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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좀 챙길게요. 여덟

나를 살리는 일 들 중  여덟. 심리상담받기

by 오롯이 Feb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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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시시스트가 강한 상대와 함께한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가지고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다. 한 때는 내가 겪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인을 찾아 헤매었다. 그 상대의 심리를 알기 위해, 그리고 나는 왜 상대에게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심리학 관련 도서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어떤 책은 나에게 상대를 이해하게 했으며 어떤 책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식은 쌓여갔지만 이해가 어려웠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원인을 찾아야 했고 상대의 어린 시절을 비롯한 인생을 추측해야 했다. 모두 상대의 탓이라는 것이 법정에서처럼 명명백백 밝혀지면 그나마 낫겠는데 그런 상황은 불가능했다. 나도 상대에게 실수를 하고 상처를 주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나도 문제가 있고 상대도 문제가 있으니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자 하면서 속으로 ‘괜찮아, 별일 아니야. 다들 이렇게 살잖아. 그 시절 사람들이 다 그렇게 배우고 컸으니까 다 그럴 거야.‘라고 이해하는 척했다.


  결론적으로 이해하는 척했으나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한 척했던 나의 마음들은 나를 더 궁지로 몰아세웠다. 상대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어서 지금 이럴 거라는 추측은 나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명분을 줬고, 그 시절 사람들이 다 그랬을 거라는 생각으로 상대가 나를 험담하는 것을 이해해 주려고 했다. 안 들리는 척을 했고 못 들은 척을 하면서 상대가 나를 향해 퍼붓는 이야기들을 삼켰다.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질 때도 나는 이해하는 척했다. 나도 화가 나지만 모두를 위해 참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사람이 나를 공격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상대가 지난 과거의 삶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이러는 거라고 합리화했다. 어쩌면 나는 그 사람의 정서적인 결핍을 내가 참으면서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어리석은 생각 그 자체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마음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경험도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결국 나는 제자리였다. 해소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결점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더 무거워졌고, 저마다 자신만의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의 불행이 더 크다고 불행자랑을 하고 온 것 같아 미안했다.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도 힘든 일이 일어나면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또 이야기를 하면 나의 불행자랑을 업데이트했다. 즐거운 이야기도 많이 들으면 즐겁지 않은데 슬프고 우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참 오랫동안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불행자랑의 쳇바퀴는 눈치도 없이 참 많이 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을 끊은 이들의 소식을 듣고 나는 또다시 무너졌다. 나를 향한 비난을 넘어서서 내가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선을 넘어버린 일들 듣게 되었고 나는 어찌할 줄 모를 정도로 힘들었고 불안했다. 잠을 잘 수 없었고 불안을 넘어 분노의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 더하기 내 생일을 맞이하여 나는 나에게 심리상담을 선물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심리상담을 통해서 나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결과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내 마음을 챙기는 것에 소홀하고 둔했던 것을 알려준 것, 그것이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처음 심리상담을 받을 때는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과 같아서 이게 상담인가? 싶었다. 그랬는데 중간중간 상담선생님이 물어봐주시는 질문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짚어주실 때 나는 깊은 울림을 느꼈다. 막연히 누군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에 집중하던 나에게 두려움의 원인을 알아볼 수 있도록 물어봐주셨고 수많은 일들을 이야기할 때는 상황이 아닌 그 당시 느꼈던 나의 감정을 물어봐주셨다. 그렇게 나는 10번의 심리상담을 진행하였고 심리상담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들자 선생님과 이야기 끝에 상담을 종결하기로 했다. 나에게는 이미 이겨낼 힘이 있다고, 본인을 더 잘 바라보고 자기편에서 살아가라고 용기를 주셨다. 심리상담이라는 것이 돈도 들고 시간도 들어  시작하기 어려웠는데 왜 수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나의 마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상담시간에 얼마나 나를 쏟아냈는지 끝나고 나면 허기가 져서 견딜 수 없었다. 비운 자리에 나는 나를 넣기로 했다.


  나를 향한 상황이나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늘 그 상황이나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모든 사람이 마음 다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그것은 나에게 습관처럼 존재하며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이제는 그 상황과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제일 먼저 챙기기로 결심했다. 습관이 되지 않아 연습이 필요하다. 의식적으로 나는 나를 먼저 두고 생각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여전히 어렵다. 내가 나를 우선시하고 내 마음을 아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다른 사람의 표정 변화는 그렇게 잘 읽으면서 정작 나의 마음은 뒤로 밀어두었던 나를 드디어 바라보았다. 심리상담의 효과를 묻는다면 나는 나를 챙기게 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나를 가장 하찮게 여기고 다음에 챙긴다고 이야기하며 타인을 먼저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나를 챙기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왜 그런 생각이 생겼는지를 상담사님과 알아가는 과정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교훈을 남겨주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풀지 못한 실타래가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타래를 풀어가며 살아가야 한다. 실타래를 푸는 것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심리상담을 추천한다. 결국 내 힘으로 푸는 것이지만 내가 푸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때는 내 문제를 똑바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심리상담에서 얻은 것들로 앞으로 나의 삶을 더 풍성하고 사랑스럽게 채워가려고 한다.


“ 어떤 상황이든 나 스스로 편이 되어주세요. 그 순간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받아주세요. 무기력했던 당신은 지금의 당신이 아니에요. 나를 먼저 챙겨주고 늘 자신을 먼저 선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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