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잊지 않고 있습,,니다ㅠ
2024년 3월, 대학원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같은 해 2월, 잠실 한복판에 있는 회사로 이직했다. 학업과 일,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 적응할 새 없이 빠르게 돌아갔다. 월, 화요일은 퇴근 후 학교로 숨 가쁘게 넘어갔다. 퇴근은 5시, 수업은 7시였다. 2시간이면 넉넉해보이지만, 퇴근길의 서울은 2시간을 20분처럼 촉박하게 만들었다. 1분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겨우 7시 정각에 맞춰 학교에 도착했다. 3시간 내리 수업을 들었다. 축 처진 몸을 이끌고 어떻게든 집에 가야 한다. 서울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경기도민이 된 지 8년차인데 여전히 하루 끝에 집으로 가는 길이 한탄스러웠다. 집 가면 내일이 될락 말락하게 이틀을 살면, 한 주가 벌써 시작됐고 중반에 접어들게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수요일과 목요일은 10 to 10, 혹은 그 이상의 회사 일을 했다. 그리고 토요일에 12-17시 수업이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목도한 대학원생에게 남은 시간은 금요일 퇴근 후와 일요일뿐이었다. 과제와 공부는 딱 그때만 할 수 있었다. 나, 이대로라면 논문은 아예 볼 시간조차 안 나겠는데?
2025년 2월, 회사를 그만뒀다. 커리어 레벨업을 목표로 온 대학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책 읽고 영상 찾아보기만으로 도저히 공부하기 어려워서, 그 갈증을 채우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런데 2024년의 나는 마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대학원에 다니는 사람처럼 살았다. 하지만 그 일조차 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회사에서 공부에, 학교에서 일에 신경을 놓지 못했다. 2024년 연말, 결정했다. 나는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지금 내가 더 집중할 것은 무엇이며, 그것에 집중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시작한 그 마음을 돌아보자. 시작했으면 끝을 내자.
그래, 퇴사하자. 그리고 대학원에 집중하자.
2025년 3월, 전일제 대학원생이 되었다. 연구실에 내 책상이 생겼다. 처음 책상에 앉았을 때는 무작정 글만 읽었다. 그간 '읽어야지' 하며 쌓아둔 논문과 책을 하나씩 해치운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당최 뭘 해야할지 몰랐다. 연구는 어떻게 하는 것이며, 대학원생은 어떻게 사는지, 다른 분들은 이 적막 속에서 무엇을 골몰히 고민하고 읽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학부생 때와 다름없이 글 읽고 공부하고 글 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3월이 지나가고, 4월이 도래하고, 중간고사를 치뤘다.
2025년 4월, 드디어 논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학제에 따르면 2026년 2월 졸업 예정자인 나는 그 전에 논문을 제출해야 하고, 9월에는 논문 계획을 발표해야 하며, 8월에는 논문 계획서가 마무리되어야 한다. 4월 중순에서 8월 사이면 논문 쓰기에 넉넉한 시간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논문 데뷔자인 내게 3개월 반 정도 시간은 너무 짧았다. 1년 전 같이 대학원에 입학한 분들은 이미 논문을 시작했을텐데, 어쩌면 이미 투고된 논문이 있을텐데, 나는 무엇으로 논문을 쓸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나, 이대로 제때 졸업 못하겠는데?
1년 먼저 들어온 선배는 말했다. "꼭 4월 전에 논문 주제 정하고 서베이 돌릴 거면 돌리세요." 선배, 저는 벌써 4월인데 이제 논문 주제 아이데이션을 시작합니다. 한편, 논문 주제 아이데이션부터 쭉 함께 해온 선배는 말했다. "결코 늦지 않았어요. 쌤 속도면 충분히 시간 맞출 수 있어요."
단, 항상 타임라인을 생각해요.
그 안에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렇다. 이번 과제는 [내가 배운 것]을 [졸업 기한 내]에 [논문]이라는 틀에 녹여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학부 시절 23시 59분 59초 전까지 페이퍼를 작성해서 제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학부생일 때 한 번도 제출기한을 놓친 적이 없었다. 1학년 1학기에 들었던 글쓰기 수업에서 A+ 맞기도 했다! 그러니 기죽지 말자. 시간은 아직 있고,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