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명의 손길이 필요할 만큼 담임교사를 힘들게 하는 통통한 쌍둥이 녀석들의 농담으로 행복 지수가 잠시 상승했다. 전학 가는 줄 알고 조금 반색했던 내가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너무 똑같아서 볼 때마다 구별을 못 하고 자꾸 이름을 물어보니까 자신들이 방법을 알려주며, 안경테와 책가방 그리고 실내화 색깔이 다르다고 직접 설명해준다. 그 덕분에 확실하게 이름을 불러줄 수 있었다. 장난꾸러기 학생들의 진심 어린 농담에 행복이 더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도록 나누어주는 숙제만 남았다.
모든 인생에 적용되는 법칙이 있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사칙연산이다.
수학 시간에 배운 사칙연산을 삶에 적용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자기 인생을 더욱 멋지고 풍성하게 하는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비록 개개인의 적용 방식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다르지만 생각해본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목표에 다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생각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설계도 자신과의 약속으로 다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운 사칙연산 습관!
‘생각 더하기. 걱정 빼기. 건강 곱하기. 행복 나누기’를 살펴본다.
누구나 한 번은 지킬과 하이드처럼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모습의 ‘내면’과 실제의 ‘외면’을 비교해보았을 때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행복 지수가 달라질 수 있다. 내면과 외면 사이에서 행복 지수를 높이기 위한 줄다리기는 본인이 정하기 나름이다. 내면과 외면이 공존하여 서로 상승효과를 낸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만족할 만한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내 안에 존재하는 나를 진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같은 삶의 법칙을 적용하여 인생의 목표를 다시 점검해 보는 일은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좋은 방법 같다.
무엇을 더하면 좋을까? 생각 더하기!
나 또한 흠이 많은 사람이고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자체가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다. 생각하지 않는 고집불통은 되지 말자.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말이 있다. 내가 말이 많은 것은 아닌지, 내 이야기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이 들수록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으면 실수하는 법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하겠지만 생각 없이 말을 하게 되면 속없는 사람이 되기 쉽다. 생각 없이 내뱉는 말과 행동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무엇을 빼고 싶을까? 걱정 빼기!
내 머릿속을 꽉 채운 걱정거리는…. 새로운 시작의 반복, 직무연수. 수업 공개, 직장생활 마무리, 건강 문제, 부양가족, 경제 상황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끝없는 걱정거리들이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처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는 걱정이라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하겠지만 걱정 대부분은 쓸데없는 생각으로 끝날 때가 많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을뿐더러 걱정하는 그 시간에 다른 즐거움을 찾는 것이 더 나은 대처 방법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자신이 미움받고 산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일도 많을 것이다. 내 탓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용기가 없어서 사과를 못 하고 마음속에 그대로 담아둔 걱정도 있다. ‘화해를요청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을까?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면 화해하겠지!’라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내 편리한 방법으로 걱정거리를 잠시 미루어도 나쁠 건 없어 보인다. 지나간 걱정으로 애를 태웠다면 걱정거리를 하나둘 빼버리고 눈앞에 닥친 현실만 생각하기에도 바쁘다고 핑계를 만들어 보자. 감당하기 어려운 걱정보다 차라리 이 방법이 정신건강에 더 이로울 수도 있다.
‘우리는 현실이 아닌 주로 상상 속에서 근심하고 고뇌한다.’ -세네카-
어떤 곱빼기를 원할까? 건강 곱하기!
쉼표와 마침표를 생각해보자. 인생의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쉼표 언덕을 지나 숨을 고르고 인생 목적지인 마침표를 향해 달려간다. 중간지점인 쉼표에서 건강을 점검해야 순탄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개인의 건강 역량에 따라 쉼표는 여러 개가 될 수 있고, 쉬는 시간을 단축하거나 장시간 지속시킬 수 있다. 꿈꾸던 마침표를 원한다면 적절한 쉼표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 쉼표가 바로 건강을 지키는 곱하기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건강 곱빼기’ 추가요!
보건실에 와서 손가락이 삐었다고 최고급 건강 서비스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똑똑한 요즘 학생들을 보라.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은 탓에 병원 가서 받아야 할 의료 서비스 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보건 선생님, 이게 다예요? 더 없어요?”
“손가락 부목과 얼음찜질해 주고 보건교육 서비스까지 최선의 서비스지, 뭘 더해줄까?”
무엇을 나눠주고 싶을까? 행복 나누기!
행복의 크기가 어느 정도면 나눠줄 수 있을까? 크기가 커야 나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행복을 나눠주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가능하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고, 남보다 큰 것을 얻어도 행복에 목말라하는 사람이 많다.
초임 시절 받았던 20만 원 남짓한 봉급이 30년이 지난 지금 10배 넘게 뻥튀기되었는데 내 행복도 10배 늘어났을까? 그에 맞는 업무와 대우도 10배로 느껴지는가? 행복의 크기는 측정할 수 없고 또한 크기에 상관없이 풍성한 마음만 있다면 나누는 일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어쩌면 행복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나누기는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오히려 작은 것을 나누는 일에서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학교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추억의 ‘마니또’ 놀이에 참여하여 행복을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유치할 것 같은 어른들의 힐링 방법으로 한 달간 행복한 꿈을 꾸게 만드는 시도였다. 임산부를 위한 바나나 간식에는 동글동글한 눈알로 힘찬 응원을 보내왔고, 멋진 팝아트 명화가 찍힌 ‘나 그대를 사랑하리’ 마스크팩은 귀여운 핑크 돼지가 되어 ‘너무 예뻐져서 몰라볼 테니 다음날 찾지 말아 달라’고 사용 후기를 남겼다. 입체 카드와 손글씨 메모, 목캔디, 마음의 책, 향초, 행복 비타민, 수제 쿠키, 먹는 콜라겐, 휴대용 선풍기, 영양 크림, 건강 양말과 수건, 커피, 초콜릿 등 다양한 선물들이 뒤를 이었다. 서로 자랑하는 인증사진이 올라오면 부러움이 가득한 댓글로 응대하고 ‘로또 복권 당첨되면 반띵 하자’ 등 사랑스러운 응원 메시지 때문에 모두가 한 달 동안 짧은 시간이나마 행복을 누렸다. '1만 원의 행복을 나누어주면 줄수록 행복은 다시 수십 배로 불어나는 기쁨'을 맛본 즐거운 경험이었다.
(*마니또 : ‘비밀 친구’란 뜻의 에스파냐어 또는 제비뽑기 등으로 선정된 상대방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편지나 선물, 선행 등을 제공하는 사람)
사람들은 점점 개인 성향이 강해지고 남들 하는 일에 무관심하게 되고 때로는 간섭받는 자체를 싫어하면서 갈수록 웃음을 잃어간다. 웃을 일 없는 치열한 삶의 일터에서 일부러라도 웃음과 행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어쩌면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