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를 바꾸시다
암, 어쩌다 내게도 오는 일
by heavenlyPD Jun 2. 2025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고통’이란 이름으로 기억될
MRI 검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초음파실로 갔다
그 선생님은
화면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무표정한 얼굴로
위, 대장 내시경을 해 보자고 말씀하셨다.
난소에 혹이 있다면서
왜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해야 하는지,
혹시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걱정이 됐지만
무서워서 물어보지 못했다.
초음파실 앞에서 기다리던 엄마에게
위, 대장 내시경을 하자고 하셨다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얼굴이 사색이 된 채 물으셨다.
“위랑 대장에도 문제가 있대?”
나는 그냥,
"선생님이 하래니까 해야지"…라고만 말했다.
엄마는 그 길로 주치의 선생님을 찾아가
왜 내시경을 해야 하는지 물으셨다.
"초음파를 보니 필요해 보입니다.
아직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네요."
설명은커녕,
왜 그런 검사가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의사의 무심하고 형식적인 태도에
엄마는 결국 쌓인 감정을 쏟아내셨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예상 못했던 입원.
정신을 추스를 새도 없이
MRI실, 초음파실, 주사실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하얗게 질려가는 딸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엄마.
검사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혹시 또 다른 곳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며 애를 태우고,
곁을 지키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무력함까지
이 모든 상황이 엄마에게도
낯설고, 두렵고,
감당하기 벅찬 일이었다.
엄마의 감정이 조금 가라앉을 즈음,
다른 의사 선생님이 병실에 오셨다.
이제부터 자신이 나를 담당하게 되셨다며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가셨다.
난소에 있는 혹이 생각보다 크고
모양도 좋지 않아 악성이 의심되는데
혹시 위나 대장에서 기원했을 가능성도 있어
검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돌이켜 보면,
주치의를 바꾸신 건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였다.
처음에 나를 담당했던 선생님이
계속 주치의로 계셨다면,
낯설고 불안한 병원 생활은
훨씬 더 힘겨웠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 주신 선생님은
유쾌한 농담과 편안한 말투로
나와 가족 모두를 안심시켜 주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늘 "잘하고 있어요"라며
진심을 담아 격려해 주셨다.
태어나 처음 마주한
낯선 것들로 가득했던 하루.
두렵고, 무서웠지만
매 순간 하나님의 손길 안에 있었다는 걸
실시간으로 느낀 시간들이었다.
주님의 은혜로 가득했던 입원 첫날은
그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