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복직을 한 후 저녁자리가 갑자기 많아졌다. 위드코로나가 시행된데다, 휴직 후 못 봤던 사람들이 보자는 자리가 많아진 탓이다.
직업의 특성상 점심과 저녁을 외부 사람과 하는 자리가 많은데, 그간 코로나로 이런 자리를 못했던 사람들이 위드코로나와 함께 복직을 기념하자며 만나자고 하는 일이 많아졌다.
11월 초 복직을 환영하는 부서 회식 자리가 잡혔다. 지금 데스크와는 처음 가지는 술자리로, 주인공이라며 부장 앞자리에 앉게 됐다. 당연히 주인공이라며, 적지 않은 술을 권했고, 부담스럽긴 했지만, 마다하지 않고 마셨다.
취기가 어느정도 올라온 9시쯤 딸 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나가서 전화를 받으려면 옆의 사람들이 의자를 다 이동해야 해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 스피커폰이 아닌데도, 딸 아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동석자들이 내 전화에 관심을 가졌고, 이내 나온 딸 아이의 한 마디에 모두 크게 웃었다. 딸 아이가 대뜸 "아빠 어디야? 빨리 집에 와"라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말했지만, 딸 아이는 당장 오라며 재촉을 했고, 나는 이런 딸 아이를 달래며 전화를 마쳤다. 자리에 같이 한 선후배들은 딸한테 어쩔 줄 몰라하는 내 모습에 "좋은 아빠네요" "딸 아이 귀엽네요"라며 관심을 가져줬다.
딸의 바람과 달리 이날 늦은 시간에 집에 갔다. 1차에서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자리는 자연스레 2차로 이어진 것이다. 그간 회식 등 저녁자리를 못했던 선후배들이 오랜만에 함께 하는 자리라며 2차까지 가길 원한 것이다.
2차까지 마친 후 힘들게 집에 들어가니 밤 12시가 됐다. 서둘러 씻은 뒤 안방에서 자고 있는 와이프와 딸 아이를 잠시 본 뒤 문을 닫고 나왔다.
휴직 기간 항상 옆에 있던 아빠인 내가 다시 회사로 나가면서 딸 아이의 부름이 많아지고 있다. 카톡으로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간단한 대화를 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약간은 엄한 외할머니와 엄마보단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아빠가 더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딸 아이는 "아빠가 다시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울딸~ 아빠 일해서 돈 많이 벌어야 우리 더 큰 집으로 이사 갈 수 있어. 아빠도 최대한 저녁자리 줄일테니까 울딸은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숙제도 스스로 잘 해줘. 대신 아빠가 주말엔 최대한 많이 놀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