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일본어의 유사성
알다시피 ○튜브라는 놈은, 내가 궁금한 것을 귀신같이 알아서 영상을 추천해서 보여주는데 그럴 때마다 마치 발가벗긴 것 같아 기분이 찜찜하지만 그래도 때로는 유용하기도 하다. 내가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을 알아채고는 관련 영상을 추천해 주었는데, 오래전 어느 방송국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한 편이었다. 그 첫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세계 25개국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각자 자기 나라의 가장 기초적이고 자주 쓰는 단어를 상호 공유하게 하고는, 자기 나라의 말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면 Group을 지어서 모이게 하는 실험이었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동남아지역, 중앙아시아지역 등에서 온 유학생이 참여했는데, 25개국 학생 중 22명이 언어가 서로 유사하다고 생각하고 몇 개의 무리로 나누어 편을 지었다. 그런데 그중 자기 나라 언어는 어느 나라와도 유사성이 없다고 생각하여 어느 그룹에도 끼지 못하고 혼자 남은 세 나라가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나라, 일본, 중국이었다. 중국이야 우리와 원래 언어 계통이 완전히 다르니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학생은 두 나라의 언어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조금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에 실험을 주관한 사람이 몇 개의 단어를 말해주었는데, 필자가 동사 편에서 언급했던 ‘다물다-だまる(타마루)’ 같은 종류의 단어들이었다. 결국, 이 다큐멘터리의 주 내용도 우리말과 일본어는 같은 뿌리의 말이라는 것이었고, 이에 관해 연구하는 일본의 학자들도 다수 있으며, 오히려 그들은 고대에 대륙에서 언어가 분화되어 대륙 한어, 반도 한어(우리나라), 열도 한어(일본어)로 분화되었으며, 지금도 유사한 단어가 약 오천 개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러함에도 실험에서 두 나라 학생은 완전히 별개의 언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두 나라의 과거 역사에 따라 서로 경원시하는 분위기와 악센트와 억양의 차이 등에 의해 전문적 연구자가 아니면 생각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특히, 일본의 극우주의자들과 일부 학자들은, 일본어는 지구상에 유사한 언어가 없는 하늘이 내린 유일한 언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전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국수주의 관점에서의 주장일 뿐이다.
이제까지는 우리말의 기원이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이 기원이라는 학설(유목민 가설)을 정설로 여겼다. 그런데 2022년에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지에 우리말의 기원을 연구한 결과가 게재되었는데, 이 논문은 그동안의 여러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연구 결과가 아닌가 한다. 주요 내용은, 약 9천 년 전에 중국 동북부 지역인 요하(랴오허강 일대) 지역에서 기장을 재배하던 농경민족이 ‘트랜스 유라시아 언어(우랄 알타이어)’의 발원지이며 그들이 농경문화와 함께 동서로 이동하였고(농경민 가설), 한국어, 튀르크어, 일본어, 몽골어 등이 같은 뿌리라는 것이었다. 이 연구에 한·중·일 및 미국, 러시아, 독일 등 10여 국의 언어학자, 고고학자, 유전생물학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나온 결과이니 가장 신뢰가 가는 결론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요하 지역이 발원지라고 밝혀짐에 따라, 언어의 발원뿐만 아니라 일부 재야사학자들이 주장하는 황하문명에 앞서는 상고시대(고조선)의 ‘홍산문명(紅山文明)’이 발생한 지역과 일치하고 있으니, 언어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고대 문명과 그 존재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그러나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이미 홍산문명은 자신들의 문명이라는 역사왜곡작업을 시작한 지 오래되었으나 우리나라는 이를 연구하는 학자는 손꼽을 정도이다. 우리의 상고사는 매우 흥미롭고도 주요한 역사적 논쟁 중 하나이지만, 우리 민족의 고대 강역이 지금은 남의 땅에 있는 이유와 기존 강단사학계의 완고함과 사료의 부족으로 인해, 진전이 더딘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필자도 여기저기서 귀동냥한 것은 있지만, 이 논문의 목적과도 다르고 지식도 얕고 자칫하면 국수주의에 빠질 염려도 있어 이쯤에서 그만하는 것이 맞겠다.
지금까지 필자 나름대로 파악하고 수집한 두 언어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비슷한 단어와 여러 가설들을 기술하였다. 지금도 우리말과 유사한 일본어를 발견하고 메모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진흙 밭에서 구슬을 주운 듯이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다. 또한 흥미를 느끼다 보니 이미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분들이 많음도 알게 되었다
그중 한 분이 얼마 전에 타계하신 단국대 김용운 교수인데, 이분은 수학자임에도 이런 분야를 연구한 이유가 수사(數詞)에 있어, 우리말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고구려어가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말과 일본어의 관계를 연구하신 분이다. 예를 들면 ‘はなから(하나카라)’는 ‘처음부터’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はな(하나)’는 우리말 하나, 즉 ‘숫자 1’을 뜻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고구려계 수사의 약 40%가 일본어에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책 : 천황은 백제어로 말한다]
또 한 분은 검사 출신의 이원희라는 분인데, 검사 시절 일본의 지방에 출장을 갔을 때 당시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일본 시골 사람들이 말하는 억양과 말이 마치 우리네 시골 방언과 비슷함에 충격을 받아 연구를 시작하여 책을 쓴 분이다. 그분은 일본 각 지역의 방언을 연구하여 방대한 저술을 했는데, 예를 들면 ‘암소’는 지바지역 방언으로는 ‘a-ma-u-si(아마우시)’인데 ‘아마=암‘이라는 주장 등의 주로 접두사, 접미사의 유사성에 유의하여 수백 개의 사례를 수집하여 책으로 펴냈다. 검사 출신으로 일본어를 몰랐던 분이 이런 방대한 연구를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 일본 열도의 백제어-일본의 방언으로 남은 백제인의 언어]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한국과 일본은 어린 시절을 함께 지낸 쌍둥이와 같다’라고 했다. 이는 맞는 말일 것이다. 요하 지역의 동일 공동체의 농경민족 이동에 따라 동일 어족의 언어가 각 지역으로 이동, 정착되었고 그 후 삼국시대까지 오랫동안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같은 공동체 체계와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주도권은 한반도와 그 지배계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조상의 땅을 되찾는다는 억지 논리를 만들어, 정한론을 내세워 우리나라를 강점하였으니 이로 인해 우리는 오랜 기간 치욕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이유에서라도 언어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