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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계시는 게 어디야

by 공감수집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다.

"어머님이? 치매라고? 그래서 모시고 사는 거야?"

"아니, 같이 사는 건 무리고. 집 근처로 이사 오셨어. 되도록 자주 찾아뵙고 있지."

"그럼 더 자주 뵙고, 식사도 같이 하고 그래야지. 제수 씨도 힘들겠다."

"쉽지 않아. 짜증도 많이 나고... 솔직히 힘들 때가 많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게 어머니 의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 네가 유일한 자식인데 돌봐드려야지."


그때 옆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 모임이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고, 다들 박수를 친다.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난 엄마가 저렇게 친구분들이랑 어울리기만 해도 좋겠어. 바깥 활동도 하고 바쁘게 지내시면 좋을 텐데. 우리 엄마는 노인 유치원도 싫다고 하고, 계속 핑계만 대. 이래서 귀찮다, 저래서 싫다. 우편물도 죄다 버리고, 돈 관리도 엉망이고. 하나하나 다 챙기려니까 진짜 버겁다."

친구가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옆에 계시는 게 어디야."

"... 뭐?"

"난 부모님이 우리 애들 한 번 못 보고 가신 게 아직도 한이야. 살아계실 때 뭐 해드린 게 있어야지. 넌 지금 곁에서 뭐라도 해드릴 수 있잖아. 이럴 때 효도하는 거지."


돌아오는 길에 친구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옆에 계시는 게 어디야."

나는 엄마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둘이서 카페도 가고 오붓하게 산책도 하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엄마에게 바라고 있었다.

저 어르신들처럼 활기차게 지내시길.

친구들과 잘 어울리시길.

돈 관리도 잘하시고 우편물도 잘 챙기시길.


치매 판정을 받은 엄마에게.


친구는 말했다. "그게 어머니 의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자꾸 바랐다.


엄마가 예전처럼 돌아오시길. 아니, 오늘보다 더 나아지시길.

그건 엄마를 위한 바람이 아니라, 나를 편하게 하려는 바람이었다.

옆예 계시는 게 어디야-2.jpg 매번 사진 촬영만 하고 정작 아빠 사진은 없다며 아들이 나서서 찍어준 사진, 엄마와 함께 담은 사진을 많이 남기고 싶다.


친구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20 년이 넘었다.

20 년이 지나도 여전히 후회하고 있었다.

"옆에 계시는 게 어디야."

그 말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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