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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과기억 Nov 20. 2024

다른 '괜찮아'를 듣다

예전과 성격이 다소 바뀌었지만 여전한 것이 몇 개 남아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경청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고민 상담을 꽤나 많이 했었다. 누군가의 고민을 내게 털어놓는다는 내가 그만큼 믿음직스럽나 보다 싶어서 애정했던 고민 상담이다. 그런데 정작 고민을 말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어느 날 약 20년 전에 방영했던 라디오를 유튜브로 듣게 됐다. 고민상담에 대한 내용을 하나씩 잘라서 올려놨기 때문에 재생목록을 보고 고민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현재 내 상황과 비슷한 것들이 있어서 이를 재생했다. 단순한 표현이지만 가장 무거운 고민인 "삶이 힘들다"는 거였다.


내 상황과 100%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고민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직업병(?)처럼 나도 모르게 경청했고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라디오 진행자는 나와 다른 방식의 대답을 내놓았다.


'지금 힘든 거지 평생 힘들지는 않을 거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의지하며 마음의 짐을 조금은 가볍게 하자.'

이런 생각을 했던 나와 달리 그 사람은

'그런 고민은 이상한 게 아니다. 괜찮다. 삶은 계속 힘들다. A가 해결되면 B가 나타나고 B를 해결하면 C가 나타난다. 힘듦이 없어질 거라는 기대보다는 잘 뚫고 가보는 것에 초점을 두자.'

이런 느낌의 답을 내놓았다.


뭔가 묵직하게 한 대를 맞은 느낌이었다. 어떤 시련 자체에는 끝이 있을지언정 힘든 거 자체는 다른 걸로 또 찾아오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곱씹고 정리를 했다. 완전한 끝을 기다리는 것보다 다음 게 오기 전에 지금의 시련을 끝내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괜찮다'는 말이 마음의 체력을 비축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몸과 마음은 많은 시련을 버텨내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타고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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