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지겹고 힘든 일상을 떠나 잠시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순간이 온다. 먼 해외도 괜찮고 국내 장소 중 좋아하는 곳도 괜찮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현실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라도 일상을 떠났으면 했지만 그런 곳들은 내게 너무 과분했다. 순간을 위해 써야 할 비용도 부담이고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잠시라도"
생각해 보니까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반려동물의 곁이었다.
집안에 있기 때문에 내가 찾아가기에 부담되지 않고 때로는 고맙게도 내게 찾아와 인사도 해주는 반려동물이 있을 때 잠시지만 현실을 벗어나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반려동물을 반대하던 부모님이 막상 키울 때는 완전 애정을 쏟고 챙겨주는 내용이다.
어릴 때는 그냥 그 동물들이 귀엽고 예쁘니까 그렇게 하시나 보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까 그보다는 더 묵직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냥' 나를 찾아와 주는 존재.
내 얘기를 '그냥' 들어주는 존재.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존재라서 반려동물을 애정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냥'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상대가 있는 모든 행동에 있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대가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는 대가가 아니라 선물만이 존재할 뿐이다.
선물과도 같은 그들의 곁은 일종의 휴식처와 같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말을 하지 못하지만 "괜찮아"라는 말을 전해준다.
순수한 "괜찮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