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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쓰장 Jul 18. 2022

건강한 학교, 건강한 미래를 꿈꾼다.

동행, 같은 마음으로 간다.

  나는 초등학교 보건교사다.

  학교생활 30년 만에 뒤늦게 깨달았던 내용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는 마냥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어느 누군가에게는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필요하고,

  마음속에 반창고를 붙여줄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손길을 내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게 조막만 한 손길 전부를 내어준 가르침에 고개가 숙여진다.”

  - 장은주 외 5인 공저 <<이럴 땐 어떡하지?>> ‘네 번째 마음’ 서문 중. -

     

  보건교사는 학교에서 비주류다.

  보건실에 오는 학생들도 학급에서는 비주류일 가능성이 크다. 홀아비 사정 과부가 제일 잘 이해하듯 비주류 사정은 비주류가 잘 알아본다. 보건실에 오는 학생들을 비주류라고 섣불리 판단하는 일은 잘못된 표현이지만, 내게 오는 학생들에게 더 관심이 간다는 의미다. 나는 스스로를 개성 있는 비주류라 여긴다. 각 학교에는 주류에 속하는 훌륭한 동료들이 더 많을 것이지만, 한편에서는 나와 같은 비주류라 여기는 동료들이 있어 마음을 나누고 함께 꿈을 꾸고 있다. 비주류이기 때문에 주류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어서 나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주류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 모습을 상상하면 그 또한 보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늘 다짐하듯 ‘오늘도 무사히’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동료와 학생들이 함께하고 있어 지금 이 자리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릴 수 있다. 큰 사고도 있었지만 대부분 내가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고, 그러한 경험담을 주변에 나눠줄 수 있음에 다시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어느새 여덟 번째 봄,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이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라는 문구와 함께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이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다는 기사를 접했지만,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 기억을 떠올리며 그 자리에 설 수 없었다.

    

  2014416. 퇴근하자마자 단원고등학교 현장에 달려갔다.

  약속이 없었어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작정 발걸음이 옮겨지고 있었다. 어느새 한 사람 한 사람 모이다 보니 안산 보건교사 동료들의 한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고, 날이 바뀌어 경기도 내 다른 지역 동료들도 시차를 두고 조를 짜서 합류했다. 계속해서 일반교사, 공무원, 의료진, 상담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마음을 보태고 있었다. 의약품과 따뜻한 물품들을 보내주시는 시민들도 많았다. 내 자식, 내 학생, 내 동료들을 찾지 못해 슬픔만이 가득한 곳에서 몇 날 밤을 서로의 온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진한 동료애를 보았다.

    

  동행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에게 먼저 지나온 길을 안내하는 조그만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

  '친구이자 동료에게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자. 그리고 상처 주는 동료나 친구는 되지 말자.'

  시행착오를 거치며 여러 방향에서 생각이 달라 서로 상처 주는 일도 많았다.

  한 걸음 전진하기 위한 다툼 때문에 다시 두 걸음 후퇴하는 과정도 겪었다.

  여러 갈래 길에서 서로의 선택을 존중해주지 못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끝까지 동행해야 할 친구들이다.

  우리는 건강한 학교, 건강한 미래를 꿈꾸는 행복한 동행자다.

  또한 발령부터 30년을 함께 가야 할 친구들이다.

         

  나의 동료들에게!     

  1953년 이래 서로 다른 시기에 만났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현재의 내 위치를 확인하며 지나온 발자국을 뒤돌아봅니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기억합니다.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원하며 힘차게 달려온

  우리는 대한민국 보건교사입니다.

    

  건강한 학교, 건강한 미래!

  함께 가자, 건강한 미래로!

  동료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나의 작은 쉼표를 찍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시작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나의 든든한 빽, 동료들이 있어서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본다.

              

https://mblogthumb-phinf.pstatic.net/20160915_113/69snowman_14739454068359Qnbb_PNG/7.png?type=w420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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