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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쓰장 Jul 15. 2022

사람을 심는 일

욕심부려도 괜찮아요.

   ‘1년을 두고 보려거든 꽃을 심고

   10년을 두고 보려거든 나무를 심고

  평생을 두고 보려거든 사람을 심어라!’       

  -알렉산더 듀마- 

    

  친구가 보내준 아침 메시지 내용이다. 누군가를 미소 짓게 만드는 긍정 에너지의 한 부분을 SNS 세상 속에서 만났다.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과 작은 소통 공간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람을 심는 일을 대표하는 직업군 중 교사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긴 세월 헌신한 존경받을 교사들이 많이 있지만, 내가 존경하는 한 분이 떠올랐다.

  40년이 넘도록 사람 심는 일에 열정을 바치고 영광스럽게 정년퇴직을 맞은 그분께 함께했던 교직원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모아 작은 기념패에 새겨 드렸다.

      

  ‘위대한 스승 상!

  8월의 뜨거운 햇살 아래 펼친 위대한 나무숲 그늘 같았던

  당신의 따스한 손길을 추억하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드립니다.’

     

  코로나 위기 속 힘든 시기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교문에서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을 환하게 맞아주시던 뒷모습이 그리워진다.

    

  어느 글에서 보았던 ‘마음의 그릇’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잘못 놓인 그릇에는 물이 담길 수 없고, 가랑비가 내려도 제대로 놓인 그릇에는 물이 고인다.’

  내가 존경하는 분은 ‘잘 못 놓인 그릇’을 떠올리며 “나 저러고 있나?”하고 깜짝 놀랐다며, 당연한 것을 잊고 살 때가 많다잊은 척하고 살 때도 많다라고 하셨다.

  잊은 척하고 살아가는 게 사람이지 그렇지 않으면 신이 아닐까? 잊은 척하면서 또 반성하며 자신의 마음 그릇이 제대로 놓였는지 확인하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같다. 가끔은 마음 그릇에 물이 없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다시 그릇을 바로 놓으려는 마음을 가지면 물은 점점 채워지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어느 날부터인가 생각이 많아지고 욕심도 많아졌다. 

  사람은 욕심 많은 동물이다. 그런데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사람이니까 사람들 관계 속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자기 잘못을 반성할 줄 알아야 하는데 어른이 될수록 더 많은 것들을 가지려고 한다. 이미 가득 찬 것을 지키려고 발버둥을 친다. 지옥 같은 삶의 경쟁자들 속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빠른 지름길은 없는지 편법에 편승하여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 그 길에서 다른 사람을 밟고 넘어지게 하는 일은 없었는지 모든 것이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나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가는 대로 앞만 보고 따라간다. 어른이니까 앞만 보지 말고, 뒤도 옆도 돌아보며 가야 하는 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감을 문득 깨달은 날마음 한구석 텅 빈 우울감이 찾아왔다. 

  '인생은 빈 그릇을 채워가는 여정'이란 말에 생각이 사로잡혔다. 지나간 세월을 쉼 없이 욕심으로만 달려왔다. 좋은 욕심 더하고 나쁜 욕심 덜어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데, 빈 그릇엔 무엇을 담아두려고 했을까? 욕심으로만 가득 채우다 그릇이 엎어지면 그만인데 욕심을 덜어내야 하는 인생 후반기에도 계속 채우려고만 한다고 자책하는 내게 주신 말씀이다.

  “내 일에

   내가 가르치는 학생에게

   내 학교에 뜨거운 마음 있어야 합니다. 

   내가 본 당신은 욕심 많은 사람이 아니라 열정 있는 사람.

   무엇을 채우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돈만 빼고 마음껏 욕심 부리세요. 

   퇴직하면 그때부터 하나씩 비우면 되겠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계속 욕심부려도 됩니다. 

   퇴직 후에도 무엇을 채우든 열정 넘치는 활기찬 인생 응원합니다.”

     

  마음속 큰 울림! 어찌 나에게만 해준 말씀이었을까? 평생 수많은 사람을 사랑으로 심고 계셨으리라. 세상 이치를 경건하게 바라보시는 삶의 태도에서 사람 심는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셨을지 감히 짐작해본다.

  나의 마음 그릇엔 열정을 담도록 욕심을 부려봐도 좋을 것 같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뭉클함이 한 가닥 올라왔고, 달달 한 설탕 커피가 생각나 잠 못 드는 밤을 보냈다. 

    

  향기 나는 사람은 세월이 지나도 늘 그리울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나무를 심고 싶을까?

  부가 열리는 나무, 사랑이 열리는 나무, 행복이 열리는 나무…. ‘사람 나무’가 가장 늦게 열매를 맺을 것이다. 사람 열매를 기다리는 동안 부와 사랑과 행복과 희망이라는 열매는 덤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 비바람도 막아주어야 하고, 물과 거름으로 때맞추어 듬뿍 정성을 쏟아야만 좋은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져주고 옆에서 잘 자라도록 예쁘다는 말도 속삭여주면서 ‘사람 열매’로 통통하게 여물도록 기나긴 세월을 지켜봐야 한다.

      

  ‘사람을 심는 일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고욕심을 부려도 괜찮은 일이다.’ 

  그만큼 훌륭한 나무를 수확하기 어려운 까닭이리라. 우리 곁에 싱싱하고 아름다운 사람 열매가 잘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자.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대로 수확할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기다리면 온다당신 곁에도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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