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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atriz May 10. 2024

What is higher learning?

변증법이라는 말의 진정한 가치

최인훈이 남긴 말, 출처:연합뉴스

하마스와의 휴전협상이 재개된 현시점에서 앞으로 중동 및 아랍은 어떻게 될까? 자의 반 타의 반 몇 천년의 디아스포라(diaspora)를 겪고 건국된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인이 본격적으로 터를 잡기 전에 존재했던 이슬람 민족들 간의 시시비비를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명확히 따지기에는 갈등과 감정의 골이 너무나도 깊게 패여 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 연이어 발발한 중동전쟁들이 시간 속에 새겨져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국가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은 증대됐다. 레반트 지역에 한정할 경우, 그 강도는 더 높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에 비정기적으로 테러를 저질러왔고(팔레스타인도 마찬가지지만), 가지지구와 서안지구를 제외한 지역을 점령했다.

마가렛 대처는 "There is no alternative"를 입에 달고 살아 그녀는 외교일가에서 TINA라 놀림받았다.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대안이 없음을 역설해 대안을 제시한다.

자연히, 1945년 UN이 창설된 이후 국제사회가 꾸준히 추진해 온 ‘2 국가 해법’이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최선(最善)의 해결법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하이어러닝> 中

과연 최선(high)을 넘어선(higher) 방법이 존재할 수 있을까? 분명한 점은 그 방법은 정태적인 배움(learn)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동태적인 탐구(learning)를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 그렇기에 고등교육(higher learning)의 순기능이 각 일국의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여건과 (긴 호흡의) 시간소요가 동반되어야만 한다.

한편, 시간은 그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가지만, 레반트 지역에서의 시간은 멈춰 있는 것만 같다. 마찬가지로, 내부의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는 듯하다.

좌: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현재 하레디와 극단주의 성향의 정당과의 연정으로 총리 임기를 지속하고 있는 네타냐후의 경우, 하마스와의 휴전을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전쟁을 지속하지 않으면,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할 여지(와 지지율의 요체인 극단주의자들의 지지)가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물론 네타냐후를 대신할(그리고 국내정치적 주류 지지층을 전환시킬) 새로운 총리를 물색해 교체하는 방안도 있다.

1995년 암살당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의 장례식

한편, 현재 이스라엘 내부의 정당 스펙트럼 속에서 진보성향 정당의 거물은 노동당 총리였던 이츠하크 라빈이 암살된 기점으로 거의 사라졌으며, 중도우파와 극우파까지의 스펙트럼 속에서의 선출될 수 있는 중간값의 주요 인물은 네타냐후와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정도가 있다.

즉, 네타냐후를 대체할지라도 중동지역 국제관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행보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하물며, 네타냐후를 교체할지라도 야이르 라피드가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더 극단적인 성향의 인물이 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좌: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우: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자

실질적인 사우디의 수장인 모하메드 빈 살만의 경우, 이번 휴전제안에 골치가 아플 것이다.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의도들 중에는 호의적인 관계로 개선되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를 틀어지게(정확하게는 관계개선이 지연되게) 만드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쟁과 휴전을 기점으로 하마스의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형제에 주던 왕권, 아들 주려다… 사우디판 '이방원의 난' <조선일보>

계보상 적통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정당성이 떨어지는 빈 살만 왕자는 이스라엘에 거센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없다. 동시에 이스라엘을 끼운 미국주도의 인도-중동아랍-유럽-미국의 경제회랑에 차질이 생겨 이스라엘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자중해야만 한다.

미국과의 공조와 이스라엘의 우호관계를 빈 살만 왕자가 희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전쟁 초기에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아닌, 팔레스타인 시민을 지지한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딜레마를 피하고자 노력했다.

블링컨 장관 사우디행…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인질 석방 논의 예정

며칠 전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이 휴전을 중재하기 위해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를 방문했다는 점과, 블링컨이 역내에서 이집트, 카타르, 요르단 외무장관이 참석한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수니파의 지지를 통한 팔레스타인 내부의 수니파의 휴전 수용 가능성을 높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론한다.

이란의 실질적 수장인 하메네이 제 2대 라흐바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경우도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이란이 하마스에 근래에 무장지원해온 점과, 오랫동안 헤즈볼라에 군수지원을 행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정기적 공격을 꾸준히 감행했다.

이란 미사일 99% 요격, 아랍국과 방공 협력 체계 덕분-WSJ

다만,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교적 갈등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란은 중동 및 아랍지역에서 어떠한 확전도 원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주 시리아 이란 영사관 폭격에도 불구, 미국에 사전 요격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제한적인 공격 주고받기로 뒷받침될 수 있다.

한편, 중동 및 아랍이 어떻게 될지는 종국적으로 “미국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질문으로 향하게 될 수밖에 없다. 상기 세 국가 모두에 나름의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중동지역 밖의 강대국은 미국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또다른 페르소나, 다크 브랜든

여타 상임이사국들보다 역내에서 입김이 강할 것이며, 그 이유로는 개신교 영향으로 인한 친-이스라엘 성향, 유대자본의 로비력, 페트로달러 체제를 통한 중동 산유국들과의 유대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아마도) 바이든의 연임을 위해 이스라엘이 극적으로 휴전을 수용하고, 사우디와의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돼, 바이든 행정부가 구상한 경제회랑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내부의 반전 여론을 누그러뜨림과 동시에 외교적 위기를 관리해, 지지율을 높여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각 국가의 위치와 입장이 있기에, 알라 프리마(alla prima)는 손쉽게 실현되지 못한다.

좌: 호르무즈 해협, 우: 말라카 해협,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가치는 마치 동양의 지브롤터와 같다.

분명한 점은 자원이 부족하고 반도체가 강점인 한국에게,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로 수출하는 중동 및 아랍에 어떠한 가치판단도 유보해야만 할 것이다. 자원 수입의 다각화는 곧 생존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자원을 수입하는 해상로(路)와 항행의 자유를 보강하기 위한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공조는 더 긴밀히 이뤄져야만 한다.

한편, 한국에게 있어서 아직까지는 생경한 이슬람이기에, 그 시작은 여타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종교적(이슬람) 색채가 옅게 존재하는 말라카 해협의 싱가포르를 기점으로 본격화되어야 할 것이다.

화교 비율이 높다는 점과 1945년 체제 속 불모지 같은 섬에서 정체성을 새로이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문화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으며, 제1언어로 영어를 구사한다는 점과 금융업 허브, 그리고 의무복무를 통한 군사력 유지는 한국과 상위(및 하위) 정치에서의 교류를 촉발시키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

특히, (금 선물시장이 런던에서 가장 활발하기에) 한국은행이 뉴욕 연방은행과 국내 시중은행 스위스 UBS에 분산보관하던 금을 '영국' 중앙은행인 Bank of England에 통합시켜 예치하고 있다는 점,

[단독]미·영·프 항공모함 동북아 집결..유엔군 몰려온다 출처:중앙일보

그리고 1963년까지 '영국'이 싱가폴에게 해상안보를 제공했다는(이후 싱가폴은 해군력을 질적으로 성장시켜 '영국', 미국과 공조하고 있다) 점은, 한국의 (경제 및 군사) 안보가 싱가폴(과 영국)에 (외국인에 대한 국내적 반감이 덜 한 채) 더욱 발맞춰 나아갈 수 있음을 반증할 것이다.


미흡한 장문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생각할 거리와 상상할 거리가 되기를 바라며.

Fine.


<읽은 문헌>

- Emile Hokayem (2023) The Gaza War and the Region, Survival, 65:6, 57-66

- Gregg Carlstrom. 2024. The Power Vacuum in the Middle East: A Region Where No One’s in Charge. Foreign Affairs. March 6, 2024

- Hassan Ahmadian (2021) Dignity, Wisdom and Expediency: How Ideational Factors Shape Iran’s Foreign Policy, The International Spectator, 56:4, 33-48.

- Hasson, Shlomo. “Israel's Geopolitical Dilemma.” Eurasian geography and economics 51.6 (2010): 694–715

- Mousavian, S.H. and Chitsazian, M.R. (2020), Iran's Foreign Policy in the Middle East: A Grand Strategy. Middle East Policy, 27: 99-114.

- Reuel Marc Gerecht and Ray Takeyh. 2023. Iran’s New Patrons: Why China and Russia Are Stepping Up Their Support. Foreign Affairs. September 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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