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길었고, 돌아보니 짧은 게 인생이었다. 하늘이 푸르러 행복한 날들도 있었고, 구름에 마음마저 가려져 우울한 날들도 부지기수였다. 그 모든 날들을 추억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모든 순간들이 나를 거쳐갔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것들은 상처를 남겼고, 또 어는 것들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인간은 참으로 재미있는 존재이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자신의 최후를 알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한다. 히포크라테스의 aphorism에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굳이 예술로 포장되지 않더라도 인간은 수많은 경이로운 것들을 만들고 또 남겼다.
물론 그 경이로움이 물욕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낡은 굽을 따라 성실함을 배우고, 친구의 웃음 속에 우정을, 연인의 손끝에서 사랑을, 이웃의 따뜻한 미소에서 친절함을 배운다. 그러한 배움들은 같은 공간과 시간대에서 잔잔한 일상을 허락하며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준다.
돌이켜보니 우리 내의 인생은 어렵고 거칠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은 인생의 거친 단면을 둥글게 해주는 사람들 속에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텔레비전이라는 물건보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울고 웃는 따뜻한 존재들이다.
앙드레 말로는 "오직 인간만이 사상이나 이념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다."라고 하였다. 그 사상이나 이념은 각자 다르겠지만 우리의 삶은 언제나 '가치'를 따라 흘러가고 있다.
나의 삶은 지루하고 힘겨웠던 시간들이었다. 돌이켜보면 너무나 바빴고 지독히 어려웠다. '류시화 시인'의 시에 무당벌레와의 삶을 바꿔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싶다는 구절이 있다. 나도 가끔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단조로운 삶을 꿈꾸기도 했었다. 사실은 지금도 다수의 시간을 그런 생각 속에 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인간은 한 개의 기쁨으로 천 개의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의 부모가 그랬듯 나도 그렇게 견뎌 나갈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