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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네!

아직도 혼자네요 이 밤에 취해

by 보라

논문 작업은 언제 하는 게 가장 좋은가?

집중력이 좋은 시간? 창의력이 샘솟는 시간?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결론부터 말하면 정해진 때는 없다. 그저 시간에 맞는 환경이 필요할 뿐이다. 논문 작업에는 아이데이션, 로직 설계, 데이터 입력 및 분석, 연구 상황 공유, 글 작성 등 여러 일이 공존한다. 인터넷 창이 여러 개 띄워지는 건 기본이고, 프로그램(R, Python, 엑셀, pdf 리더기 등)도 한꺼번에 많이 돌릴 수밖에 없다. 진행 상황에 따라 메인으로 켜두는 프로그램이 다르지만, 언제 갑자기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혹은 언제 어떤 일을 해야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업무든 잘 해낼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논문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럼 어떤 환경이 필요한가?

첫째, 인터넷이 잘 되어야 한다. 구글 드라이브, 드랍박스, 크롬, chatGPT, claude, google notebook lm, google colab 등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많이 사용한다. 인터넷이 없으면 사실상 작업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

둘째, 노트북과 마우스를 편안히 둘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강의와 글쓰기 같은 다른 작업들은 차량이나 어느 카페에서든 다 잘한다. 하지만 논문 작업만큼은 평평한 곳에 노트북과 마우스를 내려놓고 해야 한다. 중요한 건 마우스도 꼭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우스 없이 키패드만으로 데이터 작업을 하는 건 무리다.

셋째, 여러 물건을 올려둘 수 있도록 공간이 넓어야 한다. 노트북과 마우스만 언급했지만, 대부분 노트북은 거치대 위에 있고, 휴대용 키보드를 쓰고, 옆에는 태블릿이나 보조 스크린을 세워두고, 간혹 교재/출력물/필기구를 두기도 한다. 물론 카페에 가서는 이렇게까지 많이 두지 못한다. 하지만 집이나 학교라면 내 책상에서 물건을 마구 올려둔다.

넷째, 내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작업에 웬 자유인가? 타자 소리, 혼잣말, 전화 등 크고 작은 소리에 눈치 보지 않는 곳. 작업이 잘 안 풀릴 때 찌푸린 표정을 맘껏 지을 수 있는 곳.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괜찮으면서도 언제든 박차고 나갈 수 있는 곳.

다섯째, 라떼를 마실 수 있어야 한다. 바닐라 라뗴, 말차 라떼, 초코 라떼! 뭐든 상관 없다. 달달하면서 든든한 음료 한 잔이면 흘릴 걱정 없이 쉽게 당을 충전할 수 있다. 한 잔이면 3-4시간은 그 자리에 거뜬히 앉아있을 수 있다.


위의 다섯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집, 학교, 카페다. 장소별로 이용하는 시간은 다르다.

10-14시에는 집이나 카페에서 작업한다. 집에서 하는 이유는 식구들이 모두 출근한 다음이라 가장 조용하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하는 이유는 다들 일하는 시간이라 사람이 붐비지 않기 때문이다.

14-20시는 카페나 학교에서 작업한다. 식구들이 하나 둘 집에 오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가족이 오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느라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바깥으로 향한다.

20-06시에는 집에서 논문 작업을 한다. 너무 늦게까지 카페나 학교에 있으면 집에 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진다. 서울-경기를 오가는 여정은 고생이다. 눈 한 번 감았다가 뜨면 집을 지나가있기 일쑤다. 그래서 일찍이 집에 와서 작업 한다. 하지만 위험한 점이 있다. 이때 집에서 작업에 너무 몰입하면 잠을 못 잔다.


누구 하나 못 자게 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내 속도대로 읽고, 쓰고, 분석하고, 생각하고, 정리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 깊이 빠지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 수 없다. 지난 5월은 매일 2-3시간 정도 자고, 3-4일 정도는 아예 못 잤다. 작업이 잘 되면 재미와 도파민에 잠이 안 온다. 작업이 안 되면 답답함에 잠이 안 온다. 심지어 논문 작업뿐 아니라 학기 마무리를 위한 시험 공부나 프로젝트 등이 겹치면 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나만 그런가 의구심이 들어서 선배들과 대화를 나눴다.


나: 오늘 한숨도 못 잤어요. 하하!

선배: 그땐 다 그럴 때예요. 그래도 주말에 몰아서라도 잘 자야 해요!

(나: 저는 6-7시면 눈이 떠지는 사람이에요!ㅠㅠ)


결국 작업은 나만이 통제할 수 있다. 2-3시간을 잘지, 안 잘지, 7-8시간 잘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보건대학원에서 건강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지난 학기를 돌아봤다. 잠을 자발적으로 줄일 정도로 재밌기도 했고, 라떼하나로 끼니를 떼울 정도로 집중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볼 수 있는 체력과 여력이 되어서 감사함과 동시에 반성했다. 잠, 밥, 운동, 이 세 가지의 건강 지킴이를 건강 공부하는 학도가 아예 못 챙겼다. 이제는 잠-밥-운동-공부, 이 사각형 균형을 잡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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