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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Mar 09. 2024

신박한 퇴직자 활용

사람에 대한 걱정의 브랜드화

그를 조직에서 만난 지 반년도 되지 않았던 어느 해 연말, 그는 자신의 올해 최고의 실적은 자신의 조직에 퇴직자가 한 명도 없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습니다. (조직원은 약 20여 명)


순간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면서 그게 어떻게 최고의 실적이 될 수 있는지 의아했습니다.

물론 퇴직 원인 중 항상 상위에 랭크되는 것이 상사나 사람이 싫어서이긴 하지만, 그 사유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돈, 지위 하다못해 출퇴근 거리 때문에서도 퇴직과 이직을 하게 마련입니다.


즉, 퇴직자가 한 명도 없어도 리더인 자신의 공이라고 하기엔 왠지 인과관계가 부족하고 반대로 퇴직자가 여럿 생긴다 해도 그게 꼭 리더의 자질과 역량, 부하 사랑이 부족한 탓이라고도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 후에도 그는 퇴직자가 발생하여 회사의 경영진과 면접을 할 때마다, 자신은 사람관리가 제일 어려우며 누군가 퇴직한다고 해서 밤잠을 설쳤다는 말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독특한 부하사랑, 조직, 인재관이네 하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평소엔 이와 다른 그의 생각과 성향을 보면서 문득 색다른 그리고 약간 삐딱한 해석이 어느 순간 떠올랐습니다.

즉, 자신의 리더십, 부하사랑을 자랑하기 위해서 퇴직자에 대한 걱정을 활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해석입니다.


근거는 위에 말한 대로, 퇴직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고 리더의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대부분의 생각이기에 본인이 아무리 걱정하는 척을 해도 아무도 심각하게 그의 리더십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부하사랑이 극진한 리더의 밤잠 설치는 걱정으로만 비치겠지요.


마치 옛날 퇴직한다는 말을 들은 상사가 새벽에 카톡을 보냈던 그 웃지 못할 연기 솜씨가 떠오르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임원이 새벽에 카톡을 보낸 이유, https://brunch.co.kr/@alwaystart/81)


그런데 전혀 일면식도 없을 것 같은 지금의 그와 그때의 그가 처신이나 언행이 묘하게 닮았다는 건 우연의 일치치곤 석연치 않은 우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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