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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Oct 27. 2022

직원의 윤리성은 비싸다

성선설? 성악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 나오던 대립 명제 중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이 있었다. 동양철학에 깊은 조예가 없기에 그저 시험공부 수준에서 사람을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고 믿는 건 멍청한(맹한) 생각이다라고 구분해서 성선설은 맹자의 주장, 이렇게 외웠었다. 지금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성악설을 선택할 것 같다.



 감사팀의 존재 이유


 너무 당연해서 의외로 의식 안 하고, 무심하게 넘어가는 이슈 중 하나가 조직 내 구성원들의 윤리성이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오랜 기간 회삿돈 수십억을 횡령하는 사건들 뉴스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만 봐도 윤리성이 얼마나 중요하며 반면에 얼마나 조직이 근거 없이 성선설적인 입장에서 개인의 윤리적 일탈을 방치하는지 알 수 있다. 사회가 얼마나 범죄로부터 안전한가 따질 때 대형 범죄도 중요하지만 생활형 범죄라고 하는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더 중요한 것 처럼 조직 내 윤리성도 수십억 횡령만큼, 자잘하게 무심결 벌어지는 부정 행위가 양과 질적 모두 더 중요하다.


 예전 대기업 재직 시절 감사팀에 잠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몇몇 회사를 거쳤지만 감사팀이 있는 회사를 다니질 못했다. 감사팀 유무만 놓고 보면, 대기업은 조직도 크고 사람도 많으며 회사에 매출 등도 크니까 시쳇말로 횡령 등의 비위 행위 가능성이 높기에 감사팀을 두는 것일까? 반대로 중소기업은 인원도 적고 매출도 작아서 감사팀이 필요 없는 것일까?



 조직 내 구성원의 윤리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전제 하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내 경험에 따르면 채용 면접 시 윤리성 검증을 위한 별도의 장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일부회사의 인적성검사 정체불명의 몇개 문항이 있는데 이또한 결과의 신뢰성이 의심스럽다. 심지어 면접 질문에서 그런 질문은 나조차도 잘하지 않았고, 그런 질문 하는 걸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즉,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재직자들의 윤리성 수준은 엇비슷하다.


 전제 둘, 사람의 심성은 정도의 문제일 뿐 흑백으로 나눌 수는 없다. 내가 혈액형별 성격이나 DISC, MBTI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가, 심성은 상황과 자신의 의도, 이익에 따라 분명 어느 정도는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채용 면접만 봐도, 어렵게 면접 합격 후에 입사한 다음날 복장, 태도, 표정 등을 보면서 같은 사람인지 혼동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즉, 부정의 유혹에 흔들리는 대상은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하다.

 

전제 셋, 우리 회사, 팀 직원들은 착하다고 착각한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조직의 부실한 부정 감시 시스템을 합리화하기 위해 구성원들을 윤리 테스트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최근 모 금융사의 수백억 횡령의 시작에 단 몇천 원을 자기 통장에 입금해봤는데, 아무도 알아채지 못해서 본격적으로 횡령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를 봐도 사람들은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 착하고 우리 동네는 범죄 없는 평화로운 마을이라는 것처럼 어찌 보면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스스로를 근거 없이 속이고 있다.


 조직 내 구성원의 윤리성은 결국 조직문화와 감시 시스템에서 나온다.

 

위에 말한 감사팀처럼 부정과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감시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그 시스템이 작동하여야 구성원들의 윤리성이 확립된다.

법인카드 예산과 룰이 없는 회사에서 리더가 법인카드를 적당히 알아서 잘 쓰기 바라는 게 합리적인 것인가? 어떤 경우에 얼마까지 쓰게 하는 기준을 리더가 세울 수 있을까? 그렇게 세워진 기준에 구성원들은 진심으로 동의하고 따를까? 어차피 눈먼 법인카드 임원이든 팀장이든 공범 마인드로 같이 나눠 쓸 때는 조용하겠으나 조금만 정의의 잣대를 들이댈라치면, 아마도 사내 흥신소 직원으로 돌변하여 열심히 리더의 뒷조사를 하고 그 내용을 블라인드, 잡 플래닛 등에 올려 인격살인을 시도할 것이다. 좀 더 점잖게 숙성시켜서 년말 다면평가에 처절하게 복수하거나.

 법은 사적 보복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정당방위도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공권력을 만들어서 사적 폭력과 제재를 법에 따라 공정하게 대체하려 한다. 이처럼 조직 내 직원의 비윤리성을 바로잡기 위한 행위들도 공적인 시스템과 제도하에 이뤄져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의 윤리성은 공짜로 보장되지 않는다. 

 회사 내 윤리적인 조직문화와 감시 시스템이 있어도 확보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하물며 평범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양심에 맡겨서는 직원의 윤리성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주의는 비용이 많이 드는 비싼 제도라 했던가? 윤리성도 마찬가지로 공짜가 아니다.


 조직 내 구성원의 윤리성은 성선(性善)과 성악(性惡)의 문제가 아니고 예방과 감시 시스템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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