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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May 01. 2024

어려운 일 중 하나

내가 어려워하는 일 중 하나는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는 일이다. 옛날부터 그랬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옆에 잠든 내 아기가 너무 신기하고 믿어지지 않아 눈을 떼지 못했다. 깨는 순간부터 긴장과 서투름에 휩싸이는 걸 알면서도, 어렵게 재운 아기가 잘 때 함께 자면서 누적된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무쌍한 표정을 보여주며 자는 아기를 바라보면 마음은 한없이 평화로워졌다. 다음 아기, 또 그다음 아기 때도 그랬다.


시간이 지나 시간표가 생기고 나는 종종 아이들을 깨워야 했는데, 새근새근 잠든 아이들의 잔잔한 숨결에 파란을 일으키는 일이 힘들었다. 작은 아이가 큰 아이가 되어도 다름없이 어떻게든 꿈나라에서 나에게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뜸을 들이다 겨우 깨웠다. 노래하듯 고른 들숨과 날숨에 들썩이는 가슴을 흔들어 깨우는 일은 나에게 너무 어려웠다.

 

요즈음 나에게 주어진 이른 아침의 미션은 9살 여자아이를 깨우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은 혼자 잘 일어나지만 주말이나 휴일을 지난 다음 날은 내가 방에 들어가야 한다. 천사처럼 잠든 아이와 시계를 번갈아 보다가 의자를 밀어서 소리를 내고 헛기침을 했다. 그러면 눈을 비비며 아이가 깬다. 잠이 깨면 이제 다 알아서 등교 준비하는 똘똘한 아이에게 환한 눈 맞춤으로 "잘 잤니?"아침인사를 하고 나는 방을 나선다. 웃고 까불고 떠들다 싸우고 그러다 혼나고 울고.... 다이내믹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개구쟁이들도 잠잘 때는 한없이 사랑스러웠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만가지가 회복되고 충전되는 소중한 시간을 모두 만끽하면 좋겠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부분 나보다 먼저 잠들고, 어디서든 잘 자고, 잠깐씩 쪽잠도 가능하고, 팔딱팔딱 잘도 일어나는 남편과 살고 있다. 부럽지만 내가 그를 깨울 일이 없어서 감사하기도 하다. (이제 쉽게 잠들지 못하고, 깊은 잠도 어려운 나를 깨우는 일은 남편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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