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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Apr 17. 2024

신뢰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이다

(sbs 스포츠 화면 캡쳐)

심판이 있는 스포츠 중 심판에 대한 불신이 없는 스포츠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비디오 판독은 웬만한 스포츠엔 도입된 지 오래고 신뢰도도 높습니다.


야구도 심판에 대한 불신에서 자유롭지 않음은 물론이고, 한 경기에서 수백 개의 콜이 이뤄지는 스트라이크와 볼의 판정은 항상 논란의 단골소재입니다.

이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올해부터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기계가 판정을 하고 있습니다. 심판은 그 판정을 이어폰으로 듣고 콜만 할 뿐 입니다.


지난 주말 경기에서 기계가 분명 스트라이크라 했는데 인간 심판이 스트라이크라고 안 하고 넘어가는 사태(볼로 선언)가 벌어졌습니다.

그 후에 수비팀에서 항의를 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기회를 심판들이 알고도 묵인한 것을 물론이고 작당하여 기계가 오작동한 걸로 우기자고 결정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수만 명 관중들에게 마이크를 통해 친절하게 고지하기까지 했습니다. 심판들의 모의작당은 중계 시 오디오를 통해 고스란히 전 세계에 중계됐으니 그야말로 '빼박'이었습니다.


이런 신뢰 지키기와 붕괴의 선택은 조직 내에서 매 순간 일어납니다.

해외 고객사의 납품을 위한 audit을 받았고 지적 사항 중 하나가 내부 규정의 삭제 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 규정은 직장 생활 30년 동안 모든 회사에 있었기에 아무리 글로벌 고객사의 다른 법적, 문화적 관점이라 해도 삭제할만한 규정은 아니었고 지적 내용도 권고(recommend) 수준이었으니 심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는 사전 보고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삭제했다고 글로벌 고객사에 허위로 조작서류를 보내고 실제로는 삭제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이메일로 통보했습니다.


거짓은 거짓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 거짓을 덮기 위해선 더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하고, 그 거짓말에 연루되어야 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난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즉,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 것이고 이 거짓들은 진실과의 50대 50의 비율을 넘어서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끝내 그 조직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게 될 것입니다.


과연 이런 개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 시스템으로 해결 혹은 예방할 수 있을까요?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결정과 행위들이 이번처럼 운 좋게 상사의 필터에 걸리고 수정될 수 있을까?

그보다 덜 촘촘한 시스템으로 얼마나 걸러낼 수 있을까요?


결국 조직 내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은 정직한 판단과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조직문화'일 겁니다.


더불어서 조직문화의 수준과 강도가 차고 넘쳐서 약간의 개인 일탈의 유혹과 욕구는 이겨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고요.


더불어서 원천적으로 이런 낮은 신뢰 수준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지 않아야 하고, 혹시라도 조직 내 유입이 됐다면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관대함의 함정을 넘어서 최대한 신속하게 걸러내야 합니다.


신뢰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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