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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로 Dec 04. 2022

개발도상국 직업훈련원에서 일하기


개발도상국 직업훈련원 파견을 결심한 이유


취업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과거 기록을 보며, 나는 교육분야에 잘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록 속에 나는 늘 학생들과 함께 있었고 학교에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교육분야로 방향을 설정하여 일자리를 찾기로 방향을 설정했을 때, 마침 직업훈련원에서 일하는 것을 제안받았다. 초등교육을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직업훈련과 TVET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개발도상국 직업훈련원으로 가는 여정과 이야기


코로나 시국에 파견을 가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한국에서 파견지까지는 5시간 정도의 여정이 걸리지만, 당시 국가에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목적지에 달하기 위해 한국-일본-말레이시아를 거쳐 24시간이 넘게 걸렸다. 호텔에서 약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직업훈련원은 봉제과, 자동차과, 전기과, 미용과, 목공과, 전자과, 조리과 등 다양한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파견 첫날에 학생들로 가득 찬 학교에 설렘이 가득했다. 파견 후 약 1~2개월은 정신없이 보냈고 상사분들과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1,000종이 넘는 기자재를 지원하기도 했다.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도 새로운 일들과 주어진 업무가 재밌고 새로웠다. 반짝 재밌는 시기도 지나고 코로나로 분위기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4월부터 락다운이 시작되었고 재택근무가 잦아졌다. 직업훈련원에 출근하더라도 학생들은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락다운은 약 6개월 넘게 지속되었다.



개발도상국 직업훈련원에서 어려움


직업훈련원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마무리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나의 과업은 5년 프로젝트 기간 중 마지막 1년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직업훈련원 교사들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미 한국에서의 교육, 직업훈련원 건물 건축, 기자재 지원 등 달콤한 이익들을 맛보았다. 현지 교사들은 프로젝트를 얼른 마무리하고 짓고 싶어 했고, 교재 개발 등 남은 과업에 지쳐 핑계 삼아 도망 다니기 바빴다. 교재 개발 관련하여 미팅을 할 때마다 업무를 하기 싫은 태도를 내비치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많은 교사들은 이야기 도중에 의자를 제켜두고 앉아 휴대폰을 일부러 쓰는 등 무례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끝내기 위해 혼자 질질 끌어가는 상황이었다.


상사분들은 한국으로 가고 직업훈련원에서 혼자 일을 진행했고, 코로나로 A부터 Z까지 일이 안 되는 것이 나의 책임 같았다. 나의 무능력함으로 직결될 필요 없지만, 당시에는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락다운은 끝이 나고, 다시 직업훈련원이 활성화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중점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시작하는 것을 보고 업무를 마무리 지었다. 



업무 방식에 대한 사고 전환


1. 관리자 역할의 자율성과 책임


직업훈련원 업무를 통해 처음으로 관리자 역할을 해보았다. 관리자로서 일하는 것은 주어진 시간이 많았고 자율성도 많았다. 처음에는 자율성이 좋기보다, 누군가 세밀하게 나에게 업무 가이드를 주지 않아서 불안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다. 큰 단위의 과업들은 한국에 계신 상사나 본부에 물어볼 수 있지만 작고 세부적인 일들은 내가 오로지 결정해야 했다. 한 과업을 끝내고 나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는데 그동안 왜 그렇게 불안해하며 일했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관리자 역할도 나의 업무도 어느새 익숙해지게 되었다. 내가 직접 일하기보다 큰 단위의 일을 함께 끝내기 위해 일을 쪼개서 나누는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업무를 잘 나누고 파트너를 움직이게 하는 노하우들도 배우게 되었다.


2.  일의 효율성은 장소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락다운으로 재택근무가 잦아졌고 업무 패턴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9 to 6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더라도 회사에 앉아있는 것이 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코로나 시기에 회사에 앉아있지 않더라도 정해진 기한에 결과물만 만들어내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앉아있는 시간보다 효율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직업훈련원에서 일하면서 일이 내 뜻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보다 열정을 한 스쿱 덜어내고 담백한 사람이 되었고, 묵묵히 일을 해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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