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리에서 시작된 믿음
암, 어쩌다 내게도 오는 일
by heavenlyPD May 31. 2025
대학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소화기내과로 갔다.
진료를 마친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소화기내과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빠르게 검사를 받아볼 필요는 있어 보여요.
검사 예약을 하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지만,
응급실로 가면 대기 없이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그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이 끝난 것처럼 굴었던
동네 병원의 의사와는 달리,
차분하고 부드러운 톤이었다.
그 말에 조금 안심이 됐던 것 같다.
선생님의 권유대로, 나는 응급실로 향했다.
곧 산부인과 선생님이 오셨다.
생전 처음 겪는 아픔과 불편함에
당황할 겨를도 없이,
진단이 이어졌다.
난소에 굉장히 큰 혹이 있다는 것.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곧바로 입원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날 병원에 갈 때만 해도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갔던 터라
나도, 함께 간 엄마도 당황함에 어쩔 줄 몰랐다.
입원 절차를 밟으면서
난소, 혹, 난소, 혹...
그 단어만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게 입원을 하고,
생전 처음 해 보는 일들이 연달아 시작됐다.
산부인과 병동에 병실이 배정되고
처음 MRI를 찍었다.
배가 너무 부풀어 있어서
똑바로 눕는 게 고통스러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파서
도저히 가만히 누워만 있을 수 없었다.
그때,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짧은 한 마디가 들렸다.
나는 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삼켜야 했고,
아픈 허리를 참아야 했다.
좁고 답답한 통 안에서,
헤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따따따따' 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저 조용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주님, 허리가 너무 아픕니다.
지금 저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너무나 무섭고 두렵습니다.
함께해 주시는 주님을 믿지만,
여전히 겁이 납니다."
약할 때 강함 되시는 주님,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고통으로 가득했던 시간이었지만
주님께 기도를 드리던 그 순간,
믿음이 내 안에서 실제가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