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는 친구가  많았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답안을 슬쩍 곁눈질하는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보고도 모르는 척 모두 눈을 감아줬다. 옛날엔 학교마다 학력 경쟁을 하는 풍경이 흔한 일이었을 것이다.

      

  6학년 2반 내 친구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모든 활동에서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심했다. 체육 시간 학급대항 축구와 피구 경기도, 여름철 잔디 씨 수집량도, 결명자 텃밭의 결명자 수확량도, 여름날 퇴비를 쌓아두던 높이도 무조건 높아야 했다. 심지어 어깨에 맞는 무서운 ‘불 주사’도 서로 먼저 맞겠다고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기도 했었다. 운동경기에 질 때면 실수한 친구 탓을 하며 험담을 하기도 했다. 이상한 경쟁의 과열로 친구 사이에 싸우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나도 전봇대에 친구의 험담을 낙서했던 일이 있었다. 아마 운동경기에 졌다고 친구 탓을 하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사이가 서먹서먹해진 친구는 그 후로 갑자기 멀리 전학 가게 되어 끝내 사과를 하지 못했다.

      

  요즘처럼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다양성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과 달리 나의 어린 시절에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학력 경쟁과 마음의 경쟁이 필요한 시대였다. 

  내가 경험한 경쟁들이 그 시대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다수 사람의 기억이 비슷할 것이다. 이상한 경쟁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노력이었고, 지금처럼 급격히 변하는 미래를 예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는 경쟁 속에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결과를 강요하게 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목표가 너무 뚜렷해서 무조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부작용이 분명 있었을 텐데 지금의 학생들이 느끼는 것보다 학교생활에 훨씬 재미가 있었고, 잘못해서 회초리로 꾸지람을 들어도 친구와 크게 다툼이 있어도 돌아서면 금방 풀어졌다. 어쩌면 전체를 더 강조하다 보니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부적응 행동을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어울리는 놀이문화 속에서 혼자서 겪는 어려운 부적응 행동이 흡수되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리라. 친구 없이 혼자서 놀이를 한다는 건 그 시대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옛날과 현재의 학교 상황을 비교하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 나의 머리로는 느낌 그대로 단순한 짐작만 할 뿐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변화하고 어느 시대건 학교와 학생의 관계는 더 복잡하게 얽히면서 함께 성장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를 만족시키는 행복한 학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찾기 힘들 것이다.


  나만 바라봐 주기를 원하는 학생에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학생의 슬픔과 기쁜 마음의 표현을 자주 읽어줘야 할 것이다. 교육의 양과 질이 나아지고 있다고 학생이 느끼는 행복감이 높아진다고는 볼 수 없다. 과거나 현재에 경험했던 부족함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교사들이 안전한 배경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https://mblogthumb-phinf.pstatic.net/20160628_162/69snowman_1467125055903Eq8ip_PNG/5.png?type=w420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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