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성격이 다소 바뀌었지만 여전한 것이 몇 개 남아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경청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고민 상담을 꽤나 많이 했었다. 누군가의 고민을 내게 털어놓는다는 게 내가 그만큼 믿음직스럽나 보다 싶어서 애정했던 게 고민 상담이다. 그런데 정작 내 고민을 말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어느 날 약 20년 전에 방영했던 라디오를 유튜브로 듣게 됐다. 고민상담에 대한 내용을 하나씩 잘라서 올려놨기 때문에 재생목록을 보고 고민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현재 내 상황과 비슷한 것들이 있어서 이를 재생했다. 단순한 표현이지만 가장 무거운 고민인 "삶이 힘들다"는 거였다.
내 상황과 100%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고민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직업병(?)처럼 나도 모르게 경청했고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그 라디오 진행자는 나와 다른 방식의 대답을 내놓았다.
'지금 힘든 거지 평생 힘들지는 않을 거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의지하며 마음의 짐을 조금은 가볍게 하자.'
이런 생각을 했던 나와 달리 그 사람은
'그런 고민은 이상한 게 아니다. 괜찮다. 삶은 계속 힘들다. A가 해결되면 B가 나타나고 B를 해결하면 C가 나타난다. 힘듦이 없어질 거라는 기대보다는 잘 뚫고 가보는 것에 초점을 두자.'
이런 느낌의 답을 내놓았다.
뭔가 묵직하게 한 대를 맞은 느낌이었다. 어떤 시련 자체에는 끝이 있을지언정 힘든 거 자체는 다른 걸로 또 찾아오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곱씹고 정리를 했다. 완전한 끝을 기다리는 것보다 다음 게 오기 전에 지금의 시련을 끝내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괜찮다'는 말이 마음의 체력을 비축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몸과 마음은 많은 시련을 버텨내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타고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