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병원을 찾았다.
다른 정기검진 때와는 다르게
많이 긴장이 되는 날이었다.
암 수술 후 5년.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처럼
'완치'라는 말을 기대하며 병원을 찾았다.
진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 만큼 긴장이 됐다.
새로운 주치의 선생님이라는 사실도
긴장감을 더했다.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수없이 되뇌며
이 자리에 '당사자'로 함께 계시는
주님을 생각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의사 선생님 앞에 앉는 이 순간은
몇 년이 지나도
왜 이렇게 떨리는지...
"다 괜찮네요. 피 검사한 것도 다 좋구요"
선생님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말투였지만
그 한 마디에 터질 듯 요동치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용기 내 조심스레 여쭤봤다.
"그럼...저 완치된...거죠?"
선생님은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짧게 답했다.
"완치라는 건 없습니다."
순간, 멍해졌다.
'완치'라는 말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그런 건 없다니.
선생님은 덧붙였다.
"암은 100% 완치라는 개념이 없어요.
계속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겁니다."
역시나 담담한 말투였다.
'완치'라는 말을 간절히 바랐던 만큼
마음이 무너질 줄 알았다.
그런데,
진료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도 내 안에 평안이 차올랐다.
나에게 '암'은,
평생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도록 주신,
나만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육체의 가시를 없애 달라고
세 번이나 간구했던 사도 바울에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고린도후서 12:9)
나 역시 이 연약함을 통해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게 하신 것이다.
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잘 안다.
나는 쉽게 교만하고,
죄를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내게 가장 좋은 방법을 허락하셨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암에 걸린 게 어떻게 가장 좋은 거냐”고.
하지만 나는 설득하는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의 특권입니다'
우리는 이해되지 않은 일을 만날 때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지금인지,
정말 하나님이 계신다면 왜 침묵하는지.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그 질문 앞이 아닌, 십자가 앞에 머문다
하나님은 언제나 선하시고,
그분의 뜻은 언제나 옳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행복하지 않아도,
주님 한 분만으로 기뻐할 수 있다.
내가 어떤 길을 가더라도
주 안에 있다면,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허락하신다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조차
내 안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성령님이 주셨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암'조차
내게 가장 좋은 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신 것 또한,
그리스도인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은혜이자 특권이 맞다.
주님만 바라보고,
주님만 사랑하고,
주님만 찬양하며,
주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삶.
이것이 바로,
내가 진정으로 살고 싶은
구별된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