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에 오는 학생들도 학급에서는 비주류일 가능성이 크다. 홀아비 사정 과부가 제일 잘 이해하듯 비주류 사정은 비주류가 잘 알아본다. 보건실에 오는 학생들을 비주류라고 섣불리 판단하는 일은 잘못된 표현이지만, 내게 오는 학생들에게 더 관심이 간다는 의미다. 나는 스스로를 개성 있는 비주류라 여긴다. 각 학교에는 주류에 속하는 훌륭한 동료들이 더 많을 것이지만, 한편에서는 나와 같은 비주류라 여기는 동료들이 있어 마음을 나누고 함께 꿈을 꾸고 있다. 비주류이기 때문에 주류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어서 나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주류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 모습을 상상하면 그 또한 보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늘 다짐하듯 ‘오늘도 무사히’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동료와 학생들이 함께하고 있어 지금 이 자리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릴 수 있다. 큰 사고도 있었지만 대부분 내가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고, 그러한 경험담을 주변에 나눠줄 수 있음에 다시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어느새 여덟 번째 봄,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이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라는 문구와 함께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이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다는 기사를 접했지만,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 기억을 떠올리며 그 자리에 설 수 없었다.
2014년 4월 16일. 퇴근하자마자 단원고등학교 현장에 달려갔다.
약속이 없었어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작정 발걸음이 옮겨지고 있었다. 어느새 한 사람 한 사람 모이다 보니 안산 보건교사 동료들의 한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고, 날이 바뀌어 경기도 내 다른 지역 동료들도 시차를 두고 조를 짜서 합류했다. 계속해서 일반교사, 공무원, 의료진, 상담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마음을 보태고 있었다. 의약품과 따뜻한 물품들을 보내주시는 시민들도 많았다. 내 자식, 내 학생, 내 동료들을 찾지 못해 슬픔만이 가득한 곳에서 몇 날 밤을 서로의 온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진한 동료애를 보았다.
‘동행’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에게 먼저 지나온 길을 안내하는 조그만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
'친구이자 동료에게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자. 그리고 상처 주는 동료나 친구는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