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하늘은 자주 흐리다. 먼지와 공해뿐인 뿌연 하늘이 토할 듯 역겹지만 희한하게 사람들은 여기를 벗어나지 않는다. 도시는 사람들이 자신을 내려놓고 한걸음 물러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고 불안하다. 더 많이 가지지 못해서, 숱한 노력의 끝이 거창하지 않아서, 그래서 우울하고 불안하다. 누군가는 그렇게 힘들면 도시를 떠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라노스(Uranus)에게 버려지는 것만큼 두렵다.
물론 나도 도시를 떠나지 않는다. 도시를 벗어나는 것은 나에게도 파에톤의 수레처럼 무섭다. 도시의 복잡함과 지저분함, 편리함과 건조함, 쌀쌀함과 고독에 중독되어 다른 삶을 생각할 수도 없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숨 막히도록 조여대는 도시의 차가움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인지 평생을 우울과 강박 속에서 불안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얼마나 우스운가?
그래도 나는 사람들에게 도시를 떠나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말을 한다. 해를 봐야 한다고. 뜨거운 날도 차가운 날도 머리 위에 해를 얹은 채로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봐야 한다. 그들에게 드리운 힘든 하루와 삶도 이해해야 한다. 바흠처럼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고작 200m 땅이라는 것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의 무미 건조한 일상도 봐야 한다. 그래야 나만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위해 불안한 손이라도 내밀 수 있게 된다.
누구든 머리 위에 해가 있다. 어느 날은 모든 것을 뜨겁게 달구지만 어느 날은 추위를 견디는 온기를 내어준다. 어느 날은 구름뒤에 숨어 모든 것을 외면하지만 그리 멀리 가지 못하고 해와 나 사이의 공간을 다시 온기로 채워준다. 우리는 서로의 해가 되어야 한다. 가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어떠한 이름으로도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서 서로에게 온기를 채워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해를 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밖으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