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거작가 Mar 08. 2024

리더가 늙는다

슬기로운 소모품 사용설명서

어릴 때부터 부유한 가정 형편은 아니었습니다.

시대의 영향도 있었고, 어릴 때 몸에 밴 습관 영향으로 예나 지금이나 물건은 꽤나 아껴 쓰는 편입니다.


시대가 소비의 시대고 나 자신도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근검절약의 강도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지만 그래도 몸에 밴 습관은 남아있습니다.

가령, 전자제품이나 수리가 가능한 물건들은 최소한 한 번은 수리하고 쓰자는 정도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말도 한 번은 꿰매 신는다)


이렇게 꿰매거나 수리해서 쓸 수 있는 물건이 있는 반면에 그것이 원래부터 불가능한 물건들도 있고, 부품같이 때 되면 갈아줘야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흔히들 소모품이라고 하죠


최근에 리더가 욕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글을 봤습니다.


요약하면, 리더의 역할과 위치가 욕먹는 게 당연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자기 의지와 상관없는 회사일을 시키고, 기껏 해온 일도 반찬투정 하듯이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역할을 사랑받으며 하긴 어렵다는 것으로 예전 라떼 시절의 상사가 말한 월급에는 욕먹는 값도 들어있다는 말이 새삼 뼈 때리게 기억납니다.


사람들의 본성이 희생양과 욕할 대상을 찾는다. 아무리 뛰어난 프로야구 감독도 욕 안 먹는 감독이 없다 정도가 사례가 되겠습니다.


조직(회사)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변했다. 오래 다닐 회사면 내일을 위해 참지만 이젠 그런 이유로 참을 필요가 없다입니다.


결국 리더라는 자리와 리더의 리더직 수행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소모품처럼 때 되면 갈아줘야 하는 자리가 된 것 같습니다.

이는 단순히 조직의 입장뿐만 아니라 리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불합리하고 스트레스가 당연한 자리에 누가 오래 앉아있길 바라고 버틸 수 있겠습니까?


이런 변화를 위대한 리더가 희귀해진 원인으로 찾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역량 완성을 위해선 벼락 치기보다는 일정 수준의 시간과 숙성이 필요하듯이 리더십도 그러한데, 이러한 기피 추세로 지원자도 줄고 리더 자리에 머물면서 스스로 단련하고 숙성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지요.


리더가 소모품이 된 이유와 결과가 서로 순환하는 악순환이 시작됐습니다.

이전 05화 밥만 잘 먹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