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팠던 건 나만이 아니었다
암, 어쩌다 내게도 오는 일
by heavenlyPD Jun 9. 2025
누군가 나를 들어
침대로 옮기는 느낌이 들었다.
‘아, 병실로 돌아왔구나’
몽롱한 상태에서도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스쳤다.
그런데 곧, 마취가 풀렸는지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제야 눈을 떴고,
가장 먼저 부모님의 얼굴이 보였다.
안도감과 서러움이 뒤섞인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서툰 한국어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니모....’
힘겹게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 내가 사랑하는 조카,
우리 루카가 서 있었다.
루카는 큰 언니의 아들이다.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의 이혼을 겪고,
엄마와 단둘이 홍콩에서 살아야 했다.
어린 나이에 많은 아픔을 감당해야 했지만,
천성이 맑고 따뜻한 우리 루카.
그 루카가 내게 다가와,
작고 따뜻한 손을
내 손 위에 조심스레 포갰다.
그리고 나와 시선을 맞추며 조용히 속삭였다.
"니모, I'm so sorry...
and I'm so sorry that my mom hurts you”
언니의 재혼 문제로
돈독했던 우리 사이가 잠시 멀어졌고,
그 여파로 루카도 한동안 볼 수 없었다.
루카가 이모를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너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언니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채
몇 달을 흘려보냈다.
그런데 그 일이
이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그제야 알게 됐다.
겨우 일곱 살..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가장 아프고 힘든 사람은,
바로 루카였다.
'엄마가 이모를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 아이의 말에 가슴이 저릿해졌고,
울음은 더 깊고 더 아프게 터져 나왔다.
우니까 통증이 더 심해졌지만,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서럽게 우는 나를
작은 가슴으로 안아주던 루카,
그리고, 지친 내 몸을
구석구석 주물러 주시던 엄마, 아빠
그 손길 위로,
두 분의 눈물도 함께 흘렀다.
그날 아팠던 건,
나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