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나로 Dec 03. 2022

끈기를 기르던 시기

독서실 총무 생활을 시작하다

기나긴 여행을 끝내고 180도 상반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체계적이고 튼튼한 조직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조직 안에서 나의 힘을 기르고 싶었기에 개발협력분야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공채 시험을 위해 논술시험, 한-영/영-한 번역시험, NCS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모든 유형이 낯설었기에 시험에만 올인하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아침부터 새벽까지 공부하는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독서실 생활 2개월 차가 되어가자 일을 안 하고 공부만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다. 독서실 총무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다른 독서실의 총무 자리 구직광고를 보게 되었다. 다행히도, 사장님께서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해 주셨고 독서실 총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총무일을 구하면서 다행히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돈 걱정은 없었다. 


처음에는 평일 마감 자리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중간에 주말 총무가 그만두게 되어 주말 오전 총무 업무도 병행하게 되었다. 어느새, 월화수목금토일 밤낮으로 독서실을 지키는 독서실 지킴이가 되었다. 이용 시간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용시간에 찍힌 숫자가 성실성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보면 이용시간을 보며 뿌듯해하곤 했다.


독서실 총무의 하루

오후 5시에 출근을 한다. 등록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가격 설명을 하고 결제를 도와준다. 다음으로 지문등록을 도와주고 독서실 이용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저녁 시간 9시쯤 지나면, 등록하러 오는 사람이 없어 사무실 유리에 전화번호를 붙이고 개인 독서실 책상에서 공부하러 간다. (평일에는 등록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시험기간에는 사무실을 지켰다.) 중간중간에 휴게실에 들어가 커피머신 청소와 시리얼을 채우는 등 가벼운 청소를 한다. 새벽 12시 50분이 되면 독서실 불을 끄고 정리한다. 

주말에는 업무가 조금 다르다. 오픈을 하기에 앞서 독서실을 청소기로 청소하고 화분에 물을 준다. 주말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는 독서실을 등록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주로 사무실을 내내 지켰다.


처음 2개월은 바짝 혼자 공부했지만, 혼자 힘으론 조금 버거웠다. 방향성을 짚어줄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다행히 같은 공기업을 준비하는 스터디원을 만나 논술시험을 함께 준비하면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시사논술, 개발협력분야 논술 2가지를 동시에 적는 연습을 했는데 첫날에 자료조사만 실컷 해가고 실제로 적는 것은 엉망이었던 기억이 난다. 적응되니 난이도가 쉬워져 스터디를 하나둘씩 늘였다. 개발협력 도서를 읽고 정리하는 스터디를 열었고, 아침잠을 깨워줄 NCS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공채시험은 생각보다 늦어져 예상했던 기간보다 더 오래(약 8개월) 공부하게 되었다. 집-독서실-스터디 생활이 길어지니, 그 사이 인턴이나 다른 계약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준비를 시작할 때 첫 마음 그대로 이번 시험까지만은 딱 올인해보자는 생각이었기에 그대로 밀고 나갔다. 더 욕심부리다가, 제일 중요한 시험에 미끄러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시험 결과는 아쉬웠다. 논술시험, 영어 번역시험은 커트라인을 맞췄지만  NCS 점수가 미달이었다. 준비했던 공기업은 NCS가 쉽다고 해서 힘을 덜 준 파트였는데 NCS에서 컷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마침 그 해에 시험 유형이 바뀌면서 준비했던 방향도 틀렸다. 그렇게 허무하게 시험 준비과정도 끝났다. 


1안이 틀어졌으니, 2안, 3안으로 생각했던 일들을 진행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개발협력',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잡아 일자리 구하기에 돌입했고, 동시에 잠깐 마음을 억눌렀던 해외대학원 진학 준비도 함께해보기 시작했다. 움직이기 시작하니, 바로 면접 일정도 2개 잡혔고 선택지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이전 12화 영어는 어디에서나 배울 수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