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외웠으면 좋겠다

예능 편집 기본기 STEP 5

by 정영택

모두 외웠으면 좋겠다. 좋은 이야기의 기본이다.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단순하고 아름다운 답이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다.
- 프랭크 대니얼


특명 아빠의 도전 (출처 SBS)

나는 개인적으로 SBS '특명 아빠의 도전‘이란 프로그램을 참 좋아했다. 아빠들이 미션에 도전해서 성공하면 가족들이 원하는 상품을 타는 내용이다. 거의 20년 전 방송인데 아직도 기억난다. 이제야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알겠다. '아빠들이 미션에 성공하려고 대단히 노력하는데 성취하기가 매우 어려워서'였다. 아래 글은 이야기의 흐름을 조금 더 길게 설명했다.

만약 관객이 '누군가'와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데, 그 누군가는 무엇인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 무엇인가를 성취하기가 매우 어렵다면, 스토리는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 시나리오 가이드| D.하워드·E.마블리 공저


이렇게 해보자.

1. 시청자가 출연자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편집한다.
2. 출연자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편집한다.
3. 그 과정에서 실패하거나 어렵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편집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스토리로 편집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무한도전(출처 MBC), 1박 2일(출처 KBS)

무한도전 '봅슬레이 편'

멤버들이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한다. 타는 것조차 어렵고, 멤버들은 노력하지만 부상까지 겹쳤다. 완주할 수 있을까?


무한도전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편'

멤버들이 300만 원이 든 돈가방을 찾는다. 서로 자기가 돈가방을 갖기 위해 추격하고, 동맹 맺고 배신하며 노력하지만 제한시간까지 돈가방을 지키고 있기는 어렵다. 누가 승자가 될까?


1박 2일 '전 스태프 야외취침'

멤버들이 스태프와 야외취침을 걸고 대결한다. 첫 경기는 멤버들의 역전패, 하지만 멤버들은 야외취침을 피하기 위해 나머지 두 경기에 사활을 거는데! 누가 야외취침을 하게 될까?


복면가왕(출처 MBC), 백종원의 골목식당, 그것이 알고싶다(출처 SBS)


'복면가왕'

출연자가 가왕이 되기 위해 노래 부르고, 판정받으며 노력한다. 하지만 가왕이 되는 건 많은 관문이 남아있고, 끝판왕 가왕과의 대결까지 있어 어렵다. 가왕이 될 수 있을까?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자는 대박 가게를 꿈꾼다. 백종원의 가르침대로 노력하지만, 자신의 고집, 게으름 등 여러 가지 장애물 때문에 어렵다. 과연 대박 가게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어떤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한다. 취재하며 매번 벽에 부딪히지만, 전문가를 만나고 실험하고 제보를 받으며 노력한다. 사건은 왜 어떻게 일어난 걸까? 과연 진실을 알 수 있을까?


생활의 달인(출처 SBS), 생생정보(출처 KBS)

'생활의 달인'

출연자는 달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며 노력한다. 달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생생정보'

대박 맛집의 비밀을 찾아라! 그런데 맛의 비밀은 며느리도 모른다며 안 가르쳐주는 사장님이 장애물이다. 계속 따라다니면서 일도 도와주고, 비위도 맞추며 노력하는 PD. 드디어 사장님은 맛의 비밀을 알려주는데!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다.


영화·드라마는 물론, 예능·교양에서도, 길게는 몇 부작, 짧게는 10분가량의 코너에서도 이런 이야기 흐름이 사용된다. 예시들은 무수히 찾아낼 수 있다.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데는 이 흐름이 최고다. 아주 옛날부터 입증됐다. 다음 글을 보자.

약 사천 년 전, 길가메시의 서사시가 사상 처음으로 문자화 된 이야기 문학으로 열두 개의 점토판 위에 새겨졌을 때 이야기의 고전적 설계의 원칙들은 이미 완전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드러나고 있었다.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로머트 맥키 저


생각해보면 우리가 예전에 읽은 '춘향전', '신데렐라' 같은 고전에서부터,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반지의 제왕'까지도 그렇다. 주인공은 온갖 어려움을 뚫고, 결국 해낸다. 그 과정에 우리는 "주인공이 이 어려움을 이겨냈으면 좋겠어.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결국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시청자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편집을 원한다면 이 흐름이 기본이다.

하지만 절대 공식은 아니다. 시청자의 몰입을 위한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변주될 수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변주를 위해서 기본을 꿰고 있어야 한다.


다음 편부터는 이 스토리텔링의 기본 원칙을 구성하는, 출연자에 대한 '감정이입'에 대해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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