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더운 날이다. 그 어느 해보다 길고 집요한 더위는 다수에게는 불안과 짜증을, 또 소수의 누군가에는 여름 우울증이라는 계절성 정동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여름이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 없는 몸이나 훌쩍 떠나지 못하는 바캉스처럼... 여름이 즐거운 사람들 사이에서의 느끼는 열등감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는 계절을 따라 증가하는 세로토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White(1990)는 계절성 양극성 장애 환자 중 여름에 경조증 또는 조증 삽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여름의 뜨거운 일조량은 누구에게는 지나치게 즐겁고, 또 누구에게는 한없이 우울하다는 것인데, 여름이란 참으로 신기하고 질투심 많은 계절이다.
(물론 조증은 언젠간 대부분 우울증으로 넘어간다. 마치 병적인 행복감에 대한 좌절처럼. 그리고 사라지는 여름처럼...)
열등감...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구나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빈센터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동생과의 651통의 편지 속에 자신의 열등감과 좌절을 고스란히 담았었다. 1,000여 점의 작품은 살아생전 1점 외에는 팔리지 않았고, 외제니 로예(Eugenie Loyer)와의 사랑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의 열등감과 좌절은 37세라는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할 정도도 비참했었다. 또한 전쟁이라는 극단 속에서 인간의 가치와 사랑을 꿈꾸던 헤밍웨이, '작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비참한 어린 시절'이라던 그도 어린 시절의 열등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총을 겨누며 삶을 마감했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아들러(Adler)는 인간은 열등감을 보상하며 삶을 만들어 간다고 했었다. 그는 태생적인 연약함과 피할 수 없는 질병과 죽음, 이런 전우주적인 인간의 열등감이 철학과 예술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의 삶을 어루만지던 무수히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가혹한 것을 보니 열등감이란 풀어내기엔 어려운 숙제인가 보다.
지독히 더운 날, 여름의 열등감에 사로 잡힌 나는 미쳐버린 날씨에 휩쓸려 유행에 따라 입고, 먹고, 소비하며 누구와의 싸움에 휘말린 것일까? 스스로에게 부질없는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