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보건사회연구』 콜로키움 주제는 "우리는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가?"이다. 헌법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천명하였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은 살아있는 것에 맞추어 재정이 되었으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서는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국내에선 2022년 6월 16일 국회에서 의사조력자살로서 조력존엄사에 대한 (Physician-Assisted Suicide)의 개정 안이 제기되었지만 아직은 회생 가능성 없는 임종과정 환자에게 생명유지를 하지 않는 정도의 소극적 안락사만 인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17년 만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존엄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응답자 83.1%는 ‘존엄사를 찬성하며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반대한다’라고 응답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3.5세로 2013년 81.4세에 비해서 2.1년 길어졌으며, 1970년 62.3세보다는 21.2년이나 길어졌다. OECD 국가 중 50년 만에 기대수명 20년 이상 늘어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2022년 생명표'에서는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65.8년이며 그에 반해 유병 기간은 평균 16.9년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인생의 노후를 병마와 싸우며 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정서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며 경제력이 떨어진 노인에게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충동도 가중시킨다. 그 결과를 우리는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수십 년째 OECD 1위라는 지표를 통해 명확하게 알고 있다. 이제 초고령화로 인해 더 많은 노인들은 가난과 고통 속에 죽음을 기다릴 것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의 고령화와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고 노인의 문제는 이제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수조 원의 의료보험도 인간다운 죽음을 보장할 수 없고, 병원마다 넘쳐나는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는 인간의 존엄함이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22년 통계에서 암사망자 수는 8만 3천여 명이며 이중 호스피스의 이용률은 23% 안팎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77%는 어떠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일까? 대부분의 말기환자는 스스로 화장실조차 갈 수없으며 기본적인 개인위생도 불가능하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어떠한 의식주도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이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과연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존엄한 죽음이란 노인이나 암환자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 비포 유(Me Before You)라는 영화는 사고로 전신마비를 겪은 주인공 '윌'이 "이 삶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인간으로서, 개인으로서, 또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좌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스스로에게 주는 마지막 권리를 행사했다.
지금 가장 적극적인 안락사 지원단체인 스위스의 ‘디그니타스’의 한국인 회원 수는 117명이라고 한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높은 수치로 높은 비용이 아니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다.
죽음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그러니 존엄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가정과 사회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고 희생한 인간을 위한 마지막 배려이기 때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