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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Sep 19. 2022

요가와 사랑에 빠지다

요가에 빠지게 된 것은,

 그러니까 내가 요가에 빠지게 된 건, 처음에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이유에서였다.

 마음의 병에 걸리며 안 그래도 말랐던 몸의 지방이란 지방은 다 빠져버렸고, 살고자 하는 마지막 발악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스트레칭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때마침 친구의 추천을 받아 유튜브에서 스트레칭 영상들을 찾아보며 몇 번 따라 해 봤다. 하루에 10~15분 남짓일 뿐이었지만, 묘한 편안함과 나를 스스로 돌보는 것에서 오는 존중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트레칭 영상들을 다양하게 찾아보다 보니 스트레칭, 필라테스 동작의 대부분이 요가에서 파생되었음을 알 수 있었고, ‘이럴 거면 차라리 요가를 제대로 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 요가였다. 처음은 10분짜리 ‘왕초보 요가’ 영상.

 일반적인 스트레칭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의 시퀀스였지만,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닌 ‘요가’라는 정립된 운동을 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들었다.


 처음 접한 요가가 바로 마음에 들었던 건 아마도 ‘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하세요. 최대한 애를 쓴 자리에서 머무르며 호흡을 느껴보세요’라는 선생님들의 한결같은 지령 덕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더라도 어떤 것에서라도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는, 경쟁심이 지나치게 강한, 그래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겪으며 살아온 나에게는 무언가에 접근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할 수 있는 한 애를 쓰되, 완벽하지는 않아도 되는 것. 아니, 애초에 완벽하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 매겨지는 점수도 없고, 남들과 비교해서 잘하고 못 하는 것도 없는 것. 생활습관과 살아온 환경에 따라 사람마다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이 있고 유독 어렵게 느끼는 동작이 있는 것. 동작을 완벽하게 따라 한다고 해도 요가를 잘하는 것은 아닌 것.

 이상하게 처음 하는 요가에는 욕심이 부려지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않고, 숨을 못 쉴 지경까지 나를 몰아붙이지 않고, 그렇게 차근차근 꾸준히 마음과 신체를 함께 수련해 나갔다.


 그렇게 집에서 영상을 따라 하며 요가를 한 지 1년 반쯤 되었을 때, 이제는 중급자 수준의 시퀀스를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증진되었을 때,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에게 많은 의미를 차지하게 된,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요가를 혼자 외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감하며 수련하고 싶었고, 요가를 하며 알게 되고 느끼게 된 소중한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내가 모자란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듣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요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망설이다 망설이다 결국에는 유튜브로 보던 선생님이 수업을 하시는 요가원에 등록을 했다.

 처음에는 잘못 수련해왔다는 비판을 들을까 봐, 자세와 동작이 틀렸다는 지적을 받을까 봐, 남들보다 못한다는 것을 체감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모든 생각들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요가원에서 느낀 요가의 따뜻함은 집에서 혼자 수련할 때와 똑같았다. 아니, 오히려 더 포근했다.

 같은 시공간에 머무르며 같은 순간에 같은 동작을 하고, 함께 카운트를 세고 깊은 호흡을 하며 느끼는 동질감과 연결감, 다 같이 힘들지만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자신만의 최선을 다하는 그 순간을 직접 목도함에서 오는 희열과 짜릿함, 힘들게 수련하고 난 후 ‘나마스떼’ 인사를 하며 서로의 수련과 삶을 응원하고, 수고를 인정하고, 함께한 순간을 감사히 여기는 따뜻함. 그런 것들을 요가원에서는 한 시간 만에 모두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요가원에 수업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몸을 풀며 선생님과 대화를 하던 도중, 또 한 번 나의 삶에,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요가를 통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참 좋다는, 같이 요가 행사도 다니고, 요가 여행도 다니고, 언제 어디서나 매트를 들고 다니며 요가를 하고 싶을 때마다 함께 요가를 하고, 요가를 통해 경험하고 얻은 것들을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그런 요가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요가를 사랑하고, 요가를 소중히 여기고, 요가에 많은 도움을 받은, 그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고 싶어졌다. 혹은, 나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참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굉장히 꺼려하고 무서워하는 나지만, 요가는 내가 자신 있게 타인에게 알리고 싶고, 추천하고 싶고, 영향을 미치고 싶은 유일한 분야이기에, 이렇게 요가 에세이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요가를 하며 특정 아사나들에 접근하다 보면, 혹은 어떤 시퀀스를 완성하고 나면 순간순간 어떠한 생각들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요가는 삶과 굉장히 맞닿아 있다는 것. 요가를 열심히 하다 보면 마음도, 몸도, 나의 전반적인 삶도 저절로 이전보다 나아지기 마련이라는 것.

 내가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과, 내가 얻은 지극히 개인적인 깨달음들을 나누고 싶다.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균형’에 대한 이야기.

함께 응원하며, 교감하며, 나아가 봅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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